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죗값 치르더라도 인권은 보장해야”…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족의 호소

입력 2021.01.09 (06:00) 수정 2021.01.0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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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모 씨가 지난달 가족에게 보낸 편지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모 씨가 지난달 가족에게 보낸 편지
"죄지은 사람을 뭐하러 걱정하고 고쳐주냐는 말을 하시지만…. 교정본부는 사람을 교정하고 새사람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가 만든 기관이잖아요. 죗값을 치르되,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연관기사] “피난민 같다” 호소한 수용자 확진…가족들 ‘분통’ (2020.01.06 KBS1TV 뉴스9)

5개월 된 딸을 안고 있던 박지영(가명)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 씨의 남편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동부구치소 4차 전수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구치소에 들어간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때였습니다. 김 씨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 중인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가 천 명이 넘었습니다. 사망자도 모두 3명입니다. 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확진자는 수십 명씩 늘어납니다. 이 모든 소식을 뉴스로 접하는 수용자 가족들의 시름도 그만큼 깊어갑니다. 뉴스에서 다 전하지 못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편지 받은 다음 날 확진 통보

18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던 지난달 19일, 김 씨는 구치소 내부의 상황을 6장 분량의 편지에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여기엔 "늦은 밤 마치 전쟁통 피난민처럼 수용자들이 대규모 이동을 했다", "누가 봐도 코로나 환자들인 사람들이 헛기침과 몸살을 앓고 있다", "8명 방에 11명이 시체처럼 다닥다닥 붙었다"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편지를 받은 가족들은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구분 없이 섞어놨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어 도착한 편지에서 김 씨는 "지난번 편지에 썼듯 확진자와 오래 같은 방을 썼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라며 가족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괜찮을 거라던 김 씨의 편지가 도착한 다음 날인 30일, 가족들은 동부구치소 측으로부터 김 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일주일이 흐른 지금까지 김 씨의 건강상태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픔을 호소하는 아들의 모습이 꿈에 나타나 잠에서 몇 번 씩 깬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 가족이 동부구치소로부터 받은 문자김 씨 가족이 동부구치소로부터 받은 문자
■확진 뒤 편지 두절…"건강상태도 몰라"

지난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용자의 가족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정보’, 혹은 ‘잘못된 정보’일 것"이라면서 "교정당국은 방역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신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정보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러한 장관의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가족과 함께 교정본부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처음 두 번은 오랫동안 신호음이 들리다가 '삐'하는 소리로 전환되며 끊겼습니다. 세 번째에서야 전화를 받은 교정본부 담당자는 "저희는 구치소 상황을 전혀 몰라요. 동부구치소 전화 안 받던가요?"라며 반문했습니다.

교정본부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 오랜 대기 끝에 전화를 받은 동부구치소 서신 담당자는 "확진자들의 편지를 발송하는 게 금지됐다"고 알려주며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김 씨의 건강상태를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는 "증상이 아마 없을 것"이라며 "확진자들이 따로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김 씨의 아내 박지영 씨는 "국선변호사를 통해 남편이 아직 동부구치소 안에 있다는 것만 확인한 상태"라며 "교정본부가 안내해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끊기기 일쑤고, 어쩌다 전화를 받더라도 대부분 건강상태를 알려줄 수 없다거나 모른다고만 답한다"며 "사망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 가족이 교정본부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모습김 씨 가족이 교정본부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모습
■"수용자 인권 침해" 국가 상대 소송

