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방역지침 위반한 조계사 천막…종로구청의 이중 잣대

입력 2021.01.09 (06:00) 수정 2021.01.0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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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4명이 타도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할 정도로 온 국민이 코로나19 거리 두기에 민감한 요즘입니다. 방역당국은 업무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국 어디에서도 5명 이상은 사적으로 모이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예배나 법회, 미사 등은 비대면이 원칙이고, 영상을 제작할 경우 등에만 촬영 인력 등이 20명 이내로 모일 수 있습니다.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침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런데 5명, 20명을 넘어 수십 명의 사람이 야외 천막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KBS에 들어왔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찰 중 하나인 서울 조계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요. 조계사 측에 문의하니 "구청 지침을 따랐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 20명×2개=40명

조계사 홈페이지를 열어 봤습니다. 제보 내용과 관련한 기도와 법회 일정이 나와 있었습니다. 관음재일기도가 있다는 그제(7일) 오전 10시 조계사를 찾았습니다. 대웅전 앞에 큰 주황색 천막이 실제로 설치돼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는 꽤 많은 사람이 앉거나 서서 불경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설치된 천막은 모두 2개. 천막 하나당 2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이틀에 걸쳐 조계사를 방문했는데, 두 번 모두 각 천막 당 20명 가까이 사람이 있었습니다. 매번 약 40명이 천막 안에 있었던 겁니다.

제보자는 KBS 취재진에 "조계사가 치외법권이 된 듯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회를 한다"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 구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소용이 없었고, 경찰에 신고도 했는데 잠깐 왔다가 그냥 가버렸다"라고 말했습니다.

관음재일기도회가 열린 1월 7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관음재일기도회가 열린 1월 7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

■ "구청 지침 따랐다"

서울시에 조계사의 천막 기도회가 거리 두기 방역 지침을 위반하는 건 아닌지 물어봤습니다. 서울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확인해 보겠다"라고 하더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서울시가 아닌 조계사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거리두기 단계에 위배되는지 확인해본다는 시청이 조계사에 연락해 KBS의 취재·보도 사실을 알린 겁니다.

조계사 측은 "추운 동절기에 신자들이 오시니 잠시나마 바람은 막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선의의 뜻에서 설치했던 것"이라고 설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종로구청, 경찰서 등과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방역 당국의 지침대로 잘 지키고 있다"라며 "천막 같은 경우에도 백 명이 수용되는 천막인데 환기를 시키면서 2미터 간격으로 20명 이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도 역시 종로구청 지침을 받아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청과 경찰 모두가 문제가 없다고 해석해줬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천막에 신도가 모일 때마다 종로구청에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모임의 성격, 파악이 어려웠을까?

그렇다면 종로구청의 설명처럼 '조계사 천막'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이번엔 종로구청을 찾아가 봤습니다. 종로구청은 '조계사 천막'과 관련해 민원이 많이 제기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사태 파악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실외지만 사람들이 천막을 세워놓고 기도회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거를 보지 못했다. 천막을 쳐놨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다시 한 번 나가서 파악을 한 번 해봐야 될 거 같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당자가 올해 1월 1일 자로 바뀌었다. 그전 담당자가 가서 계도도 했다고는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담당 팀원이 조계사에 가서 현장을 봤지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못 봤고, 더군다나 담당 실무자도 바뀌어 알 수가 없다는 해명을 내놓은 겁니다.

천막에 신자들이 계속 모여도 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그 모임의 성격이 뭔지를 정확히 파악해봐야 한다. (지금은) 맞다 틀리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라며 "단순한 일반적인 이유로 모이는 건지, 종교활동의 일환으로 하는 건지 저희가 파악을 못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두 번이나 현장을 찾았을 때, 신자들이 종교 서적을 들고 들고 불경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 종로구청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에만 종교 활동을 하지 않은 걸까요.

■ 다른 종교도 천막 설치해 수십 명 모여도 될까?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는 동안, 실외 공간이더라도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엔 어김없이 집합 제한 또는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실외공간이더라도 사람들이 다수 모이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공간에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고, 거리두기를 잘하고 있다면 극단적으로 위험이 높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중 전파 위험이 없는 곳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다수 집합 금지 조치는) 지금처럼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멈출 수 있는 것들은 멈춰달라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 노조 천막은 강제 철거했던 종로구청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종로구청은 지난해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아시아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농성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철거에 항의하며 다시 천막을 세우면 또 다시 공권력을 동원해 철거했습니다. 모두 3번이었습니다.

종로구청이 '조계사 천막'에 관대하다면 비대면 예배 등을 하고 있는 교회 등 다른 종교 단체에서도 따라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에서도 천막을 설치해 기도회를 열어도 되는 걸까요?

