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굴릴 수 있어요”…이런 주식투자 권유 조심!

입력 2021.01.06 (15:50) 수정 2021.01.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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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사기 일당이 운영한 ‘가짜 주식거래 프로그램 HTS’주식투자 사기 일당이 운영한 ‘가짜 주식거래 프로그램 HTS’

■ 시작은 주식투자 권유 '전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40대 중반 남성 A 씨.

지난 2019년 8월 'ㅇㅇ스탁'이라는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 자녀 양육으로 생활비가 급했던 A 씨는 '지원금'에 혹했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상담원은 자신들이 유명 증권사와 연계된 스마트폰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가입하면 소정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곧 프로그램을 깔아 주식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여력이 없어 신용대출 500만 원을 받아 상담원이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주식투자는 실패했습니다. A 씨가 산 주식 가격은 이내 크게 떨어졌습니다.

'ㅇㅇ스탁'이 운영하는 주식거래 프로그램은 주가가 크게 내리면 자동으로 주식이 팔리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처음 넣었던 투자금 500만 원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주식을 잘못 사 손실을 본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초반의 남성 B 씨.

역시 2018년 'ㅇㅇ스탁' 박수정 팀장이라는 여성의 전화를 받습니다. 박수정 팀장은 가입과 출석 이벤트로 투자금의 10배를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심 끝에 1억 2천만 원의 투자금을 넣고 10배인 12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고팔던 B 씨는 금세 7천만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자신이 산 종목마다 줄줄이 떨어져 버린 겁니다.

그러던 2019년 9월, 드디어 B 씨가 산 종목이 급등했습니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한 B 씨.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수익금을 되돌려받기 위해 'ㅇㅇ스탁'에 출금을 요청하자 이튿날 주식거래 프로그램 접속이 끊겼고 연락마저 끊겼습니다. 결국, B 씨는 초기 투자금 1억 2천만 원을 모두 날렸습니다.

주식투자 사기 일당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돈뭉치주식투자 사기 일당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돈뭉치

■ '주식 시세와 실시간 연동' 가짜 프로그램에 속아

'ㅇㅇ스탁'. 무인가 사설 주식투자 업체였지만 투자자들이 의심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가짜 프로그램이 진짜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실제 증권사의 주식거래 프로그램 HTS(Home Trading System), MTS(Mobile Trading System)와 아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실시간 주식 시세를 그대로 연동시켜 누가 보기에도 증권사 프로그램 같아 보였습니다.

실제 주식 매도 버튼을 클릭하면 매도 주문이 접수되고, 매수를 클릭하면 매수 주문이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상에서만 나타나는 거래일 뿐, 실제 주식을 사고판 건 아니었습니다.

'주식 증거금' 명목으로 입금한 투자금은 사기 일당의 법인 대포 통장으로 들어가 있을 뿐, 실제 주식거래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의 주식을 거래했는데 모두 프로그램상에서의 숫자놀음일 뿐, 실제 주식거래는 없었습니다.

■ "100만 원 넣으면 1,000만 원어치 주식 살 수 있어요"

이들은 투자금 100만 원을 입금하면 10배인 1,000만 원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투자금의 10배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고팔아 더 많은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손실이 나면 투자원금을 대부분 잃게 됩니다. 실제 있는 고위험 투자상품 '레버리지'와 똑같은 방식입니다.

하지만 제도권 증권사가 대부분 주식 증거금의 3~4배 수준의 투자가 가능한 데 반해, 10배로 훨씬 많은 돈을 굴릴 수 있는 데다 수수료도 0.03%로 매우 쌌다고 했습니다. 또 이벤트를 한다며 수십~수백만 원의 지원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속아 넘어간 투자자가 3,883명. 투자액이 726억 원에 달했습니다.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19억 원을 투자해 모두 날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식 사기 일당이 보낸 투자 권유 문자메시지 주식 사기 일당이 보낸 투자 권유 문자메시지

■ 개인정보는 어떻게 모았나?…"기자님도 털리셨네요"

경찰은 이들이 주식정보 사이트를 통해 투자자 연락처를 모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식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른바 주식리딩방 등에서 "유망 종목을 골라줄 테니 문자메시지를 보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모은 전화번호가 주식투자 사기 일당에게는 좋은 연락처 공급원이 됐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에게도 요즘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문자메시지가 자주 옵니다. 주식투자 사이트라며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에게 보여줬습니다. "기자님도 어디서 전화번호를 털리신 것 같네요."

