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몰고 싶은데”…‘교육 신청 대란’에 분통터지는 가장들

입력 2021.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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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어지는 코로나19 …'개인택시'에 도전하는 가장들


전북 전주에서 30년 동안 학원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 모 씨는 50대 가장입니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은 김 씨의 학원 건물은 한파 속에 차가운 공기만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이 절반 넘게 떠나버리자 학원 경영은 급속도로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최근 개인택시 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개인택시 면허를 1억 3천만 원 정도에 사들여 택시 영업을 시작한다면 당장 가족들이 쓸 생활비라도 벌어들일 수 있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결국,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잡아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한 달 이자만 30만 원. 그리고 계약서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택시 영업에 꼭 필요한 절차인 '개인택시 양수교육' 신청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급한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 "진입 문턱 낮아졌는데, 교육을 받을 수 없다니요?"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관련법을 바꿔 개인택시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습니다. 법인 택시나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 운전 경력이 없더라도 최근 5년 동안 사고 경력이 없다면 올해부터는 누구나 개인택시를 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 개인택시 운전을 하려면 기본 지식이나 안전 의식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도 화성과 경북 상주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교육비 50여만 원을 내고 '개인택시 양수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앞서 소개한 김 씨 사례처럼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실직이 늘어나고 자영업이 침체에 빠지자 당장 돈벌이가 급한 가장들이 개인택시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교육 수요도 폭증했습니다. 최근 1년 사이 택배나 배달업종이 주목받는 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개인택시 양수교육' 온라인 신청은 지난해 12월 28일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이뤄졌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가 몰리자 온라인 신청은 몇 분 만에 마감돼 버렸습니다. 모니터 앞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허탈하게 됐습니다.

■ "개인택시 면허 계약금까지 냈는데, 구제방법 없나요?"


상반기에 배정된 인원만 1,600명인데 자리가 한 곳도 남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특히, 억대의 비용을 내고 먼저 택시면허를 사들였거나 계약금을 지불해버린 사람들은 최소 6개월은 개인택시 영업에 뛰어들 수 없는 처지에 놓여 더 곤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자가 된 이 모 씨는 그동안 모았던 여윳돈과 자식들이 보태준 돈까지 합쳐 택시면허를 사들일 금액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살면서 돈을 주고도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처음 겪는다"며 "관련 기관이 수요와 공급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국토교통부, "교육 수요 예상치 웃돌아…대책 내놓을 것"


당장이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개인택시에 대한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폭증한 것 같다"며 "교육 시설과 인력을 확보해 상반기에 추가 교육을 실시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 경기도와 경상북도에 마련된 교육 장소도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지역에 추가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해의 첫머리부터 시작된 '개인택시 교육대란'. 지푸라기 잡듯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가장들은 관계 기관의 대책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 강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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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택시 몰고 싶은데”…‘교육 신청 대란’에 분통터지는 가장들
    • 입력 2021-01-09 08:00:03
    취재K
■ 길어지는 코로나19 …'개인택시'에 도전하는 가장들


전북 전주에서 30년 동안 학원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 모 씨는 50대 가장입니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은 김 씨의 학원 건물은 한파 속에 차가운 공기만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이 절반 넘게 떠나버리자 학원 경영은 급속도로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최근 개인택시 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개인택시 면허를 1억 3천만 원 정도에 사들여 택시 영업을 시작한다면 당장 가족들이 쓸 생활비라도 벌어들일 수 있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결국,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잡아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한 달 이자만 30만 원. 그리고 계약서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택시 영업에 꼭 필요한 절차인 '개인택시 양수교육' 신청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급한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 "진입 문턱 낮아졌는데, 교육을 받을 수 없다니요?"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관련법을 바꿔 개인택시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습니다. 법인 택시나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 운전 경력이 없더라도 최근 5년 동안 사고 경력이 없다면 올해부터는 누구나 개인택시를 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 개인택시 운전을 하려면 기본 지식이나 안전 의식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도 화성과 경북 상주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교육비 50여만 원을 내고 '개인택시 양수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앞서 소개한 김 씨 사례처럼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실직이 늘어나고 자영업이 침체에 빠지자 당장 돈벌이가 급한 가장들이 개인택시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교육 수요도 폭증했습니다. 최근 1년 사이 택배나 배달업종이 주목받는 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개인택시 양수교육' 온라인 신청은 지난해 12월 28일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이뤄졌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가 몰리자 온라인 신청은 몇 분 만에 마감돼 버렸습니다. 모니터 앞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허탈하게 됐습니다.

■ "개인택시 면허 계약금까지 냈는데, 구제방법 없나요?"


상반기에 배정된 인원만 1,600명인데 자리가 한 곳도 남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특히, 억대의 비용을 내고 먼저 택시면허를 사들였거나 계약금을 지불해버린 사람들은 최소 6개월은 개인택시 영업에 뛰어들 수 없는 처지에 놓여 더 곤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자가 된 이 모 씨는 그동안 모았던 여윳돈과 자식들이 보태준 돈까지 합쳐 택시면허를 사들일 금액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살면서 돈을 주고도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처음 겪는다"며 "관련 기관이 수요와 공급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국토교통부, "교육 수요 예상치 웃돌아…대책 내놓을 것"


당장이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개인택시에 대한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폭증한 것 같다"며 "교육 시설과 인력을 확보해 상반기에 추가 교육을 실시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 경기도와 경상북도에 마련된 교육 장소도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지역에 추가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해의 첫머리부터 시작된 '개인택시 교육대란'. 지푸라기 잡듯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가장들은 관계 기관의 대책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 강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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