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중대재해법…후퇴냐, ‘그래도’ 진전이냐

입력 2021.01.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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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난 한 해였습니다. 그러면서 '일하다 죽지 않게'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도 함께 대두됐습니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이 법안을 발의한 건 지난 해 6월 11일입니다. 오늘(6일)로 210일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건 지난해 12월 24일부터입니다. 발의 197일 째 되던 날입니다.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의당이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오늘로 27일 째, 벌써 한 달 가까이 돼 가고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의 법안 심사는 오늘로 네 번째입니다. 네 번 논의로, 법안의 대략적인 윤곽도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내용이 정리됐고, 앞으로 더 어떤 내용이 결정돼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지금까지 결정된 것 : 처벌 낮추고 대상 줄이고

우선 중대재해법은 국회에 여러 안이 제출돼 있지만, 주로 비교하면서 살펴볼 것은 가장 먼저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의 안('강은미 안')과 뒤이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박주민 안')입니다. 또 여기에, 지난 해 말 국회 법사위 논의를 계기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에서 박주민 안을 토대로 부처 의견을 취합한 반영안('정부 안')이 있습니다. 이 안들을 놓고 법사위 법안소위가 하나의 안으로 정리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① 정의 : 중대재해 →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재해를 포괄적으로 규정했던 강은미 안과 달리, 박주민 안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었습니다. 우선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로 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 그러니까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한 재해를 말합니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로 인해, 또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시설에서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다시 말해 '이용자'가 입은 중대재해를 일컫는데요. 예컨대 일반 소비자가 대규모 피해를 입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이 해당합니다.

소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소위가 끝나고 "법의 전체적인 체계가 하나의 개념을 규정해서 하기에 어렵다고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강은미 의원도 중대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② 적용 대상 : 소상공인은 빠진다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내용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대재해법을 어디에까지 적용할 거냐는 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국회 법사위는 적용 대상에서 소상공인은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대상을 보겠습니다. 오늘 백혜련 의원은 소위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대상에서 종사자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백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강력하게, '5인 미만 사업장 경우는 중대재해법 대상에 포함될 경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대시민재해는 어떨까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사고의 종류와 장소 가운데, '다중이용업소'가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는 이 법을 적용할 다중이용업소의 범위를 논의하면서, 영업장의 바닥 면적 합계가 1,000㎡ 미만인 경우, 또 '소상공인'인 경우는 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예컨대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나 PC방, 노래방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이란 정확히 뭘까요? 국회 법사위는 소상공인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의에 따르기로 했는데요, 관련 법률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필수 요건 중 하나는 '상시 근로자 수가 10인 미만일 것'입니다. 이 마저도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업과 운수업 등은 10명 미만이지만, 이를 제외한 업종은 상시 근로자 수를 5명 미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대산업재해든, 중대시민재해든,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은 대상에서 제외된 겁니다. 소상공인들을 포함시킬 경우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늘어나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정의당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법안소위를 참관했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전체 사업체 가운데 1,000㎡ 이상은 약 2.5%라 사업체 대부분이 제외되고, 소상공인의 경우 10인 이하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1.8%"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 비율이 전체의 20%에 달하고, 전체 종사자 5인 미만인 사업장이 40%에 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③ 중대산업재해 사망 시 경영책임자 처벌 : 징역 3년 이상 → 1년 이상

적용 범위와 동시에,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고 봤던 요소 가운데 하나는 비교적 강한 처벌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강은미 안은 이 두 경우를 가리지 않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나 영업장 등에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거나 최소 5천만 원, 최대 10억 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현재까지 정리된 건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한 내용입니다.국회 법사위는 징역형은 1년 이상, 벌금은 최대 10억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징역형의 하한선은 낮아졌지만 비교적 높아진 벌금 상한과 동시에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강은미 안에서 제시됐던 벌금형 '하한선'은 없어졌습니다.

④ 징벌적 손해배상액 : 손해액 3배~10배 → 최대 5배 이하

여기에 더해서 법인이나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도 정해졌습니다.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 할 것 없이 배상액은 손해를 입은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도록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강은미 안은 최저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를 규정했고, 박주민 안에서도 5배를 최저선으로 제시했는데, 결국 여야는 5배를 상한선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최저선이 상한선으로 바뀌면서 후퇴 논란이 이는 대목입니다.