감염을 막기 위한 사전 관리뿐만 아니라, 감염 이후까지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며 일부 수용자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송을 맡은 곽준호 변호사는 그제(7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4명과 함께 소송을 준비하던 중,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수용자 가족들의 문의를 받아 현재는 10명 정도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1인당 천만 원씩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송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일 천 2백 자 분량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감염된 수용자의 치료 상황과 처우를 교정기관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명문 서두, 최 위원장은 성명을 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어떤 조건에 있든 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차별없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을 강조하고자 성명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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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죗값 치르더라도 인권은 보장해야”…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족의 호소
    • 입력 2021-01-09 06:00:15
    • 수정2021-01-09 06:02:13
    취재후·사건후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모 씨가 지난달 가족에게 보낸 편지 "죄지은 사람을 뭐하러 걱정하고 고쳐주냐는 말을 하시지만…. 교정본부는 사람을 교정하고 새사람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가 만든 기관이잖아요. 죗값을 치르되,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연관기사] “피난민 같다” 호소한 수용자 확진…가족들 ‘분통’ (2020.01.06 KBS1TV 뉴스9)

5개월 된 딸을 안고 있던 박지영(가명)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 씨의 남편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동부구치소 4차 전수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구치소에 들어간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때였습니다. 김 씨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 중인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가 천 명이 넘었습니다. 사망자도 모두 3명입니다. 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확진자는 수십 명씩 늘어납니다. 이 모든 소식을 뉴스로 접하는 수용자 가족들의 시름도 그만큼 깊어갑니다. 뉴스에서 다 전하지 못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편지 받은 다음 날 확진 통보

18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던 지난달 19일, 김 씨는 구치소 내부의 상황을 6장 분량의 편지에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여기엔 "늦은 밤 마치 전쟁통 피난민처럼 수용자들이 대규모 이동을 했다", "누가 봐도 코로나 환자들인 사람들이 헛기침과 몸살을 앓고 있다", "8명 방에 11명이 시체처럼 다닥다닥 붙었다"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편지를 받은 가족들은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구분 없이 섞어놨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어 도착한 편지에서 김 씨는 "지난번 편지에 썼듯 확진자와 오래 같은 방을 썼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라며 가족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괜찮을 거라던 김 씨의 편지가 도착한 다음 날인 30일, 가족들은 동부구치소 측으로부터 김 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일주일이 흐른 지금까지 김 씨의 건강상태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픔을 호소하는 아들의 모습이 꿈에 나타나 잠에서 몇 번 씩 깬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 가족이 동부구치소로부터 받은 문자 ■확진 뒤 편지 두절…"건강상태도 몰라"

지난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용자의 가족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정보’, 혹은 ‘잘못된 정보’일 것"이라면서 "교정당국은 방역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신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정보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러한 장관의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가족과 함께 교정본부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처음 두 번은 오랫동안 신호음이 들리다가 '삐'하는 소리로 전환되며 끊겼습니다. 세 번째에서야 전화를 받은 교정본부 담당자는 "저희는 구치소 상황을 전혀 몰라요. 동부구치소 전화 안 받던가요?"라며 반문했습니다.

교정본부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 오랜 대기 끝에 전화를 받은 동부구치소 서신 담당자는 "확진자들의 편지를 발송하는 게 금지됐다"고 알려주며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김 씨의 건강상태를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는 "증상이 아마 없을 것"이라며 "확진자들이 따로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김 씨의 아내 박지영 씨는 "국선변호사를 통해 남편이 아직 동부구치소 안에 있다는 것만 확인한 상태"라며 "교정본부가 안내해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끊기기 일쑤고, 어쩌다 전화를 받더라도 대부분 건강상태를 알려줄 수 없다거나 모른다고만 답한다"며 "사망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 가족이 교정본부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모습 ■"수용자 인권 침해" 국가 상대 소송

감염을 막기 위한 사전 관리뿐만 아니라, 감염 이후까지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며 일부 수용자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송을 맡은 곽준호 변호사는 그제(7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4명과 함께 소송을 준비하던 중,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수용자 가족들의 문의를 받아 현재는 10명 정도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1인당 천만 원씩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송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일 천 2백 자 분량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감염된 수용자의 치료 상황과 처우를 교정기관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명문 서두, 최 위원장은 성명을 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어떤 조건에 있든 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차별없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을 강조하고자 성명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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