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태풍→美서부 산불 “영향 줬다”

입력 2021.01.05 (14:33) 수정 2021.01.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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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8월 22일 태풍 '바비'를 시작으로, '마이삭', '하이선' 등 9월 초까지 한반도에는 강력한 태풍이 왔습니다. 모두 남해안에서부터 수직으로 한반도를 관통하고 북상했는데요. 이 태풍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동시 발생' 지구 재해…한반도 '태풍'과 미국 서부 '산불'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4개입니다. 평년 3.1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8월말 9월초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최대순간풍속도 49.2m/s (제주 고산, 마이삭)에 이르는 강한 바람과 많은 강수를 동반해 민가 등 곳곳에 많은 피해를 줬습니다.

2020년 여름,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태풍과 산불 2020년 여름,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태풍과 산불

비슷한 시기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이 확산하고 있었는데요.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9월 중순이 지나서도 오리건주 등 무려 12개 주에서 약 100여 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9월 중순을 기준으로 미국 산불 피해 규모는 수치상 2만 ㎢,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탄 것으로 집계되고 있었습니다. 사망자도 최소 36명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원된 소방관들마저 산불 잡느라 정작 자신의 집이 불타는 걸 막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산불을 멈출 수 있는 것은 기상상황에 달려있었습니다.

■한반도 태풍이 미국 서부 산불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지구에서 벌어졌던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자연재해의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반도 태풍이 미국 서부 산불에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의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한반도 여름 태풍의 강력한 에너지가 제트기류를 변화시키면서 미국 서부 산불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태풍들이 한반도를 지나고 계속 북상하면서 열대지방의 고온다습한 에너지를 북쪽으로 전파했는데, 제트기류를 변화시킬 정도로 매우 강력했다는 겁니다. 제트기류는 지구 대기권에서 좁고 수평으로 이동하는 기류입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서부 해안가에 강력한 고기압을 만들어 산불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2020년 여름 한반도에 영향을 준 세 개 태풍의 진로와 제트기류의 흐름2020년 여름 한반도에 영향을 준 세 개 태풍의 진로와 제트기류의 흐름

미국 서부에서는 고기압이 발달하니 날씨가 맑아 산불을 없애줄 비구름은 오지 않았던 건데요. 여기에 공기 흐름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탓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산맥을 타고 서부 전역에 건조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이 같은 분석은 연구팀이 2020년 태풍의 진로 등 다양한 관측 자료와 다중 앙상블 예측실험자료(GEFS)를 사용해 태풍을 예측한 실험과 그러지 못한 실험을 상대 비교함으로써 유추한 결론입니다.

윤진호 교수는 “극한기상기후를 지역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윤 교수팀과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연구진이 함께한 국제 공동연구로 기상청의 기후응용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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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태풍→美서부 산불 “영향 줬다”
    • 입력 2021-01-05 14:32:59
    • 수정2021-01-05 14:34:00
    취재K

지난해 여름, 8월 22일 태풍 '바비'를 시작으로, '마이삭', '하이선' 등 9월 초까지 한반도에는 강력한 태풍이 왔습니다. 모두 남해안에서부터 수직으로 한반도를 관통하고 북상했는데요. 이 태풍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동시 발생' 지구 재해…한반도 '태풍'과 미국 서부 '산불'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4개입니다. 평년 3.1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8월말 9월초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최대순간풍속도 49.2m/s (제주 고산, 마이삭)에 이르는 강한 바람과 많은 강수를 동반해 민가 등 곳곳에 많은 피해를 줬습니다.

2020년 여름,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태풍과 산불
비슷한 시기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이 확산하고 있었는데요.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9월 중순이 지나서도 오리건주 등 무려 12개 주에서 약 100여 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9월 중순을 기준으로 미국 산불 피해 규모는 수치상 2만 ㎢,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탄 것으로 집계되고 있었습니다. 사망자도 최소 36명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원된 소방관들마저 산불 잡느라 정작 자신의 집이 불타는 걸 막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산불을 멈출 수 있는 것은 기상상황에 달려있었습니다.

■한반도 태풍이 미국 서부 산불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지구에서 벌어졌던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자연재해의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반도 태풍이 미국 서부 산불에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의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한반도 여름 태풍의 강력한 에너지가 제트기류를 변화시키면서 미국 서부 산불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태풍들이 한반도를 지나고 계속 북상하면서 열대지방의 고온다습한 에너지를 북쪽으로 전파했는데, 제트기류를 변화시킬 정도로 매우 강력했다는 겁니다. 제트기류는 지구 대기권에서 좁고 수평으로 이동하는 기류입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서부 해안가에 강력한 고기압을 만들어 산불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2020년 여름 한반도에 영향을 준 세 개 태풍의 진로와 제트기류의 흐름
미국 서부에서는 고기압이 발달하니 날씨가 맑아 산불을 없애줄 비구름은 오지 않았던 건데요. 여기에 공기 흐름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탓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산맥을 타고 서부 전역에 건조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이 같은 분석은 연구팀이 2020년 태풍의 진로 등 다양한 관측 자료와 다중 앙상블 예측실험자료(GEFS)를 사용해 태풍을 예측한 실험과 그러지 못한 실험을 상대 비교함으로써 유추한 결론입니다.

윤진호 교수는 “극한기상기후를 지역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윤 교수팀과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연구진이 함께한 국제 공동연구로 기상청의 기후응용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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