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이 무슨 힘이 있나, 정인이 부모에게 살인죄 적용하라”

입력 2021.01.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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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271일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사건이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16개월 여아로 알고 있던 이 아이의 입양 전 이름은 '정인'입니다.

지난 2일 정인이의 죽음을 다룬 한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온라인에선 '정인아 미안해'라는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마음은 추모에서 분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말도 못할 정도로 어렸던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며 법원에 진정서나 엄벌청원서를 보내며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양부모, 학대치사 아니라 살인죄로 죗값 치뤄야"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양부모는 오는 13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습니다. 양모인 A 씨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양부인 B 씨는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지난해 11월, 양어머니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이다.지난해 11월, 양어머니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이다.
시민들의 공분을 사는 부분도 바로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입니다. 정인이가 숨졌을 당시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는 겁니다.

병원에서 숨졌을 때 정인이는 온몸이 멍투성이였습니다. 또 쇄골과 가슴뼈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정인이의 장기까지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실려 왔던 이대목동병원에서 일하는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방송을 통해 정인이의 췌장이 완전히 절단돼 있었고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췌장이 절단되는 부상은 '실수'로 떨어뜨려서 생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노상재 전북대학교 법의학 교수는 "췌장은 복부 깊숙이 있기 때문인데, 췌장이 절단되려면 발로 배를 고의로 힘껏 밟을 정도로 큰 힘을 가해야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법원에 접수된 진정서 500개 넘어…검찰, 공소장 변경하나?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오늘(4일) 성명서를 내고 "가해 부모에 대해 살인죄로 의율할 것을 적극 검토하라"라고 검찰과 법원에 요구했습니다.

오늘 오후까지 서울 남부지법에 접수된 해당 사건 관련한 진정서, 엄벌진정서, 탄원서는 모두 500개가 넘습니다. 그 가운데 120여 개오늘 하루만에 접수된 겁니다. 그만큼 법원에 직접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보내는 적극적인 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시민들이 직접 진정서를 써서 법원에 보내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누가 진정서를 써봤던 경험이 있겠느냐"라며 협회에 '어떻게 진정서를 제출하면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중순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 양의 사망 원인과 부상 정도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검찰이 재감정 결과에 따라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만약 이들에게 살인 혐의가 추가되거나 적용된다면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징역 10년에서 16년이 기본 양형입니다. 반면 아동학대 치사죄는 많아야 10년 정도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재감정 의뢰 당시 "재감정 결과와 A 양 관련 진료기록·CCTV 등 증거들을 종합할 예정"이라며 공소장 변경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검찰이 이들 부부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했는 지 여부는 오는 13일 첫 공판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 "우리 딸 같아서 가만히 못 있어"…온기로 찬 정인이 수목장

정인 양이 안장된 경기도 양평 자연공원에는 애달픈 시민들의 마음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취재진이 만난 경기도 이천에 사는 한 시민 역시 정인 양이 계속 마음에 밟혀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인 양이 안장된 경기도 양평의 한 자연공원의 오늘(4일) 모습. 시민들이 꽃과 선물, 편지 등을 남기고 갔다.정인 양이 안장된 경기도 양평의 한 자연공원의 오늘(4일) 모습. 시민들이 꽃과 선물, 편지 등을 남기고 갔다.
"막내 딸이 정인이보다 딱 한 달 일찍 태어났어요. 너무 내 아이 같아서…위로하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어서 왔어요. 다음 생에는 꼭 사랑 받는 집에서 태어나서 예쁘고 건강하게 사랑받으면서 자라도록 그렇게 빌었어요. "

해당 공원은 소아암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장지입니다. 양부모는 이 곳에 정인이를 안장하면서 3천원 짜리 액자에 정인이 사진을 끼워둔 게 다였습니다.

시민들이 찾아오기 전의 정인 양의 수목장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시민들이 찾아오기 전의 정인 양의 수목장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그나마 정인이를 찾아가고 추모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습니다. 공 대표는 "처음에 찾아간 수목장은 사진 하나 있고, 볼품 없는 나무 하나가 다였다"라며 "그래도 뿌리지 않아서 고맙다, 찾아갈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인이가 안장된 수목장 앞을 울음을 참지 못한 채 한참을 지키던 C 씨는 취재진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16개월이 무슨 힘이 있어요. 살인죄 확실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한없이 작고 약하고 소중한 존재잖아요. 어른들이 지켜줘야지요. 모든 아이들이 다 사랑받고 웃으면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이제는 어른들이 책임지고 정인 양에게 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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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개월이 무슨 힘이 있나, 정인이 부모에게 살인죄 적용하라”
    • 입력 2021-01-04 17:51:53
    취재K

입양 271일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사건이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16개월 여아로 알고 있던 이 아이의 입양 전 이름은 '정인'입니다.

