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쏘아올린 ‘사면론’…말 아끼는 與, 격앙된 野

입력 2021.01.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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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정치권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가 뜨겁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당장 여당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나오자, 이 대표는 어제(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봉합 시도에 나섰습니다.

최고위 이후 민주당은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사면론’은 이대로 봉합된 걸까요? 아니면 다시 추진될까요?


■말 아끼는 與, “국민 동의 전제돼야 ”화난 민심에 기름“

오늘 민주당은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면과 관련 발언을 한 사람은 양향자 최고위원이 유일합니다.

양 최고위원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탄핵,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급함을 절박함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치공학적이고 인위적 방법론이 아닌 국민에 도움되는 유능함만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어제 최고위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대법원 판결 전까진 사면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오늘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묻지 마 식의 사면은 동의할 수 없다“며 ”정경심 교수 구속과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로 화난 민심에 사면 이야기가 기름을 부었다“고 반발했습니다.

사면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침묵’하던 野, ‘조건부 사면론’에 격앙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직후 당사자격인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습니다.

의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수에 섣불리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가 무엇이든 사면 제의를 환영한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서나 국격을 위해서나 사면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분열을 조장하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해부터는 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건부 사면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결국,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며 ”장난치지 말라“ ”정리 못 하면 (이낙연은) 당 대표 자격도 없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건 사면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집권하고 있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든지 장난을 쳐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사면은 대통령이 권한“이라며 ”선거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직 대통령 측근들은? ”국민 공감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정치쇼“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앞서 이낙연 대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사면론을 꺼내기 앞서 문 대통령과 교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의 제안을 실현 가능한, 진정성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듯했는데요.

어제 최고위 이후 민주당이 ‘당사자의 반성’을 사면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자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이 고문은 반성 조건 사면에 대해 ”살인·강도나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권을 담당했던 전직 대통령들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사면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지 않나. 찬성을 택하느냐, 반대를 택하느냐는 것은 사면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전 의원도 ‘사면론’을 ‘정치쇼’라고 일축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극한의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한발 물러선 이낙연, ‘리더십 시험대’

이낙연 대표는 사면 논란과 관련해 ”일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 이후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입장과 여론 추이 등을 살펴본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회의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사면론이 이 대표의 충정에서 비롯된 거라는 데 대해서는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 없이 사면은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이 대표는 당내에서조차 제안을 관철하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

때문에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친문과 호남 지역에서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데,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보입니다.

반대로 이 대표가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차피 사면 논의는 불거질 수밖에 없는데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결정을 내릴 경우 ‘사면론’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이 대표의 존재감, 그리고 통합형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강성 지치층과 당내 반발에 밀려 사면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접어야 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일각에선 ‘이낙연 대선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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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이 쏘아올린 ‘사면론’…말 아끼는 與, 격앙된 野
    • 입력 2021-01-04 16:44:54
    취재K
새해부터 정치권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가 뜨겁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당장 여당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나오자, 이 대표는 어제(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봉합 시도에 나섰습니다.

최고위 이후 민주당은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사면론’은 이대로 봉합된 걸까요? 아니면 다시 추진될까요?


■말 아끼는 與, “국민 동의 전제돼야 ”화난 민심에 기름“

오늘 민주당은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면과 관련 발언을 한 사람은 양향자 최고위원이 유일합니다.

양 최고위원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탄핵,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급함을 절박함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치공학적이고 인위적 방법론이 아닌 국민에 도움되는 유능함만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어제 최고위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대법원 판결 전까진 사면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오늘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묻지 마 식의 사면은 동의할 수 없다“며 ”정경심 교수 구속과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로 화난 민심에 사면 이야기가 기름을 부었다“고 반발했습니다.

사면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침묵’하던 野, ‘조건부 사면론’에 격앙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직후 당사자격인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습니다.

의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수에 섣불리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가 무엇이든 사면 제의를 환영한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서나 국격을 위해서나 사면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분열을 조장하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해부터는 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건부 사면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결국,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며 ”장난치지 말라“ ”정리 못 하면 (이낙연은) 당 대표 자격도 없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건 사면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집권하고 있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든지 장난을 쳐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사면은 대통령이 권한“이라며 ”선거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직 대통령 측근들은? ”국민 공감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정치쇼“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앞서 이낙연 대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사면론을 꺼내기 앞서 문 대통령과 교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의 제안을 실현 가능한, 진정성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듯했는데요.

어제 최고위 이후 민주당이 ‘당사자의 반성’을 사면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자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이 고문은 반성 조건 사면에 대해 ”살인·강도나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권을 담당했던 전직 대통령들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사면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지 않나. 찬성을 택하느냐, 반대를 택하느냐는 것은 사면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전 의원도 ‘사면론’을 ‘정치쇼’라고 일축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극한의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한발 물러선 이낙연, ‘리더십 시험대’

이낙연 대표는 사면 논란과 관련해 ”일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 이후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입장과 여론 추이 등을 살펴본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회의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사면론이 이 대표의 충정에서 비롯된 거라는 데 대해서는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 없이 사면은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이 대표는 당내에서조차 제안을 관철하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

때문에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친문과 호남 지역에서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데,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보입니다.

반대로 이 대표가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차피 사면 논의는 불거질 수밖에 없는데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결정을 내릴 경우 ‘사면론’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이 대표의 존재감, 그리고 통합형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강성 지치층과 당내 반발에 밀려 사면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접어야 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일각에선 ‘이낙연 대선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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