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백신 쌓였는데…” 접종은 더딘 나라들의 속앓이?

입력 2021.01.07 (17:00) 수정 2021.01.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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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난히 더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지난달 27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접종을 동시에 시작했지만, 프랑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것이 유독 프랑스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백신 접종 지체’ 현상이 곳곳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佛, “‘사전 진찰·동의’받기에 시간 걸린다”

프랑스앵포 방송이 4일(현지시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전날까지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516명으로 이웃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숫자가 현저히 적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타’를 보면, 5일 기준으로 그새 프랑스에서도 백신 접종자 숫자가 늘면서 그 수치가 5,000여 명으로 증가했지만, 독일(약 36만 명)이나 이탈리아(약 30만 명), 스페인(약 14만 명)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 달까지 고령층과 고위험층 100만 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놨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프랑스가 지금과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면 온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데 약 400년이 소요된다고 추산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대해 프랑스 정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사전에 의사 진찰을 받고 본인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철저히 수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국민은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이스라엘 등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 의료기관에서 필수 의료진이 먼저 백신 접종하는 모습><프랑스 의료기관에서 필수 의료진이 먼저 백신 접종하는 모습>

프랑스 내에서는 정부가 과거에도 종종 잘못된 보건정책을 집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쌓아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자, “마스크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던 대유행 초기 난맥상이 떠오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프랑스 북동부 그랑테스트 광역주(레지옹)를 관장하는 장 로트네르(공화) 의장은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백신 접종이 자동차 구매보다 더 복잡하다”며 “국가적인 스캔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구대비 5배’ 백신 확보해놓고 ‘보건강국’ 캐나다는 왜?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국가를 살펴볼까요. 캐나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저조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곳 중의 하나입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사진)는 5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연돼 국민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백신이 사람들 팔에 접종되지 않고 냉동고에 머물러 나를 포함해 국민이 답답해한다”며 신속한 접종이 이루어지도록 주 정부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주 정부와 중앙 정부의 ‘엇박자’ 혹은 백신 접종에 대한 온도 차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불만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연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42만 4000회분 이상을 도입, 각 주에 배포했으나 배포 대비 접종률이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백신 시계가 더디게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구가 곳곳에 분산된 국가적 특성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의 특성상 외진 곳이나 시골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또 추가 물량이 언제쯤 도착할지 몰라 주 정부에서 2차 접종분을 남겨놓으려고 모든 백신을 소진하지 않은 게 또 다른 ‘접종 지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각 주 정부 관할 아래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지금까지 일선 의료진과 노령층 16만여 명에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인구 100당 접종률은 독일과 이탈리아, 러시아보다 낮은 0.43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병원 중심의 백신 배포와 접종 방식을 벗어나 다른 대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의료 기관 외에 대형 민간 약국 체인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순조로운 접종’, 이스라엘의 비결은?

여러 자료를 종합할 때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최근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의 백신을 추가로 승인하는 등 백신 접종을 위한 속도를 높이는 형국입니다.

이스라엘의 이처럼 신속한 백신 접종에 대해 전문가들은 870만 명 정도의 총인구 규모 외에도 지역사회 기반의 고도로 디지털화한 의료보건시스템이 일사불란한 접종 정책과 잘 부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대다수 국민이 4대 민간의료보험 중 하나에 의무 가입하게 돼 있는 시스템과 조기 백신 확보 노력이 도움됐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동식 접종센터를 운영해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앉은 채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이스라엘은 이동식 접종센터를 운영해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앉은 채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장관은 현지 언론에 “이스라엘은 매우 초기부터 제약사들과 백신 계약 협상에 나섰고, 이스라엘의 민간의료보험이 매우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백신 공급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국민 중 처음으로 백신을 맞으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웠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동식 검사센터에서 착안해 누구나 접종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차 안에서 접종이 가능한 ‘이동식 접종 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주변국들에는 본받을 만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드러나는 세계 각국의 접종 현황은 다음 달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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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백신] “백신 쌓였는데…” 접종은 더딘 나라들의 속앓이?
    • 입력 2021-01-07 17:00:12
    • 수정2021-01-07 17:02:11
    취재K