■ 앞으로 결정할 것 : 논란의 '유예 기간'·'인과관계 추정' 규정

① 사업체 규모별 유예 기간 : 2년? 4년?

남은 쟁점 중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 유예기간입니다. 정부안이 알려지고 난 뒤 정의당과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의 가장 큰 반발을 샀던 부분은 바로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 시기를 유예한다는 조항이었습니다.

애초 강은미 안에는 법안 공포 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적용 조항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주민 안은 개인사업자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4년 유예하도록 했고, 고용노동부는 여기에 더해서 50인~100인 사업장은 2년 뒤에 적용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의견을 낸 중기부는 이 범위를 50인~300인으로 확대시키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전체 사업체는 200만여 개, 이 가운데 300인 미만 사업체는 202만 개로 약 99.9%입니다. 정부나 재계는 법을 300인 미만 사업체에 당장 적용할 경우 무리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의당과 산재 유가족들은 대부분의 산재가 일어나는 사업장을 적용 유예하면, 있으나마나한 법이 돼 산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② 인과관계 추정 : 삭제? 유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강은미 안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경영책임자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반복적으로 적발되거나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확인되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치자는 겁니다.

정부는 이 내용이 형사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삭제 의견을 냈고, 실제 삭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어제(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인과관계 추정 문제는 넣지 않는 것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오늘 마무리?…"후퇴다" vs "그래도 의미 있다"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는 이 쟁점들을 포함해 최대한 오늘까지 중대재해법 심사를 마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처음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정리된 법안은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용 대상은 줄이고, 또 시기도 뒤로 미루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또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4일 KBS '뉴스9' 인터뷰에서, 법안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 "후퇴라기 보다는 실효성을 높이는 고민이라고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또 처벌 수위와 관련한 비판을 의식한 듯 "처벌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지 처벌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국회 법사위의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산재 사망 이후 개정됐던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불렸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야는 오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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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곽 드러나는 중대재해법…후퇴냐, ‘그래도’ 진전이냐
    • 입력 2021-01-06 18:34:29
    취재K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난 한 해였습니다. 그러면서 '일하다 죽지 않게'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도 함께 대두됐습니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이 법안을 발의한 건 지난 해 6월 11일입니다. 오늘(6일)로 210일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건 지난해 12월 24일부터입니다. 발의 197일 째 되던 날입니다.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의당이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오늘로 27일 째, 벌써 한 달 가까이 돼 가고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의 법안 심사는 오늘로 네 번째입니다. 네 번 논의로, 법안의 대략적인 윤곽도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내용이 정리됐고, 앞으로 더 어떤 내용이 결정돼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지금까지 결정된 것 : 처벌 낮추고 대상 줄이고

우선 중대재해법은 국회에 여러 안이 제출돼 있지만, 주로 비교하면서 살펴볼 것은 가장 먼저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의 안('강은미 안')과 뒤이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박주민 안')입니다. 또 여기에, 지난 해 말 국회 법사위 논의를 계기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에서 박주민 안을 토대로 부처 의견을 취합한 반영안('정부 안')이 있습니다. 이 안들을 놓고 법사위 법안소위가 하나의 안으로 정리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① 정의 : 중대재해 →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재해를 포괄적으로 규정했던 강은미 안과 달리, 박주민 안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었습니다. 우선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로 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 그러니까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한 재해를 말합니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로 인해, 또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시설에서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다시 말해 '이용자'가 입은 중대재해를 일컫는데요. 예컨대 일반 소비자가 대규모 피해를 입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이 해당합니다.