지난 2일 정인이의 죽음을 다룬 한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온라인에선 '정인아 미안해'라는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마음은 추모에서 분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말도 못할 정도로 어렸던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며 법원에 진정서나 엄벌청원서를 보내며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양부모, 학대치사 아니라 살인죄로 죗값 치뤄야"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양부모는 오는 13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습니다. 양모인 A 씨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양부인 B 씨는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지난해 11월, 양어머니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이다.시민들의 공분을 사는 부분도 바로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입니다. 정인이가 숨졌을 당시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는 겁니다.

병원에서 숨졌을 때 정인이는 온몸이 멍투성이였습니다. 또 쇄골과 가슴뼈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정인이의 장기까지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실려 왔던 이대목동병원에서 일하는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방송을 통해 정인이의 췌장이 완전히 절단돼 있었고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췌장이 절단되는 부상은 '실수'로 떨어뜨려서 생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노상재 전북대학교 법의학 교수는 "췌장은 복부 깊숙이 있기 때문인데, 췌장이 절단되려면 발로 배를 고의로 힘껏 밟을 정도로 큰 힘을 가해야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법원에 접수된 진정서 500개 넘어…검찰, 공소장 변경하나?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오늘(4일) 성명서를 내고 "가해 부모에 대해 살인죄로 의율할 것을 적극 검토하라"라고 검찰과 법원에 요구했습니다.

오늘 오후까지 서울 남부지법에 접수된 해당 사건 관련한 진정서, 엄벌진정서, 탄원서는 모두 500개가 넘습니다. 그 가운데 120여 개오늘 하루만에 접수된 겁니다. 그만큼 법원에 직접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보내는 적극적인 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시민들이 직접 진정서를 써서 법원에 보내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누가 진정서를 써봤던 경험이 있겠느냐"라며 협회에 '어떻게 진정서를 제출하면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중순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 양의 사망 원인과 부상 정도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검찰이 재감정 결과에 따라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만약 이들에게 살인 혐의가 추가되거나 적용된다면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징역 10년에서 16년이 기본 양형입니다. 반면 아동학대 치사죄는 많아야 10년 정도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재감정 의뢰 당시 "재감정 결과와 A 양 관련 진료기록·CCTV 등 증거들을 종합할 예정"이라며 공소장 변경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검찰이 이들 부부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했는 지 여부는 오는 13일 첫 공판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 "우리 딸 같아서 가만히 못 있어"…온기로 찬 정인이 수목장

정인 양이 안장된 경기도 양평 자연공원에는 애달픈 시민들의 마음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취재진이 만난 경기도 이천에 사는 한 시민 역시 정인 양이 계속 마음에 밟혀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인 양이 안장된 경기도 양평의 한 자연공원의 오늘(4일) 모습. 시민들이 꽃과 선물, 편지 등을 남기고 갔다."막내 딸이 정인이보다 딱 한 달 일찍 태어났어요. 너무 내 아이 같아서…위로하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어서 왔어요. 다음 생에는 꼭 사랑 받는 집에서 태어나서 예쁘고 건강하게 사랑받으면서 자라도록 그렇게 빌었어요. "

해당 공원은 소아암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장지입니다. 양부모는 이 곳에 정인이를 안장하면서 3천원 짜리 액자에 정인이 사진을 끼워둔 게 다였습니다.

시민들이 찾아오기 전의 정인 양의 수목장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그나마 정인이를 찾아가고 추모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습니다. 공 대표는 "처음에 찾아간 수목장은 사진 하나 있고, 볼품 없는 나무 하나가 다였다"라며 "그래도 뿌리지 않아서 고맙다, 찾아갈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인이가 안장된 수목장 앞을 울음을 참지 못한 채 한참을 지키던 C 씨는 취재진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16개월이 무슨 힘이 있어요. 살인죄 확실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한없이 작고 약하고 소중한 존재잖아요. 어른들이 지켜줘야지요. 모든 아이들이 다 사랑받고 웃으면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이제는 어른들이 책임지고 정인 양에게 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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