주식투자에 큰 관심이 없지만, 유망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SNS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봤던 게 떠올랐습니다.

정작 종목을 추천하는 답 메시지는 없어 허위광고로 여기고 넘겼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와 받지 않았던 전화들 가운데 하나가 'ㅇㅇ스탁' 박수정 팀장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런 주식투자 권유 조심하세요!"

결국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이번 주식투자 사기사건을 취재하면서 들은 경찰과 피해자의 이야기, 피해자와 사기일당의 통화 내역을 종합해 이런 유형의 주식투자 권유는 꼭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투자를 권유한다

홍승우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장은 이번 사건이 경제 사기이기도 하지만 피싱 사기와 유사한 점이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주식투자 사기도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처럼 전화나 문자메시지에서 시작합니다. 개별적으로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는 불법으로 취득한 피해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투자사기 영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프로그램 설치 URL을 보낸다

주식거래 프로그램은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주소(URL)을 보내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건 십중팔구 인가받지 않은 사설 투자 업체입니다.

3. 유명 증권사와 연계 합병 강조

"기존 증권사보다 투자금의 10배를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유명 증권사와 연계한 업체여서 믿을 수 있습니다."
"유명 증권사의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나와서 운영하는 업체로 유망 종목 추천도 잘 해드립니다."
"유명 증권사의 전산관리 회사가 저희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피해자와 주식투자 사기 일당의 실제 상담 통화에서 일당이 꾸준히 강조했던 건 '유명 증권사'와 '연계'돼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4. 증권사 개인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로 입금 유도

통상 투자자가 증권사에 투자금을 입금할 때는 각자 개인 명의의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입출금이 이뤄집니다. 투자사기의 경우 'ㅇㅇ스탁' 등 법인 계좌로 입금을 요구합니다.

5. 의심되면 무조건 확인

무인가 사기업체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에서 제도권 회사인지 조회한 뒤, 대표번호로 전화해 꼭 재확인해야 합니다.

[연관 기사] “10배 고수익”…가짜 주식거래 사이트로 700억대 사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87873&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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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배 굴릴 수 있어요”…이런 주식투자 권유 조심!
    • 입력 2021-01-06 15:50:26
    • 수정2021-01-06 16:14:51
    취재K
주식투자 사기 일당이 운영한 ‘가짜 주식거래 프로그램 HTS’
■ 시작은 주식투자 권유 '전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40대 중반 남성 A 씨.

지난 2019년 8월 'ㅇㅇ스탁'이라는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 자녀 양육으로 생활비가 급했던 A 씨는 '지원금'에 혹했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상담원은 자신들이 유명 증권사와 연계된 스마트폰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가입하면 소정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곧 프로그램을 깔아 주식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여력이 없어 신용대출 500만 원을 받아 상담원이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주식투자는 실패했습니다. A 씨가 산 주식 가격은 이내 크게 떨어졌습니다.

'ㅇㅇ스탁'이 운영하는 주식거래 프로그램은 주가가 크게 내리면 자동으로 주식이 팔리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처음 넣었던 투자금 500만 원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주식을 잘못 사 손실을 본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초반의 남성 B 씨.

역시 2018년 'ㅇㅇ스탁' 박수정 팀장이라는 여성의 전화를 받습니다. 박수정 팀장은 가입과 출석 이벤트로 투자금의 10배를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심 끝에 1억 2천만 원의 투자금을 넣고 10배인 12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고팔던 B 씨는 금세 7천만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자신이 산 종목마다 줄줄이 떨어져 버린 겁니다.

그러던 2019년 9월, 드디어 B 씨가 산 종목이 급등했습니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한 B 씨.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수익금을 되돌려받기 위해 'ㅇㅇ스탁'에 출금을 요청하자 이튿날 주식거래 프로그램 접속이 끊겼고 연락마저 끊겼습니다. 결국, B 씨는 초기 투자금 1억 2천만 원을 모두 날렸습니다.

