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태어난 ‘만월대’…14년 간의 발굴 기록

입력 2021.01.02 (08:23) 수정 2021.01.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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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남북관계지만 2021년 새해엔 남과 북이 화합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남북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일 텐데요.

오늘 남북의 창이 신년을 맞아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마련해 봤습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준비하셨죠?

[답변]

네, 무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남과 북이 함께 이어온 대형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두 분은 알고 계실까요?

[앵커]

14년 동안...계속 이어왔다면 아무래도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문화 교류 쪽일 것 같은데요.

공동 문화유산 발굴이지 않을까요?

[답변]

바로 고려시대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인데요. 만 칠천여 점의 만월대 유물이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지난해 말 공개됐습니다.

남과 북 따로가 아닌,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명감으로 이루어낸 성과들, 그 14년간의 기록들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 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강 건너편은 북한 땅입니다.

최근 이 전망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곳은 남북공동 발굴조사를 통해서 만월대에서 발굴된 유물과 공동조사의 발자취가 담긴 전시관입니다.

천 백 년전 고려 황실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지금 저와 함께 가보시죠.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남과 북은 총 8차례 걸쳐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고려 궁궐의 역사를 발굴해 냈는데요, 기와 조각과 도자기, 금속활자와 같은 3만 여점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이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을 홀로그램과 3D 프린팅 기술로 재현했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이 뚝 끊어진 전시관.

[손기수/오두산 통일전망대 안내운영팀장 : "12월 9일부터 코로나 예방 방지 차원에서 휴관조치가 됐습니다. 계속 코로나 발생이 많이 확산됐는데요. 아마 잠정 휴관이 길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남과 북이 공동 발굴한 만월대는 어떤 곳일까요?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의 거대한 건물터.

고려 시대의 궁궐터였던 ‘만월대’인데요, 만월대는 태조 왕건 시절부터 470여 년 동안 고려 왕조와 흥망성쇠를 함께했습니다.

[드라마 ‘태조 왕건’ 中 : "우리 고려라는 이름이 천년만년을 지나 우리 후손들은 물론 온 우주 만방에 길이 남겨지는 이름이 되게 할 것이오."]

태조 왕건의 포부처럼 고려는 고려청자,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등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기며 한반도 통일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안병우/한국학중앙연구원장 : "고려라고 하는 왕조는 후삼국의 분열기를 통일한 통일왕조고요. 아주 장기간 지속한 왕조였습니다. 불교가 가장 중심적인 종교로서 역할을 했지만 정치는 유교의 이념을 가지고 정치를 했었던 그런 면에서 보면 다원적인 사상이 공존했었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려 시대 문화재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요.

왕건의 무덤 내부 천장과 벽면에 새겨진 벽화는 일제 시대 도굴을 당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왕건릉 안내원/2015년 인터뷰 : "무덤 현실 안을 발굴해 보니까 도굴로 인해서 흙이 가득 차 있고 안에 있던 유물들을 거의 다 약탈해 간 상태였단 말입니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문화재 보존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경제난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00년 11월 유네스코에 10만 달러를 기탁해 <북한 문화재 보존 지원 신탁기금>을 설립했습니다.

민간 차원의 협력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2007년 시작한‘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입니다.

공동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만월대 곳곳에서 유물들이 발견됐습니다.

발굴을 통해 고려 시대 건물 배치 양식을 확인할 수 있었고 보기 드문 형태의 청자 항아리와, 여러 한자가 새겨진 명문 기와들도 발굴됐습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13년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제3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개성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채택 됐습니다."]

만월대의 중심건물인 원덕전을 오르내리는 대형 계단이 발굴됐고, 잡귀를 쫓기 위해 궁궐 지붕 추녀마루에 올렸던 기와장식, ‘용머리’ 도 발견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려의 대표 유물 중 하나이자 세계 최초로 알려진 금속활자가 출토됐습니다.

가로세로 1.3㎝의 고려 금속활자는 만월대 공동발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공동 발굴 사업진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야 했는데요.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방치된 유적입니다.

[안병우/한국학중앙연구원장 : "발굴이라고 하는건 한번 시작하면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진행해야 되는데 발굴하다 중단한 상태로 오래 있으면 유적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제일 걱정스럽고요."]

금방이라도 재개될 것 같았던 남북 공동발굴조사. 또 다시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 전망대에선 원래 개성시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만월대 깊이에는 발굴해야 할 유물과 유적지가 많은데요.

우리가 이토록 공동발굴조사에 힘쓰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민족의 역사이자 공동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통일부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 했습니다.

바로 남북공동발굴자료의 온라인 공개입니다

[신준영/남북역사학자 협의회 사무국장 : "DB화되고 검색이 되어야 그리고 온라인으로 제공이 돼야 활용이 되는 것이지 우리 사무실에 하드로 쌓여 있으면 불가능하잖아요. 이걸 정리해서 아카이브로 구축을 해서 검색이 가능하게 해서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출판언론 교육계든 원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14년 간 찾아낸 60여만 건의 자료들이 디지털화 됐고, 이 중 4만 5천 건이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이 작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도전입니다.

아직 땅속에 잠들어 있는 역사가 더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안병우/한국학중앙연구원장 : "2021년에 갈 수만 있다면 발굴을 당연히 시작해야 될 거고요. 지금 60% 정도를 발굴했거든요. 원래 계획하고 있는 면적에. 나머지 40%의 발굴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마쳐야 해요."]

개성 만월대 14년의 기록.