KBS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시청과 종로구청은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고, 조계사는 그제(6일) 오후 천막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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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방역지침 위반한 조계사 천막…종로구청의 이중 잣대
    • 입력 2021-01-09 06:00:08
    • 수정2021-01-09 06:02:22
    취재후·사건후

"택시에 4명이 타도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할 정도로 온 국민이 코로나19 거리 두기에 민감한 요즘입니다. 방역당국은 업무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국 어디에서도 5명 이상은 사적으로 모이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예배나 법회, 미사 등은 비대면이 원칙이고, 영상을 제작할 경우 등에만 촬영 인력 등이 20명 이내로 모일 수 있습니다.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침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런데 5명, 20명을 넘어 수십 명의 사람이 야외 천막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KBS에 들어왔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찰 중 하나인 서울 조계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요. 조계사 측에 문의하니 "구청 지침을 따랐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 20명×2개=40명

조계사 홈페이지를 열어 봤습니다. 제보 내용과 관련한 기도와 법회 일정이 나와 있었습니다. 관음재일기도가 있다는 그제(7일) 오전 10시 조계사를 찾았습니다. 대웅전 앞에 큰 주황색 천막이 실제로 설치돼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는 꽤 많은 사람이 앉거나 서서 불경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설치된 천막은 모두 2개. 천막 하나당 2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이틀에 걸쳐 조계사를 방문했는데, 두 번 모두 각 천막 당 20명 가까이 사람이 있었습니다. 매번 약 40명이 천막 안에 있었던 겁니다.

제보자는 KBS 취재진에 "조계사가 치외법권이 된 듯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회를 한다"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 구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소용이 없었고, 경찰에 신고도 했는데 잠깐 왔다가 그냥 가버렸다"라고 말했습니다.

관음재일기도회가 열린 1월 7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
■ "구청 지침 따랐다"

서울시에 조계사의 천막 기도회가 거리 두기 방역 지침을 위반하는 건 아닌지 물어봤습니다. 서울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확인해 보겠다"라고 하더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서울시가 아닌 조계사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거리두기 단계에 위배되는지 확인해본다는 시청이 조계사에 연락해 KBS의 취재·보도 사실을 알린 겁니다.

조계사 측은 "추운 동절기에 신자들이 오시니 잠시나마 바람은 막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선의의 뜻에서 설치했던 것"이라고 설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종로구청, 경찰서 등과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방역 당국의 지침대로 잘 지키고 있다"라며 "천막 같은 경우에도 백 명이 수용되는 천막인데 환기를 시키면서 2미터 간격으로 20명 이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도 역시 종로구청 지침을 받아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청과 경찰 모두가 문제가 없다고 해석해줬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천막에 신도가 모일 때마다 종로구청에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모임의 성격, 파악이 어려웠을까?

그렇다면 종로구청의 설명처럼 '조계사 천막'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이번엔 종로구청을 찾아가 봤습니다. 종로구청은 '조계사 천막'과 관련해 민원이 많이 제기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사태 파악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실외지만 사람들이 천막을 세워놓고 기도회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거를 보지 못했다. 천막을 쳐놨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다시 한 번 나가서 파악을 한 번 해봐야 될 거 같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당자가 올해 1월 1일 자로 바뀌었다. 그전 담당자가 가서 계도도 했다고는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담당 팀원이 조계사에 가서 현장을 봤지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못 봤고, 더군다나 담당 실무자도 바뀌어 알 수가 없다는 해명을 내놓은 겁니다.

천막에 신자들이 계속 모여도 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그 모임의 성격이 뭔지를 정확히 파악해봐야 한다. (지금은) 맞다 틀리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라며 "단순한 일반적인 이유로 모이는 건지, 종교활동의 일환으로 하는 건지 저희가 파악을 못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두 번이나 현장을 찾았을 때, 신자들이 종교 서적을 들고 들고 불경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 종로구청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에만 종교 활동을 하지 않은 걸까요.

■ 다른 종교도 천막 설치해 수십 명 모여도 될까?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는 동안, 실외 공간이더라도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엔 어김없이 집합 제한 또는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실외공간이더라도 사람들이 다수 모이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공간에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고, 거리두기를 잘하고 있다면 극단적으로 위험이 높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중 전파 위험이 없는 곳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다수 집합 금지 조치는) 지금처럼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멈출 수 있는 것들은 멈춰달라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 노조 천막은 강제 철거했던 종로구청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종로구청은 지난해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아시아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농성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철거에 항의하며 다시 천막을 세우면 또 다시 공권력을 동원해 철거했습니다. 모두 3번이었습니다.

종로구청이 '조계사 천막'에 관대하다면 비대면 예배 등을 하고 있는 교회 등 다른 종교 단체에서도 따라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에서도 천막을 설치해 기도회를 열어도 되는 걸까요?

KBS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시청과 종로구청은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고, 조계사는 그제(6일) 오후 천막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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