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필수노동자’의 삶…정부 대책으로 나아질까?

입력 2021.01.06 (15:52) 수정 2021.01.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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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 차량 난간 위에 서 있는 환경미화원 2명.  수거 차량 난간 위에 서 있는 환경미화원 2명.

■ 필수노동자, 코로나19 시대 꼭 필요한 존재들

예전에도 중요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해진 이들이 있습니다. 대규모 감염병으로부터 시민을 지켜주는 의료인력과 돌봄 종사자들, 비대면 사회를 가능하게 한 택배 기사와 환경미화원 등이 그 주인공들이죠.

이처럼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할 필요가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필수노동자'라고 부릅니다. 코로나19로 업무량이 늘어나고, 매 순간 감염 위험에 처하면서도 필수노동자들은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업무량 증가 등 근무 여건이 더욱 열악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을 담은 A4 용지 24장짜리 대책을 내놓은 건데요. 올해 1월 1일부터 이 대책이 시행 중인 가운데, 필수노동자들의 삶이 조금은 바뀌었는지 취재진이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 환경미화원, 올해부터 3인 1조로 증원

새벽 6시의 적막한 거리. 택배 종이상자와 각종 재활용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폐기물 수거를 맡은 환경미화원들은 그곳을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분주한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수거차량 뒤 난간에 서 있는 수거원 2명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거원 1명에 수거차량 운전기사 1명, 이렇게 2인 1조로 움직였는데 올해부터 수거원 1명이 더 충원된 겁니다. 일한 지 이제 3일 차라는 신입 수거원은 선배 환경미화원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업무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함께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함께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

코로나19 이후 택배와 포장이 급증하면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팀의 일상은 그전보다 바빠졌습니다. 예년 겨울 같으면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수거 차량을 2~3번 채울 정도로 폐기물을 수거하면 업무가 끝났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수거량이 많은 날에는 차량을 4번까지 꽉 채워야 할 만큼 쓰레기가 늘었다고 합니다. 최소 3톤 이상의 규모인데요. 수거원 혼자만으로는 벅차, 운전기사도 수거를 도와야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올해부터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은 3인 1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거를 도맡았던 환경미화원 서동민 씨는 "차량 좌우를 함께 살필 수 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덜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입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차량안전 장치, 주간작업 원칙을 포함한 작업안전 기준 점검, 건강진단 시행 등을 환경미화원 보호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직접 접촉이 일상인 '장애인 활동지원사'…대책 체감 '아직'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코로나19 여파로 근무 여건이 악화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하루 대부분을 돌봄 대상 장애인과 보내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윤우창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재진에게 돌봄 장애인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윤우창 씨. 취재진에게 돌봄 장애인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윤우창 씨.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을 맡고 있다 보니, 집 안에서 돌봄 대상 장애인의 손발이 돼주고 있었는데요. 함께 찍은 사진 속 윤 씨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으로선 마스크가 돌봄 대상자와 돌봄 종사자,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세정제로 소독해도 계속 접촉할 수밖에 없는 돌봄 업무의 특성상, 윤 씨는 그 누구보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대다수 기저 질환자인 돌봄 장애인들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해, 자가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통한 감염이 걱정돼 돌봄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집 안 돌봄은 받지 않았던 장애인들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을 못 하게 되고, 활동지원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돌봄을 하게 되면서 "당분간 안 오시면 좋겠다"는 이들이 늘어난 겁니다.

문제는 돌봄을 못하게 되면, 그 기간만큼 소득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윤우창 씨는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2주 동안 수입이 끊긴 적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는 방문 돌봄 종사자를 위한 생계지원금을 올해 상반기에 지급할 계획입니다. 돌봄시설과 기능별, 대상별 방역 대응 매뉴얼도 마련하는 등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선 돌봄 종사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관리하는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아직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택배기사들 "다가오는 설이 두렵다"

가장 불만이 많은 노동자는 택배 기사들입니다. 연말연시 홈파티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쳐, 원래 물량의 30%는 더 늘었다는 게 강릉 택배 기사들 얘기인데요. 지난해 택배업계가 약속했던 분류인력 투입은 지지부진하고, 정부가 내세웠던 과로사 방지책도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주 6일 근무에 밤 10시를 넘기는 장시간 근로는 계속되고 있고,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쉴 새 없이 아파트 계단을 뛰어 물품을 배달 중인 이수헌 택배기사. 쉴 새 없이 아파트 계단을 뛰어 물품을 배달 중인 이수헌 택배기사.

정부는 과로사 방지책의 후속조치와 함께, 관련 내용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의 제정을 추진 중입니다. 직종별 건강진단 시행 지원 등 방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수헌 택배기사는 "저희는 병원 갈 시간이 없다"며 "다가오는 설을 대비해서 뭔가 이뤄져야 하는데, 또 다른 과로사가 나올까 봐 실질적으로 두렵다"고 털어놨습니다. 아파트 계단을 뛰어다니며 쉴 새 없이 배달하고 온 이 씨 이마에, 영하 날씨인데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습니다.

■ 필수노동자와 우리 모두를 위해

코로나19 시대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자에는 다른 분도 많습니다. 불특정 다수와 대면하는 버스 기사, 대리기사 등 운송서비스 분야 종사자가 대표적입니다. 밀집된 환경에서 일하는 콜센터 상담원도 필수노동자입니다.