2021년엔 고려사의 새로운 기록들이 남과 북에 채워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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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로 태어난 ‘만월대’…14년 간의 발굴 기록
    • 입력 2021-01-02 08:23:03
    • 수정2021-01-02 08: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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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남북관계지만 2021년 새해엔 남과 북이 화합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남북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일 텐데요.

오늘 남북의 창이 신년을 맞아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마련해 봤습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준비하셨죠?

[답변]

네, 무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남과 북이 함께 이어온 대형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두 분은 알고 계실까요?

[앵커]

14년 동안...계속 이어왔다면 아무래도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문화 교류 쪽일 것 같은데요.

공동 문화유산 발굴이지 않을까요?

[답변]

바로 고려시대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인데요. 만 칠천여 점의 만월대 유물이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지난해 말 공개됐습니다.

남과 북 따로가 아닌,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명감으로 이루어낸 성과들, 그 14년간의 기록들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 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강 건너편은 북한 땅입니다.

최근 이 전망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곳은 남북공동 발굴조사를 통해서 만월대에서 발굴된 유물과 공동조사의 발자취가 담긴 전시관입니다.

천 백 년전 고려 황실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지금 저와 함께 가보시죠.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남과 북은 총 8차례 걸쳐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고려 궁궐의 역사를 발굴해 냈는데요, 기와 조각과 도자기, 금속활자와 같은 3만 여점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이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을 홀로그램과 3D 프린팅 기술로 재현했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이 뚝 끊어진 전시관.

[손기수/오두산 통일전망대 안내운영팀장 : "12월 9일부터 코로나 예방 방지 차원에서 휴관조치가 됐습니다. 계속 코로나 발생이 많이 확산됐는데요. 아마 잠정 휴관이 길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남과 북이 공동 발굴한 만월대는 어떤 곳일까요?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의 거대한 건물터.

고려 시대의 궁궐터였던 ‘만월대’인데요, 만월대는 태조 왕건 시절부터 470여 년 동안 고려 왕조와 흥망성쇠를 함께했습니다.

[드라마 ‘태조 왕건’ 中 : "우리 고려라는 이름이 천년만년을 지나 우리 후손들은 물론 온 우주 만방에 길이 남겨지는 이름이 되게 할 것이오."]

태조 왕건의 포부처럼 고려는 고려청자,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등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기며 한반도 통일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안병우/한국학중앙연구원장 : "고려라고 하는 왕조는 후삼국의 분열기를 통일한 통일왕조고요. 아주 장기간 지속한 왕조였습니다. 불교가 가장 중심적인 종교로서 역할을 했지만 정치는 유교의 이념을 가지고 정치를 했었던 그런 면에서 보면 다원적인 사상이 공존했었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려 시대 문화재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요.

왕건의 무덤 내부 천장과 벽면에 새겨진 벽화는 일제 시대 도굴을 당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왕건릉 안내원/2015년 인터뷰 : "무덤 현실 안을 발굴해 보니까 도굴로 인해서 흙이 가득 차 있고 안에 있던 유물들을 거의 다 약탈해 간 상태였단 말입니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문화재 보존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경제난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00년 11월 유네스코에 10만 달러를 기탁해 <북한 문화재 보존 지원 신탁기금>을 설립했습니다.

민간 차원의 협력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2007년 시작한‘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입니다.

공동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만월대 곳곳에서 유물들이 발견됐습니다.

발굴을 통해 고려 시대 건물 배치 양식을 확인할 수 있었고 보기 드문 형태의 청자 항아리와, 여러 한자가 새겨진 명문 기와들도 발굴됐습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13년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제3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개성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채택 됐습니다."]

만월대의 중심건물인 원덕전을 오르내리는 대형 계단이 발굴됐고, 잡귀를 쫓기 위해 궁궐 지붕 추녀마루에 올렸던 기와장식, ‘용머리’ 도 발견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려의 대표 유물 중 하나이자 세계 최초로 알려진 금속활자가 출토됐습니다.

가로세로 1.3㎝의 고려 금속활자는 만월대 공동발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공동 발굴 사업진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야 했는데요.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방치된 유적입니다.

[안병우/한국학중앙연구원장 : "발굴이라고 하는건 한번 시작하면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진행해야 되는데 발굴하다 중단한 상태로 오래 있으면 유적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제일 걱정스럽고요."]

금방이라도 재개될 것 같았던 남북 공동발굴조사. 또 다시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 전망대에선 원래 개성시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만월대 깊이에는 발굴해야 할 유물과 유적지가 많은데요.

우리가 이토록 공동발굴조사에 힘쓰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민족의 역사이자 공동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통일부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 했습니다.

바로 남북공동발굴자료의 온라인 공개입니다

[신준영/남북역사학자 협의회 사무국장 : "DB화되고 검색이 되어야 그리고 온라인으로 제공이 돼야 활용이 되는 것이지 우리 사무실에 하드로 쌓여 있으면 불가능하잖아요. 이걸 정리해서 아카이브로 구축을 해서 검색이 가능하게 해서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출판언론 교육계든 원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14년 간 찾아낸 60여만 건의 자료들이 디지털화 됐고, 이 중 4만 5천 건이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이 작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도전입니다.

아직 땅속에 잠들어 있는 역사가 더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안병우/한국학중앙연구원장 : "2021년에 갈 수만 있다면 발굴을 당연히 시작해야 될 거고요. 지금 60% 정도를 발굴했거든요. 원래 계획하고 있는 면적에. 나머지 40%의 발굴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마쳐야 해요."]

개성 만월대 14년의 기록.

2021년엔 고려사의 새로운 기록들이 남과 북에 채워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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