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만에 환자 모두 이송했지만…‘39명 숨진 참사’ 막을 수 없었나

입력 2021.01.01 (08:39) 수정 2021.01.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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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만에 환자 모두 이송했지만... '39명 숨진 참사' 막을 수 없었나

150명이 넘는 대규모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동일 집단 격리 중이던 경기 부천의 한 요양병원,
어제(31일) 오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환자 4명이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끝까지 남아 환자들을 돌보던 의료진 5명도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각각 이송됐는데요.

지난달 11일 동일집단 격리가 시작된 지 20일 만에 집단 감염 사태가 겨우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환자만 39명,
이 가운데 27명은 병상을 기다리다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대부분 열흘 가까이 병상을 기다린 것으로 확인됐는데, 뒤늦게 병상 배정을 받았어도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서인지 병원에서 숨진 환자도 12명에 이릅니다.

부천시 관계자는 "숨진 환자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자이다. 기저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병상 배정까지 늦어지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보니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병상 배정은 중수본의 권한이다 보니, '지자체 입장에선 돕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격리만 하고 내부 지침 미흡 ... " 요양병원 환자들 포기했다"

이 병원은 격리 초기에 제대로 된 방역 지침이 없어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KBS에 제보를 한 이 병원의 환자 보호자는 요양병원이 격리 상태에서 내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요.

" 저희 어머니는 비확진자인데 확진자와 같은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렇게 관리를 하느냐고 항의했죠. 그랬더니 병원 측에서 방역 당국이 격리 이후 어떤 식으로 관리하라고 지침을 주지 않아, 기존에 관리하던 방식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이게 말이 되나요? 차라리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싶은데 격리 중이기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동일 집단 격리의 초점이 외부 확산을 막는 것에 맞춰져 있다 보니, 내부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 병원은 격리 초기 사흘 동안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한 병실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에 내려지는 동일집단 격리 조치가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원칙대로 지켜지지 않아 추가 감염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동일 집단 격리를 하는 이유가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들을 잠시 격리한 뒤 역학 조사를 통해 환자군을 구분해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동일집단 격리는 대부분 원칙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일 집단 격리를 한다고 하면서 내부에 환자들 제대로 구분도 안 되고, 한 병실에서 여러 명이 집단생활하고 인력도 부족해 확진자 돌보던 인력이 비확진자 간호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현재 방역 당국의 집단 격리 조치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요양병원은 치료 시설이 아니고, 요양. 간병 시설입니다. 중증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기저질환 있는 고령 중증환자들을 집단으로 격리해 놓고 병상 배정도 제대로 안 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요양병원 환자들의 생명을 포기한 것이죠.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병상 배정해 달라고 하면 없다고 한다고 합니다. 현재 병상 배정의 우선순위는 치료를 받아 생존할 가능성이 큰 환자들에게 있거든요. 늙고 병든 요양병원 환자들은 격리된 상태에서 병상 배정 순위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내부 상황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요양병원 집단 감염 끊이지 않아... ' 격리가 답 아니다'

부천지역의 또 다른 요양병원에서도 확진자 4명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서울 구로구에서 전원한 환자들이었습니다. 이 전 병원에선 음성 판정을 받아 외부로 이송됐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요양병원 집단 감염 문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은 60여 개에 이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격리 조치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제때 진행되기 어렵다 보니 일반적인 집단 감염보다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25%는 요양병원 집단 감염을 통해 발생했습니다. 감염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병원 이송과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 보니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들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요양병원의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미 요양병원 업계에선 '3차 대유행'이 오면 요양병원이 가장 취약할 것을 예상했고,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정부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역 당국으로부터 되돌아온 답은 없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집단 감염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요양병원 환자 받아 줄 병원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양병원 코로나19 환자 받아 줄 전담 병원 마련해서 대비하자고 몇 달 전부터 공문도 보내고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의 한 번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야 노인들 죽어 나가고 언론에서 보도를 하니 뭔가 하겠다고 시늉하고 있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힘들어도 정부 지침 믿고 따라왔는데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에 이제는 배신감이 듭니다 (요양병원 관계자) "

구로구 요양병원 의료진 역시 지금의 사태를 '일본 유람선'에 비유했습니다. 역학 조사관이 나와 확진자 분리하라고 지시했지만,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 할 수 없이 5인실 병실에서 8명의 환자를 관리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격리시켜 환자를 빼주지는 않으면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해 관리하라는 지침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뒤늦게 요양병원에 대해 긴급 대응팀을 파견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격리 초기 대응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정부에서 직접 전문 인력을 파견해 더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정부가 정말 요양병원 환자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다시 얻기 위해선, 기존의 '격리 조치'가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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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만에 환자 모두 이송했지만…‘39명 숨진 참사’ 막을 수 없었나
    • 입력 2021-01-01 08:39:04
    • 수정2021-01-01 08:39:49
    취재K

■ 20일 만에 환자 모두 이송했지만... '39명 숨진 참사' 막을 수 없었나

150명이 넘는 대규모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동일 집단 격리 중이던 경기 부천의 한 요양병원,
어제(31일) 오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환자 4명이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끝까지 남아 환자들을 돌보던 의료진 5명도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각각 이송됐는데요.