프랑스의 유난히 더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지난달 27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접종을 동시에 시작했지만, 프랑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것이 유독 프랑스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백신 접종 지체’ 현상이 곳곳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佛, “‘사전 진찰·동의’받기에 시간 걸린다”

프랑스앵포 방송이 4일(현지시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전날까지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516명으로 이웃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숫자가 현저히 적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타’를 보면, 5일 기준으로 그새 프랑스에서도 백신 접종자 숫자가 늘면서 그 수치가 5,000여 명으로 증가했지만, 독일(약 36만 명)이나 이탈리아(약 30만 명), 스페인(약 14만 명)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 달까지 고령층과 고위험층 100만 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놨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프랑스가 지금과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면 온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데 약 400년이 소요된다고 추산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대해 프랑스 정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사전에 의사 진찰을 받고 본인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철저히 수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국민은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이스라엘 등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 의료기관에서 필수 의료진이 먼저 백신 접종하는 모습>
프랑스 내에서는 정부가 과거에도 종종 잘못된 보건정책을 집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쌓아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자, “마스크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던 대유행 초기 난맥상이 떠오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프랑스 북동부 그랑테스트 광역주(레지옹)를 관장하는 장 로트네르(공화) 의장은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백신 접종이 자동차 구매보다 더 복잡하다”며 “국가적인 스캔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구대비 5배’ 백신 확보해놓고 ‘보건강국’ 캐나다는 왜?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국가를 살펴볼까요. 캐나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저조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곳 중의 하나입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사진)는 5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연돼 국민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백신이 사람들 팔에 접종되지 않고 냉동고에 머물러 나를 포함해 국민이 답답해한다”며 신속한 접종이 이루어지도록 주 정부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주 정부와 중앙 정부의 ‘엇박자’ 혹은 백신 접종에 대한 온도 차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불만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연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42만 4000회분 이상을 도입, 각 주에 배포했으나 배포 대비 접종률이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백신 시계가 더디게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구가 곳곳에 분산된 국가적 특성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의 특성상 외진 곳이나 시골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또 추가 물량이 언제쯤 도착할지 몰라 주 정부에서 2차 접종분을 남겨놓으려고 모든 백신을 소진하지 않은 게 또 다른 ‘접종 지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각 주 정부 관할 아래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지금까지 일선 의료진과 노령층 16만여 명에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인구 100당 접종률은 독일과 이탈리아, 러시아보다 낮은 0.43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병원 중심의 백신 배포와 접종 방식을 벗어나 다른 대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의료 기관 외에 대형 민간 약국 체인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순조로운 접종’, 이스라엘의 비결은?

여러 자료를 종합할 때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최근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의 백신을 추가로 승인하는 등 백신 접종을 위한 속도를 높이는 형국입니다.

이스라엘의 이처럼 신속한 백신 접종에 대해 전문가들은 870만 명 정도의 총인구 규모 외에도 지역사회 기반의 고도로 디지털화한 의료보건시스템이 일사불란한 접종 정책과 잘 부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대다수 국민이 4대 민간의료보험 중 하나에 의무 가입하게 돼 있는 시스템과 조기 백신 확보 노력이 도움됐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동식 접종센터를 운영해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앉은 채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장관은 현지 언론에 “이스라엘은 매우 초기부터 제약사들과 백신 계약 협상에 나섰고, 이스라엘의 민간의료보험이 매우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백신 공급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국민 중 처음으로 백신을 맞으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웠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동식 검사센터에서 착안해 누구나 접종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차 안에서 접종이 가능한 ‘이동식 접종 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주변국들에는 본받을 만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드러나는 세계 각국의 접종 현황은 다음 달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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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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