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헌법 25조 발동 가능성 희박…바이든도 트럼프 몰아붙이기 어려워”

입력 2021.01.0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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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미 의회 난입 사건, 후폭풍도 거셉니다. 트럼프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수정헌법 25조' 발동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임시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실제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또,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정치적 타격을 입은 걸까요? 어제(7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한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견해를 정리했습니다.

■ "수정헌법 25조 발동 가능성은 없어…바이든도 조심스러울 것"

서정건 교수는 먼저,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돼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서 교수는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 유고, 또는 대통령이 신체적으로 장애가 생겼다거나 건강의 문제가 있다든지 할 때 부통령에게 잠깐 권력을 이양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대통령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목적의 수정헌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 교수는 "시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너무 조금 남았다"는 점도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로 꼽았습니다. 서 교수는 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역시 쉽게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서 너무 트럼프를 거세게 몰아붙이면, 오히려 폭력 사태로 만들어진 워싱턴 D.C. 내부의, 약간의 '초당파적 가능성' 같은 것들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트럼프 곤경 처한 건 맞지만 '정치 생명 타격' 판단은 섣불러"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건 사실입니다. 서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개인적으로 곤경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이번 '의회 점거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검찰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일부 측근들은 트럼프와 '선 긋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서 교수는 "트럼프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톰 카튼 아칸소 상원의원 등이 이번에 트럼프와 결별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에 가지고 있던 영향력 같은 것들이 일부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공화당 내부에 트럼프 지지 세력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서 교수는 "의회 난입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결과를 가지고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130여 명 가까이 인증 못 하겠다, 잘못됐다고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서 교수는 "내년 초쯤 되면 미국 하원 의원들은 프라이머리(예비 경선)를 거쳐야 된다"면서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해 '이 사람은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다'라고 부추기면 아예 본선에도 나가지도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 교수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워싱턴 D.C., 혹은 공화당 내부에 있는 게 아니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백인 유권자들"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을 고수한 이유 역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 나라를, 원래 백인의 나라였던 나라를 소수 인종에게 도둑맞았다는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트럼프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이유로 쉽게 와해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다음 대선을 고려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 와중에 발생한 '의회 점거 사태', 검찰 수사부터 트럼프의 향후 정치 행보까지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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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9 07:01:02
    취재K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미 의회 난입 사건, 후폭풍도 거셉니다. 트럼프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수정헌법 25조' 발동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임시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실제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또,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정치적 타격을 입은 걸까요? 어제(7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한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견해를 정리했습니다.

■ "수정헌법 25조 발동 가능성은 없어…바이든도 조심스러울 것"

서정건 교수는 먼저,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돼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서 교수는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 유고, 또는 대통령이 신체적으로 장애가 생겼다거나 건강의 문제가 있다든지 할 때 부통령에게 잠깐 권력을 이양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대통령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목적의 수정헌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 교수는 "시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너무 조금 남았다"는 점도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로 꼽았습니다. 서 교수는 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역시 쉽게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서 너무 트럼프를 거세게 몰아붙이면, 오히려 폭력 사태로 만들어진 워싱턴 D.C. 내부의, 약간의 '초당파적 가능성' 같은 것들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트럼프 곤경 처한 건 맞지만 '정치 생명 타격' 판단은 섣불러"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건 사실입니다. 서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개인적으로 곤경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이번 '의회 점거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검찰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일부 측근들은 트럼프와 '선 긋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서 교수는 "트럼프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톰 카튼 아칸소 상원의원 등이 이번에 트럼프와 결별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에 가지고 있던 영향력 같은 것들이 일부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공화당 내부에 트럼프 지지 세력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서 교수는 "의회 난입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결과를 가지고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130여 명 가까이 인증 못 하겠다, 잘못됐다고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서 교수는 "내년 초쯤 되면 미국 하원 의원들은 프라이머리(예비 경선)를 거쳐야 된다"면서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해 '이 사람은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다'라고 부추기면 아예 본선에도 나가지도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 교수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워싱턴 D.C., 혹은 공화당 내부에 있는 게 아니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백인 유권자들"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을 고수한 이유 역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 나라를, 원래 백인의 나라였던 나라를 소수 인종에게 도둑맞았다는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트럼프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이유로 쉽게 와해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다음 대선을 고려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 와중에 발생한 '의회 점거 사태', 검찰 수사부터 트럼프의 향후 정치 행보까지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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