집 안에만 있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까지 힘듦을 감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 확대는 꼭 필요합니다. 지원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합니다. 필수노동자와 필수노동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연관기사] 지원책 시행…‘필수 노동자’의 삶 나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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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시대 ‘필수노동자’의 삶…정부 대책으로 나아질까?
    • 입력 2021-01-06 15:52:14
    • 수정2021-01-06 16:08:28
    취재K
수거 차량 난간 위에 서 있는 환경미화원 2명.
■ 필수노동자, 코로나19 시대 꼭 필요한 존재들

예전에도 중요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해진 이들이 있습니다. 대규모 감염병으로부터 시민을 지켜주는 의료인력과 돌봄 종사자들, 비대면 사회를 가능하게 한 택배 기사와 환경미화원 등이 그 주인공들이죠.

이처럼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할 필요가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필수노동자'라고 부릅니다. 코로나19로 업무량이 늘어나고, 매 순간 감염 위험에 처하면서도 필수노동자들은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업무량 증가 등 근무 여건이 더욱 열악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을 담은 A4 용지 24장짜리 대책을 내놓은 건데요. 올해 1월 1일부터 이 대책이 시행 중인 가운데, 필수노동자들의 삶이 조금은 바뀌었는지 취재진이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 환경미화원, 올해부터 3인 1조로 증원

새벽 6시의 적막한 거리. 택배 종이상자와 각종 재활용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폐기물 수거를 맡은 환경미화원들은 그곳을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분주한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수거차량 뒤 난간에 서 있는 수거원 2명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거원 1명에 수거차량 운전기사 1명, 이렇게 2인 1조로 움직였는데 올해부터 수거원 1명이 더 충원된 겁니다. 일한 지 이제 3일 차라는 신입 수거원은 선배 환경미화원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업무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함께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
코로나19 이후 택배와 포장이 급증하면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팀의 일상은 그전보다 바빠졌습니다. 예년 겨울 같으면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수거 차량을 2~3번 채울 정도로 폐기물을 수거하면 업무가 끝났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수거량이 많은 날에는 차량을 4번까지 꽉 채워야 할 만큼 쓰레기가 늘었다고 합니다. 최소 3톤 이상의 규모인데요. 수거원 혼자만으로는 벅차, 운전기사도 수거를 도와야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올해부터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은 3인 1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거를 도맡았던 환경미화원 서동민 씨는 "차량 좌우를 함께 살필 수 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덜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입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차량안전 장치, 주간작업 원칙을 포함한 작업안전 기준 점검, 건강진단 시행 등을 환경미화원 보호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직접 접촉이 일상인 '장애인 활동지원사'…대책 체감 '아직'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코로나19 여파로 근무 여건이 악화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하루 대부분을 돌봄 대상 장애인과 보내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윤우창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재진에게 돌봄 장애인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윤우창 씨.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을 맡고 있다 보니, 집 안에서 돌봄 대상 장애인의 손발이 돼주고 있었는데요. 함께 찍은 사진 속 윤 씨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으로선 마스크가 돌봄 대상자와 돌봄 종사자,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세정제로 소독해도 계속 접촉할 수밖에 없는 돌봄 업무의 특성상, 윤 씨는 그 누구보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대다수 기저 질환자인 돌봄 장애인들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해, 자가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통한 감염이 걱정돼 돌봄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집 안 돌봄은 받지 않았던 장애인들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을 못 하게 되고, 활동지원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돌봄을 하게 되면서 "당분간 안 오시면 좋겠다"는 이들이 늘어난 겁니다.

문제는 돌봄을 못하게 되면, 그 기간만큼 소득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윤우창 씨는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2주 동안 수입이 끊긴 적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는 방문 돌봄 종사자를 위한 생계지원금을 올해 상반기에 지급할 계획입니다. 돌봄시설과 기능별, 대상별 방역 대응 매뉴얼도 마련하는 등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선 돌봄 종사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관리하는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아직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택배기사들 "다가오는 설이 두렵다"

가장 불만이 많은 노동자는 택배 기사들입니다. 연말연시 홈파티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쳐, 원래 물량의 30%는 더 늘었다는 게 강릉 택배 기사들 얘기인데요. 지난해 택배업계가 약속했던 분류인력 투입은 지지부진하고, 정부가 내세웠던 과로사 방지책도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주 6일 근무에 밤 10시를 넘기는 장시간 근로는 계속되고 있고,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쉴 새 없이 아파트 계단을 뛰어 물품을 배달 중인 이수헌 택배기사.
정부는 과로사 방지책의 후속조치와 함께, 관련 내용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의 제정을 추진 중입니다. 직종별 건강진단 시행 지원 등 방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수헌 택배기사는 "저희는 병원 갈 시간이 없다"며 "다가오는 설을 대비해서 뭔가 이뤄져야 하는데, 또 다른 과로사가 나올까 봐 실질적으로 두렵다"고 털어놨습니다. 아파트 계단을 뛰어다니며 쉴 새 없이 배달하고 온 이 씨 이마에, 영하 날씨인데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습니다.

■ 필수노동자와 우리 모두를 위해

코로나19 시대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자에는 다른 분도 많습니다. 불특정 다수와 대면하는 버스 기사, 대리기사 등 운송서비스 분야 종사자가 대표적입니다. 밀집된 환경에서 일하는 콜센터 상담원도 필수노동자입니다.

집 안에만 있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까지 힘듦을 감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 확대는 꼭 필요합니다. 지원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합니다. 필수노동자와 필수노동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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