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에 3억!”…얼굴 없는 천사의 통 큰 기부

입력 2021.01.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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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수표(자료제공 춘천시청)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수표(자료제공 춘천시청)
■ "이게 동그라미가 몇 개야?…헉, 3억!"

지난 5일, 강원도 춘천시 복지정책과에 백발의 남성 한 명이 찾아왔습니다. 언뜻 보기에 나이가 90은 돼 보였습니다.

이 노인은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대뜸 기부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부자를 대신해서 왔습니다."
"아, 네, 이리 주세요."

이어 노인은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담당 공무원은 봉투를 열어봅니다. 안에는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헉! 이게 얼마예요? 3억 원?"

다시 세어 봤지만, 수표 맨 앞자리 숫자는 3. 그 뒤로 동그라미가 8개.
3억 원짜리 자기앞수표였습니다.

"기부자는 익명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봉투를 건넨 노인은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이내 자리를 떴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편지(자료제공 춘천시청)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편지(자료제공 춘천시청)

■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부녀자 가장(家長) 100명을 지원해 주세요"

봉투에는 편지도 한 장 들어 있었습니다. 이 편지엔 구체적인 기부 조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기에 생계 수입이 막혀, 당장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막막한 처지에 놓인 가정. 특히 생활능력이 없는 어린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거나 병든 노부모를 모시고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부녀자 가장(家長) 100명을 지원해 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기존에 정부 지원을 받는 기초 생활 수급자와 사회복지단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지원받는 사람은 제외하고,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만 찾아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급방법은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100만 원씩 지급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 "도대체 이 얼굴 없는 천사는 누구?"

춘천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온종일 '이 얼굴 없는 천사가 누굴까?'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2015년과 2017년에 춘천시에 고액을 기부한 익명의 기부자와 같은 사람일 것이란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2015년엔 3,000만 원, 2017년엔 5,0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기부자는 익명을 요구한 채 별다른 말 없이 기부금만 건네고 돌아갔는데, 이번에 3억을 기부한 사람의 행동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강원도 사랑의 온도탑강원도 사랑의 온도탑

■ 코로나19도 못 이긴 사랑의 온기

춘천시는 이번에 기부받은 돈 3억 원을 강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원 대상자 선정 작업을 거쳐, 이달 안에 대상 가정에 전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익명의 기부자 외에도 이번 겨울 많은 사람들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강원도 사랑의 온도탑의 모금액은 이미 이번 겨울 모금 목표액인 64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직도 사업종료까지 3주 정도 남아 있어, 70억 원 돌파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강원도에는 사상 최강의 한파가 몰아쳐,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몸도 마음도 더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이번에 거액을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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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투에 3억!”…얼굴 없는 천사의 통 큰 기부
    • 입력 2021-01-08 19:36:06
    취재K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수표(자료제공 춘천시청)■ "이게 동그라미가 몇 개야?…헉, 3억!"

지난 5일, 강원도 춘천시 복지정책과에 백발의 남성 한 명이 찾아왔습니다. 언뜻 보기에 나이가 90은 돼 보였습니다.

이 노인은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대뜸 기부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부자를 대신해서 왔습니다."
"아, 네, 이리 주세요."

이어 노인은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담당 공무원은 봉투를 열어봅니다. 안에는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헉! 이게 얼마예요? 3억 원?"

다시 세어 봤지만, 수표 맨 앞자리 숫자는 3. 그 뒤로 동그라미가 8개.
3억 원짜리 자기앞수표였습니다.

"기부자는 익명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봉투를 건넨 노인은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이내 자리를 떴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편지(자료제공 춘천시청)
■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부녀자 가장(家長) 100명을 지원해 주세요"

봉투에는 편지도 한 장 들어 있었습니다. 이 편지엔 구체적인 기부 조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기에 생계 수입이 막혀, 당장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막막한 처지에 놓인 가정. 특히 생활능력이 없는 어린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거나 병든 노부모를 모시고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부녀자 가장(家長) 100명을 지원해 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기존에 정부 지원을 받는 기초 생활 수급자와 사회복지단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지원받는 사람은 제외하고,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만 찾아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급방법은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100만 원씩 지급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 "도대체 이 얼굴 없는 천사는 누구?"

춘천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온종일 '이 얼굴 없는 천사가 누굴까?'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2015년과 2017년에 춘천시에 고액을 기부한 익명의 기부자와 같은 사람일 것이란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2015년엔 3,000만 원, 2017년엔 5,0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기부자는 익명을 요구한 채 별다른 말 없이 기부금만 건네고 돌아갔는데, 이번에 3억을 기부한 사람의 행동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강원도 사랑의 온도탑
■ 코로나19도 못 이긴 사랑의 온기

춘천시는 이번에 기부받은 돈 3억 원을 강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원 대상자 선정 작업을 거쳐, 이달 안에 대상 가정에 전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익명의 기부자 외에도 이번 겨울 많은 사람들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강원도 사랑의 온도탑의 모금액은 이미 이번 겨울 모금 목표액인 64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직도 사업종료까지 3주 정도 남아 있어, 70억 원 돌파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강원도에는 사상 최강의 한파가 몰아쳐,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몸도 마음도 더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이번에 거액을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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