지난달 11일 동일집단 격리가 시작된 지 20일 만에 집단 감염 사태가 겨우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환자만 39명,
이 가운데 27명은 병상을 기다리다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대부분 열흘 가까이 병상을 기다린 것으로 확인됐는데, 뒤늦게 병상 배정을 받았어도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서인지 병원에서 숨진 환자도 12명에 이릅니다.

부천시 관계자는 "숨진 환자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자이다. 기저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병상 배정까지 늦어지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보니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병상 배정은 중수본의 권한이다 보니, '지자체 입장에선 돕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격리만 하고 내부 지침 미흡 ... " 요양병원 환자들 포기했다"

이 병원은 격리 초기에 제대로 된 방역 지침이 없어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KBS에 제보를 한 이 병원의 환자 보호자는 요양병원이 격리 상태에서 내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요.

" 저희 어머니는 비확진자인데 확진자와 같은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렇게 관리를 하느냐고 항의했죠. 그랬더니 병원 측에서 방역 당국이 격리 이후 어떤 식으로 관리하라고 지침을 주지 않아, 기존에 관리하던 방식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이게 말이 되나요? 차라리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싶은데 격리 중이기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동일 집단 격리의 초점이 외부 확산을 막는 것에 맞춰져 있다 보니, 내부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 병원은 격리 초기 사흘 동안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한 병실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에 내려지는 동일집단 격리 조치가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원칙대로 지켜지지 않아 추가 감염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동일 집단 격리를 하는 이유가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들을 잠시 격리한 뒤 역학 조사를 통해 환자군을 구분해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동일집단 격리는 대부분 원칙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일 집단 격리를 한다고 하면서 내부에 환자들 제대로 구분도 안 되고, 한 병실에서 여러 명이 집단생활하고 인력도 부족해 확진자 돌보던 인력이 비확진자 간호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현재 방역 당국의 집단 격리 조치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요양병원은 치료 시설이 아니고, 요양. 간병 시설입니다. 중증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기저질환 있는 고령 중증환자들을 집단으로 격리해 놓고 병상 배정도 제대로 안 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요양병원 환자들의 생명을 포기한 것이죠.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병상 배정해 달라고 하면 없다고 한다고 합니다. 현재 병상 배정의 우선순위는 치료를 받아 생존할 가능성이 큰 환자들에게 있거든요. 늙고 병든 요양병원 환자들은 격리된 상태에서 병상 배정 순위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내부 상황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요양병원 집단 감염 끊이지 않아... ' 격리가 답 아니다'

부천지역의 또 다른 요양병원에서도 확진자 4명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서울 구로구에서 전원한 환자들이었습니다. 이 전 병원에선 음성 판정을 받아 외부로 이송됐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요양병원 집단 감염 문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은 60여 개에 이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격리 조치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제때 진행되기 어렵다 보니 일반적인 집단 감염보다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25%는 요양병원 집단 감염을 통해 발생했습니다. 감염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병원 이송과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 보니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들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요양병원의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미 요양병원 업계에선 '3차 대유행'이 오면 요양병원이 가장 취약할 것을 예상했고,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정부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역 당국으로부터 되돌아온 답은 없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집단 감염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요양병원 환자 받아 줄 병원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양병원 코로나19 환자 받아 줄 전담 병원 마련해서 대비하자고 몇 달 전부터 공문도 보내고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의 한 번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야 노인들 죽어 나가고 언론에서 보도를 하니 뭔가 하겠다고 시늉하고 있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힘들어도 정부 지침 믿고 따라왔는데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에 이제는 배신감이 듭니다 (요양병원 관계자) "

구로구 요양병원 의료진 역시 지금의 사태를 '일본 유람선'에 비유했습니다. 역학 조사관이 나와 확진자 분리하라고 지시했지만,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 할 수 없이 5인실 병실에서 8명의 환자를 관리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격리시켜 환자를 빼주지는 않으면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해 관리하라는 지침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뒤늦게 요양병원에 대해 긴급 대응팀을 파견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격리 초기 대응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정부에서 직접 전문 인력을 파견해 더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정부가 정말 요양병원 환자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다시 얻기 위해선, 기존의 '격리 조치'가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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