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재택근무 중 웨딩 촬영 보여서 정신적 고통”…소송 결과는?
입력 2021.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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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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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는 도중, 인근 건물에서 하는 업무가 환히 보인다면 신경이 쓰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럼 건물주에게 '건물 내부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웨딩 촬영하는 모습 보여 불안" 4,500여만 원 청구
서울 강남구에 살던 A 씨는 지난해 재택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A 씨가 살던 건물 인근에는 웨딩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유명 사진관 건물이 있었는데, 이 사진관 직원들은 1층부터 옥상까지 건물 전체를 이용해 웨딩 촬영을 하곤 했습니다.
이 건물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도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웨딩 촬영이 보이는 게 자못 신경 쓰였고, 해당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현행 민법 제243조는 '토지 경계로부터 2m 이내의 거리에서 이웃 주택의 내부를 관망할 수 있는 창이나 마루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적당한 차면시설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 씨는 "피고가 피고 건물에서 원고 주택 방향으로 나 있는 유리창을 차단하지 않고 웨딩촬영 등 영업을 계속하였는바, 위 유리창들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며 "이로 인해 재택근무 중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등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4,525만 원을 지급하고 건물의 1층부터 6층까지 전면 유리창과 건물 옥상을 상시로 차단할 때까지 매달 125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법원 "사진관 행위 위법하지 않아…원고가 참을 수 있는 정도"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부장판사 이민수)는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토지 등 부동산은 동산과는 달리 서로 인접하여 존재하고, 부동산의 원만한 이용을 위해서는 서로 인접한 부동산 상호 간의 이용의 조절이 필요하며, 인접한 부동산의 소유자가 각자의 소유권을 무제한으로 주장한다면 이것은 결국 상대방 소유자가 부동산에 대해 가진 사용, 수익, 처분에 관한 권능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게 된다"라면서 "인접 부동산의 통상 용도에 적당한 정도를 넘어서는 유해한 간섭이 발생한 때에만 원인 제공자의 필요 조치 의무 및 비용부담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이어 "여기서 '통상의 용도'라고 함은 지역적 사정과 시대적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 부동산에 대하여 평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사용·수익상의 용도"라며 "인접 토지의 소유자는 유해한 간섭이 수인한도 범위 내의 수준인 경우에는 이를 수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법리를 바탕으로 "피고 건물이나 피고가 피고 건물에서 영위하는 영업이 건축법 등 공법상 규제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엿보이지 않고, 피고는 이미 피고 건물에서 원고 주택 방향으로 나 있는 유리창에 시트지를 부착하거나 차단하는 작업 등을 통해 원고 요구사항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원고 주택과 피고 건물 간의 거리는 직선거리 약 42.5m에 해당하는 바 두 건물이 바로 인접한 부동산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에게 민법 제243조에 따른 차면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옆 건물주의 행위가 A 씨의 수인한도를 벗어나 위법한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A 씨가 2심에서도 패소해 상고했고, 대법원에서 결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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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09 09:00:18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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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는 도중, 인근 건물에서 하는 업무가 환히 보인다면 신경이 쓰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럼 건물주에게 '건물 내부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웨딩 촬영하는 모습 보여 불안" 4,500여만 원 청구
서울 강남구에 살던 A 씨는 지난해 재택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A 씨가 살던 건물 인근에는 웨딩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유명 사진관 건물이 있었는데, 이 사진관 직원들은 1층부터 옥상까지 건물 전체를 이용해 웨딩 촬영을 하곤 했습니다.
이 건물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도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웨딩 촬영이 보이는 게 자못 신경 쓰였고, 해당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현행 민법 제243조는 '토지 경계로부터 2m 이내의 거리에서 이웃 주택의 내부를 관망할 수 있는 창이나 마루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적당한 차면시설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 씨는 "피고가 피고 건물에서 원고 주택 방향으로 나 있는 유리창을 차단하지 않고 웨딩촬영 등 영업을 계속하였는바, 위 유리창들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며 "이로 인해 재택근무 중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등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4,525만 원을 지급하고 건물의 1층부터 6층까지 전면 유리창과 건물 옥상을 상시로 차단할 때까지 매달 125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법원 "사진관 행위 위법하지 않아…원고가 참을 수 있는 정도"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부장판사 이민수)는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토지 등 부동산은 동산과는 달리 서로 인접하여 존재하고, 부동산의 원만한 이용을 위해서는 서로 인접한 부동산 상호 간의 이용의 조절이 필요하며, 인접한 부동산의 소유자가 각자의 소유권을 무제한으로 주장한다면 이것은 결국 상대방 소유자가 부동산에 대해 가진 사용, 수익, 처분에 관한 권능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게 된다"라면서 "인접 부동산의 통상 용도에 적당한 정도를 넘어서는 유해한 간섭이 발생한 때에만 원인 제공자의 필요 조치 의무 및 비용부담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이어 "여기서 '통상의 용도'라고 함은 지역적 사정과 시대적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 부동산에 대하여 평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사용·수익상의 용도"라며 "인접 토지의 소유자는 유해한 간섭이 수인한도 범위 내의 수준인 경우에는 이를 수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법리를 바탕으로 "피고 건물이나 피고가 피고 건물에서 영위하는 영업이 건축법 등 공법상 규제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엿보이지 않고, 피고는 이미 피고 건물에서 원고 주택 방향으로 나 있는 유리창에 시트지를 부착하거나 차단하는 작업 등을 통해 원고 요구사항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원고 주택과 피고 건물 간의 거리는 직선거리 약 42.5m에 해당하는 바 두 건물이 바로 인접한 부동산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에게 민법 제243조에 따른 차면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옆 건물주의 행위가 A 씨의 수인한도를 벗어나 위법한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A 씨가 2심에서도 패소해 상고했고, 대법원에서 결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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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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