주식투자 사기 일당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돈뭉치
■ '주식 시세와 실시간 연동' 가짜 프로그램에 속아

'ㅇㅇ스탁'. 무인가 사설 주식투자 업체였지만 투자자들이 의심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가짜 프로그램이 진짜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실제 증권사의 주식거래 프로그램 HTS(Home Trading System), MTS(Mobile Trading System)와 아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실시간 주식 시세를 그대로 연동시켜 누가 보기에도 증권사 프로그램 같아 보였습니다.

실제 주식 매도 버튼을 클릭하면 매도 주문이 접수되고, 매수를 클릭하면 매수 주문이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상에서만 나타나는 거래일 뿐, 실제 주식을 사고판 건 아니었습니다.

'주식 증거금' 명목으로 입금한 투자금은 사기 일당의 법인 대포 통장으로 들어가 있을 뿐, 실제 주식거래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의 주식을 거래했는데 모두 프로그램상에서의 숫자놀음일 뿐, 실제 주식거래는 없었습니다.

■ "100만 원 넣으면 1,000만 원어치 주식 살 수 있어요"

이들은 투자금 100만 원을 입금하면 10배인 1,000만 원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투자금의 10배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고팔아 더 많은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손실이 나면 투자원금을 대부분 잃게 됩니다. 실제 있는 고위험 투자상품 '레버리지'와 똑같은 방식입니다.

하지만 제도권 증권사가 대부분 주식 증거금의 3~4배 수준의 투자가 가능한 데 반해, 10배로 훨씬 많은 돈을 굴릴 수 있는 데다 수수료도 0.03%로 매우 쌌다고 했습니다. 또 이벤트를 한다며 수십~수백만 원의 지원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속아 넘어간 투자자가 3,883명. 투자액이 726억 원에 달했습니다.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19억 원을 투자해 모두 날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식 사기 일당이 보낸 투자 권유 문자메시지
■ 개인정보는 어떻게 모았나?…"기자님도 털리셨네요"

경찰은 이들이 주식정보 사이트를 통해 투자자 연락처를 모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식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른바 주식리딩방 등에서 "유망 종목을 골라줄 테니 문자메시지를 보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모은 전화번호가 주식투자 사기 일당에게는 좋은 연락처 공급원이 됐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에게도 요즘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문자메시지가 자주 옵니다. 주식투자 사이트라며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에게 보여줬습니다. "기자님도 어디서 전화번호를 털리신 것 같네요."

주식투자에 큰 관심이 없지만, 유망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SNS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봤던 게 떠올랐습니다.

정작 종목을 추천하는 답 메시지는 없어 허위광고로 여기고 넘겼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와 받지 않았던 전화들 가운데 하나가 'ㅇㅇ스탁' 박수정 팀장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런 주식투자 권유 조심하세요!"

결국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이번 주식투자 사기사건을 취재하면서 들은 경찰과 피해자의 이야기, 피해자와 사기일당의 통화 내역을 종합해 이런 유형의 주식투자 권유는 꼭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투자를 권유한다

홍승우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장은 이번 사건이 경제 사기이기도 하지만 피싱 사기와 유사한 점이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주식투자 사기도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처럼 전화나 문자메시지에서 시작합니다. 개별적으로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는 불법으로 취득한 피해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투자사기 영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프로그램 설치 URL을 보낸다

주식거래 프로그램은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주소(URL)을 보내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건 십중팔구 인가받지 않은 사설 투자 업체입니다.

3. 유명 증권사와 연계 합병 강조

"기존 증권사보다 투자금의 10배를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유명 증권사와 연계한 업체여서 믿을 수 있습니다."
"유명 증권사의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나와서 운영하는 업체로 유망 종목 추천도 잘 해드립니다."
"유명 증권사의 전산관리 회사가 저희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피해자와 주식투자 사기 일당의 실제 상담 통화에서 일당이 꾸준히 강조했던 건 '유명 증권사'와 '연계'돼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4. 증권사 개인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로 입금 유도

통상 투자자가 증권사에 투자금을 입금할 때는 각자 개인 명의의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입출금이 이뤄집니다. 투자사기의 경우 'ㅇㅇ스탁' 등 법인 계좌로 입금을 요구합니다.

5. 의심되면 무조건 확인

무인가 사기업체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에서 제도권 회사인지 조회한 뒤, 대표번호로 전화해 꼭 재확인해야 합니다.

[연관 기사] “10배 고수익”…가짜 주식거래 사이트로 700억대 사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87873&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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