시장도 정부도 인정한 주인공 ‘동학개미’

입력 2020.12.31 (21:42) 수정 2020.12.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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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단어, 바로 동학개미입니다.

과거에 개미하면 외국인을 좇아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 그러니까 손해보는 투자 양상을 보였는데요,

올해는 달랐습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올해 3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우리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구한말 나라 구하겠다며 일어선 동학 농민운동과 비슷하다해서, '동학 개미'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겁니다.

이렇게 올해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달라진 위상, 김진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올해 1월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34살 박수민 씨,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자 바로 주식을 팔았습니다.

전형적인 개미투자자들의 방식, 하지만 이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박수민 : "폭락장을 겪고 나서는 오기가 생겼습니다,내 돈을 누군가 훔쳐간 느낌이 들어서 공부해야 겠다, 책도 읽고 유튜브를 통해서"]

금리, 환율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공부하며 다시 투자를 시작해 지금 수익률은 150% 정돕니다.

["예전에는 모든 정보를 다 팩트(사실)로 봤다면 주식을 그래도 몇개월하다보니까, 그중에서 가짜뉴스를 찾아야 하더라고요."]

사실상 외국인들의 독무대였던 우리 증시를 올해에는 박 씨 같은 동학개미가 이끈 겁니다.

증시 마지막 날까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 개인 투자자들은 이 코스피 종목에서만 47조 5천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조 원가량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됩니다.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엔 절반이 안됐지만, 올해는 65%를 넘겼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개미의 위상은 정부의 정책에서도 드러납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매도 금지 기간은 6개월 연장됐고,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 역시 원래 정부안보다 완화됐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정/투자연대 대표 : "개인의 목소리를 들어줬고, 그걸 정책에 반영했고 제도가 개선되고 법이 바뀌는 건 긍정적으로 보고, 진일보했다고 봅니다."]

올 한해 우리 증시의 버팀목이 돼준 '동학개미', 시장과 정부가 모두 인정하는 주인공이 됐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심규일/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김석훈 김지혜

▼ “건전한 자본시장 견인”…스마트 개미로 진화할까 ▼

[앵커]

이런 '동학개미'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김도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동학개미의 주축은 단연 20~30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주식을 거래하고 유튜브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

이들이 '스마트 개미'로도 불리는 이유입니다.

[박제영 : "예전에 주식한다라고 하면 테마주 작전주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요새는 공부도 많이 하고 수준도 높아지다 보니까 사는 종목 자체도 우량한 종목들을 많이 사거든요"]

가장 큰 성과는 '개미 필패'라는 고정관념을 깬 겁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추정치)은 약 25%, 외국인과 기관보다도 오히려 높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습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이유에섭니다.

[박제영 : "유동성이 많이 풀렸고 부동산은 규제를 하다 보니까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 들어오고 있는 거거든요. 주식만의 현상이 아니고요. 금도 오르고 은도 오르고……."]

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인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19조 원을 넘어 1년 만에 배 이상 불었습니다.

높은 수익을 위해 일부에선 위험도가 높은 주식을 사들이고, 투자 기간이 짧다는 한계도 여전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을 꾸준히 이끌도록 만들려면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인센티브를 줘야 돼요. 자연적으로 부동산 자금이 이쪽으로 올라와야 돼요. 부동산은 일하는 돈이 아니잖아요. 국가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투자죠."]

새해 코스피 3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또 어떻게 진화할지가 우리 증시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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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도 정부도 인정한 주인공 ‘동학개미’
    • 입력 2020-12-31 21:42:58
    • 수정2020-12-31 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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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단어, 바로 동학개미입니다.

과거에 개미하면 외국인을 좇아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 그러니까 손해보는 투자 양상을 보였는데요,

올해는 달랐습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올해 3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우리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구한말 나라 구하겠다며 일어선 동학 농민운동과 비슷하다해서, '동학 개미'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겁니다.

이렇게 올해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달라진 위상, 김진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올해 1월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34살 박수민 씨,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자 바로 주식을 팔았습니다.

전형적인 개미투자자들의 방식, 하지만 이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박수민 : "폭락장을 겪고 나서는 오기가 생겼습니다,내 돈을 누군가 훔쳐간 느낌이 들어서 공부해야 겠다, 책도 읽고 유튜브를 통해서"]

금리, 환율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공부하며 다시 투자를 시작해 지금 수익률은 150% 정돕니다.

["예전에는 모든 정보를 다 팩트(사실)로 봤다면 주식을 그래도 몇개월하다보니까, 그중에서 가짜뉴스를 찾아야 하더라고요."]

사실상 외국인들의 독무대였던 우리 증시를 올해에는 박 씨 같은 동학개미가 이끈 겁니다.

증시 마지막 날까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 개인 투자자들은 이 코스피 종목에서만 47조 5천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조 원가량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됩니다.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엔 절반이 안됐지만, 올해는 65%를 넘겼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개미의 위상은 정부의 정책에서도 드러납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매도 금지 기간은 6개월 연장됐고,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 역시 원래 정부안보다 완화됐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정/투자연대 대표 : "개인의 목소리를 들어줬고, 그걸 정책에 반영했고 제도가 개선되고 법이 바뀌는 건 긍정적으로 보고, 진일보했다고 봅니다."]

올 한해 우리 증시의 버팀목이 돼준 '동학개미', 시장과 정부가 모두 인정하는 주인공이 됐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심규일/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김석훈 김지혜

▼ “건전한 자본시장 견인”…스마트 개미로 진화할까 ▼

[앵커]

이런 '동학개미'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김도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동학개미의 주축은 단연 20~30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주식을 거래하고 유튜브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

이들이 '스마트 개미'로도 불리는 이유입니다.

[박제영 : "예전에 주식한다라고 하면 테마주 작전주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요새는 공부도 많이 하고 수준도 높아지다 보니까 사는 종목 자체도 우량한 종목들을 많이 사거든요"]

가장 큰 성과는 '개미 필패'라는 고정관념을 깬 겁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추정치)은 약 25%, 외국인과 기관보다도 오히려 높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습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이유에섭니다.

[박제영 : "유동성이 많이 풀렸고 부동산은 규제를 하다 보니까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 들어오고 있는 거거든요. 주식만의 현상이 아니고요. 금도 오르고 은도 오르고……."]

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인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19조 원을 넘어 1년 만에 배 이상 불었습니다.

높은 수익을 위해 일부에선 위험도가 높은 주식을 사들이고, 투자 기간이 짧다는 한계도 여전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을 꾸준히 이끌도록 만들려면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인센티브를 줘야 돼요. 자연적으로 부동산 자금이 이쪽으로 올라와야 돼요. 부동산은 일하는 돈이 아니잖아요. 국가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투자죠."]

새해 코스피 3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또 어떻게 진화할지가 우리 증시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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