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인이 양모에게 살인죄 적용…근거는?

입력 2021.01.13 (16:24) 수정 2021.01.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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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 모 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검찰은 오늘(13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적용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주위적 공소사실'이란 가장 주된 범죄 혐의를 뜻합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앞으로 장 씨의 살인 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은 4~6년인 반면, 살인죄는 10~16년으로 처벌 수위가 훨씬 높습니다.

검찰은 기소 당시 적용됐던 아동학대치사죄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했습니다. 만약 살인 혐의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 아동학대치사죄로 다시 한 번 판결을 받는 겁니다.


■검찰 "복부 밟아…살인 고의성 있다"

지난해 12월 장 씨를 아동학대치사, 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던 검찰은 그 후 법의학자, 전문 부검의 등에 정인 양 사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아이를 흔들다 떨어뜨렸고 의자에 부딪혀 사망했다"는 장 씨 진술의 신뢰성을 더 따져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정인 양 사인 재감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오늘(13일) KBS 취재진에 "정인 양 몸에서 발견된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 등을 보면 손바닥으로 때려서는 불가능한 강한 외력이 있었다"며 "간 등 다른 장기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힘이 작용했다면 바닥에 떨어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장간막을 훼손하며 복부를 깊숙하게 눌렀다면 누운 상태에서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라며 "(힘을 가한 수단이) 발이라고 특정되지 않으면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장 씨의 모습지난해 11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장 씨의 모습

검찰은 오늘 재판에서, 추가 확보된 정인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과 장 씨에 대한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보고서 등을 종합해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몸 상태가 나빠진 정인이 배에 강한 힘을 가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장 씨가 알면서도 여러 차례 복부를 밟아 췌장 절단으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정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송구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장 씨 "살인 의도 없어…복부 밟지 않아" 살인·학대치사 부인

하지만 장 씨는 "아이를 사망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며, 살인죄는 물론 아동학대치사죄까지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 씨의 변호인은 오늘 재판에서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사망하게 한 점은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지만 고의로 사망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13일 재판이 끝난 뒤 정인이 양부모 측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13일 재판이 끝난 뒤 정인이 양부모 측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 씨 측은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인 양의 배를 발로 밟았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서도 ”밟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 씨 측은 또 좌측 쇄골 골절과 우측 늑골 골절 등과 관련한 일부 학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후두부와 우측 좌골 손상 등과 관련된 학대 혐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이같이 장 씨가 살인 등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이제 관건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사망 당일 집 안에서 있었던 장 씨의 행동에 살인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CCTV 등 당시 영상이나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고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 없이 아이 사체라는 증거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다음 달 17일 예정된 재판에 정인 양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장 씨 집에서 ‘쿵’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주민 등 증인 17명을 신청했습니다.

 13일 재판이 끝난 뒤 돌아가는 정인이 양부 안 모 씨 13일 재판이 끝난 뒤 돌아가는 정인이 양부 안 모 씨

■양부, 취재진 피해 도망…"양모 학대 몰랐다"

장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 모 씨는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내인 장 씨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없이 시종일관 고개를 숙였습니다.

안 씨는 지난해 4월 아이의 팔을 세게 잡고 강제로 손뼉을 치게 해 울음을 터뜨렸다는 정서적 학대 혐의인정했습니다. 다만 안 씨는 장 씨가 정인 양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이라고 변호인은 설명했습니다.

오늘 재판을 앞두고 취재진을 피해 이른 아침 법원에 도착한 안 씨는 돌아가면서도 재판 후 소감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말 없이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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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정인이 양모에게 살인죄 적용…근거는?
    • 입력 2021-01-13 16:24:11
    • 수정2021-01-13 18:20:48
    취재K

검찰이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 모 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검찰은 오늘(13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적용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주위적 공소사실'이란 가장 주된 범죄 혐의를 뜻합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앞으로 장 씨의 살인 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은 4~6년인 반면, 살인죄는 10~16년으로 처벌 수위가 훨씬 높습니다.

검찰은 기소 당시 적용됐던 아동학대치사죄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했습니다. 만약 살인 혐의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 아동학대치사죄로 다시 한 번 판결을 받는 겁니다.


■검찰 "복부 밟아…살인 고의성 있다"

지난해 12월 장 씨를 아동학대치사, 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던 검찰은 그 후 법의학자, 전문 부검의 등에 정인 양 사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아이를 흔들다 떨어뜨렸고 의자에 부딪혀 사망했다"는 장 씨 진술의 신뢰성을 더 따져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정인 양 사인 재감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오늘(13일) KBS 취재진에 "정인 양 몸에서 발견된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 등을 보면 손바닥으로 때려서는 불가능한 강한 외력이 있었다"며 "간 등 다른 장기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힘이 작용했다면 바닥에 떨어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장간막을 훼손하며 복부를 깊숙하게 눌렀다면 누운 상태에서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라며 "(힘을 가한 수단이) 발이라고 특정되지 않으면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장 씨의 모습
검찰은 오늘 재판에서, 추가 확보된 정인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과 장 씨에 대한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보고서 등을 종합해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몸 상태가 나빠진 정인이 배에 강한 힘을 가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장 씨가 알면서도 여러 차례 복부를 밟아 췌장 절단으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정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송구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장 씨 "살인 의도 없어…복부 밟지 않아" 살인·학대치사 부인

하지만 장 씨는 "아이를 사망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며, 살인죄는 물론 아동학대치사죄까지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 씨의 변호인은 오늘 재판에서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사망하게 한 점은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지만 고의로 사망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13일 재판이 끝난 뒤 정인이 양부모 측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 씨 측은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인 양의 배를 발로 밟았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서도 ”밟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 씨 측은 또 좌측 쇄골 골절과 우측 늑골 골절 등과 관련한 일부 학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후두부와 우측 좌골 손상 등과 관련된 학대 혐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이같이 장 씨가 살인 등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이제 관건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사망 당일 집 안에서 있었던 장 씨의 행동에 살인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CCTV 등 당시 영상이나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고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 없이 아이 사체라는 증거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다음 달 17일 예정된 재판에 정인 양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장 씨 집에서 ‘쿵’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주민 등 증인 17명을 신청했습니다.

 13일 재판이 끝난 뒤 돌아가는 정인이 양부 안 모 씨
■양부, 취재진 피해 도망…"양모 학대 몰랐다"

장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 모 씨는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내인 장 씨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없이 시종일관 고개를 숙였습니다.

안 씨는 지난해 4월 아이의 팔을 세게 잡고 강제로 손뼉을 치게 해 울음을 터뜨렸다는 정서적 학대 혐의인정했습니다. 다만 안 씨는 장 씨가 정인 양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이라고 변호인은 설명했습니다.

오늘 재판을 앞두고 취재진을 피해 이른 아침 법원에 도착한 안 씨는 돌아가면서도 재판 후 소감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말 없이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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