소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소위가 끝나고 "법의 전체적인 체계가 하나의 개념을 규정해서 하기에 어렵다고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강은미 의원도 중대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② 적용 대상 : 소상공인은 빠진다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내용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대재해법을 어디에까지 적용할 거냐는 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국회 법사위는 적용 대상에서 소상공인은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대상을 보겠습니다. 오늘 백혜련 의원은 소위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대상에서 종사자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백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강력하게, '5인 미만 사업장 경우는 중대재해법 대상에 포함될 경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대시민재해는 어떨까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사고의 종류와 장소 가운데, '다중이용업소'가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는 이 법을 적용할 다중이용업소의 범위를 논의하면서, 영업장의 바닥 면적 합계가 1,000㎡ 미만인 경우, 또 '소상공인'인 경우는 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예컨대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나 PC방, 노래방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이란 정확히 뭘까요? 국회 법사위는 소상공인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의에 따르기로 했는데요, 관련 법률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필수 요건 중 하나는 '상시 근로자 수가 10인 미만일 것'입니다. 이 마저도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업과 운수업 등은 10명 미만이지만, 이를 제외한 업종은 상시 근로자 수를 5명 미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대산업재해든, 중대시민재해든,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은 대상에서 제외된 겁니다. 소상공인들을 포함시킬 경우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늘어나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정의당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법안소위를 참관했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전체 사업체 가운데 1,000㎡ 이상은 약 2.5%라 사업체 대부분이 제외되고, 소상공인의 경우 10인 이하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1.8%"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 비율이 전체의 20%에 달하고, 전체 종사자 5인 미만인 사업장이 40%에 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③ 중대산업재해 사망 시 경영책임자 처벌 : 징역 3년 이상 → 1년 이상

적용 범위와 동시에,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고 봤던 요소 가운데 하나는 비교적 강한 처벌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강은미 안은 이 두 경우를 가리지 않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나 영업장 등에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거나 최소 5천만 원, 최대 10억 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현재까지 정리된 건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한 내용입니다.국회 법사위는 징역형은 1년 이상, 벌금은 최대 10억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징역형의 하한선은 낮아졌지만 비교적 높아진 벌금 상한과 동시에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강은미 안에서 제시됐던 벌금형 '하한선'은 없어졌습니다.

④ 징벌적 손해배상액 : 손해액 3배~10배 → 최대 5배 이하

여기에 더해서 법인이나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도 정해졌습니다.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 할 것 없이 배상액은 손해를 입은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도록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강은미 안은 최저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를 규정했고, 박주민 안에서도 5배를 최저선으로 제시했는데, 결국 여야는 5배를 상한선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최저선이 상한선으로 바뀌면서 후퇴 논란이 이는 대목입니다.

■ 앞으로 결정할 것 : 논란의 '유예 기간'·'인과관계 추정' 규정

① 사업체 규모별 유예 기간 : 2년? 4년?

남은 쟁점 중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 유예기간입니다. 정부안이 알려지고 난 뒤 정의당과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의 가장 큰 반발을 샀던 부분은 바로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 시기를 유예한다는 조항이었습니다.

애초 강은미 안에는 법안 공포 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적용 조항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주민 안은 개인사업자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4년 유예하도록 했고, 고용노동부는 여기에 더해서 50인~100인 사업장은 2년 뒤에 적용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의견을 낸 중기부는 이 범위를 50인~300인으로 확대시키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전체 사업체는 200만여 개, 이 가운데 300인 미만 사업체는 202만 개로 약 99.9%입니다. 정부나 재계는 법을 300인 미만 사업체에 당장 적용할 경우 무리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의당과 산재 유가족들은 대부분의 산재가 일어나는 사업장을 적용 유예하면, 있으나마나한 법이 돼 산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② 인과관계 추정 : 삭제? 유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강은미 안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경영책임자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반복적으로 적발되거나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확인되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치자는 겁니다.

정부는 이 내용이 형사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삭제 의견을 냈고, 실제 삭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어제(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인과관계 추정 문제는 넣지 않는 것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오늘 마무리?…"후퇴다" vs "그래도 의미 있다"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는 이 쟁점들을 포함해 최대한 오늘까지 중대재해법 심사를 마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처음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정리된 법안은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용 대상은 줄이고, 또 시기도 뒤로 미루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또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4일 KBS '뉴스9' 인터뷰에서, 법안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 "후퇴라기 보다는 실효성을 높이는 고민이라고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또 처벌 수위와 관련한 비판을 의식한 듯 "처벌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지 처벌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국회 법사위의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산재 사망 이후 개정됐던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불렸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야는 오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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