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북한 가늠할 평양의 8일…키워드는 이것

입력 2021.01.14 (07:00) 수정 2021.01.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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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대 정치행사인 노동당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대체 며칠에 시작하는건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당 대회는, 역시 언제 끝낼지 예고 없이 8일간이나 이어졌습니다. 역대 두번째로 긴 대회였습니다.

시차를 두기는 했지만, 조선중앙통신과 TV, 노동신문은 8일간의 당 대회 소식을 반복해 전했습니다. 노동당과 북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하느라 쉼없이 쏟아진 말의 성찬(盛饌)을 분석했습니다.

■ 키워드① 국방력 강화..."핵 포기 없다"

이번 당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북한이 핵기술을 앞세우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재차 드러낸 점입니다.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회 마지막날에도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참가자들이 당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북한 노동당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참가자들이 당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당 대회 초반 사흘에 진행된 당 중앙위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도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는 등 핵무력 강화 의지를 조목조목 드러낸 바 있습니다.

굳이 '1만 5천㎞ 사정권 안의 명중률을 제고하겠다'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개발 의지도 밝혔는데, 그 정도 사정권이면 미국 전역이 포함됩니다.

물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든지, 유예해온 핵과 ICBM 시험을 재개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맥락상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고, 증강시키겠다는 뜻으로 충분히 읽힙니다. 노동당 규약 서문에 '국방력 강화'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지난 5년 동안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각종 전략무기를 개발하는 등 그나마 성과를 낸 분야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엔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3중고'에 지친 주민들에게 "우리가 비록 어렵지만,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정도 전략적 지위를 가졌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로도 해석됩니다.

■ 키워드② "강대강, 선대선" 조건부 대응

북한 당 대회가 시작 전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대남·대미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지만 그러면서도 '조건부 대응'의 밑자락을 깔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정치 활동을 최대의 주적(主敵)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주석단의 참가자들이 김정은 총비서를 향해 박수치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북한 당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주석단의 참가자들이 김정은 총비서를 향해 박수치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총비서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미국에 공을 넘긴 것인데, 협상의 문턱을 한껏 높이면서,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고려하라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남측을 향해서는 "남북관계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첨단무기 도입 등에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남북 합의를 이행하라는 기존의 요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며 조건부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결조건'들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는 많지 않지만, 굳이 '3년 전 봄날'을 언급하며 여운을 남긴 겁니다.

■ 키워드③ 경제는 계속해서 '자력갱생'

당 대회 첫날 개회사에서부터 김 총비서는 "내세웠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도록 북한은 획기적인 새 경제정책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이번에 수립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평양에 올해부터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주택 건설, 검덕지구에 2만5천 세대 건설, 시멘트 800만t 생산의 목표 정도가 눈에 띌 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당 대회 폐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김정은 위원장이 12일 당 대회 폐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

새로울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경제정책은 당대회 구호에서 보듯 한마디로 '자력갱생'으로 요약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새 5개년 계획의 기본 종자·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발언에는 '자립적 토대',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등의 표현도 여러번 나왔는데요. '제재 해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할 생각이 없으며, 제재를 '상수'로 두고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목표를 내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적어도 단기간에 미국과 관계를 크게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는 만큼, 힘겹지만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키워드④ 김정은 뜨면 노마스크

이번 당대회를 지켜보며 가장 생경한 장면 중 하나는 7천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빽빽하게 들어앉은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초 일찌감치 국경을 닫아걸고, '초특급 방역'을 줄기차게 강조해 온 것과 대조되는 장면입니다.

북한 당대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밀집해 앉아있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북한 당대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밀집해 앉아있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 19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점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본 대회장에서는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밀집한 채 복도를 오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 자리씩 띄어 앉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물론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지 않는 별도의 소규모 회의에서는 마스크를 쓰기도 했습니다. 당대회 7일차(11일)에 진행된 부문별 협의회 사진을 보면 참가자들은 일제히 푸른색 덴탈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또 당대회 참가자들이 아침에 버스에서 내려 대회 장소인 '4.25 문화회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실내로 들어선 뒤에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은 채 돌아다니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11일 진행된 북한 당대회 부문별 협의회에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11일 진행된 북한 당대회 부문별 협의회에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회 규모와 기간이 예년에 비해 다소 축소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북한은 '보란듯이' 5년 전보다 오히려 참가자를 2천명 가까이 더 불렀고, 기간도 2배로 늘렸습니다.

참석자들을 상대로 사전에 철저하게 격리와 코로나19 등 검진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밀폐된 실내에 수천명을 모아놓고 '노 마스크'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다분히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 통일부 "내부결속에 방점…한미엔 여러 가능성 열어"

당대회 폐막이 보도된 직후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내놓은 대남·대미 메시지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난해 6월 이후 유보적 입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 새 행정부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망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 대회 메시지를 볼 때 "조금 센 발언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살짝 수위조절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북한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당대회는 기본적으로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는 쪽에 방점이 주어진 것으로 본다"며 "여러 경제 분야를 나름대로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경제 성과는 크게 미달됐다고 했으니 군사적 성과를 내세운 것"이라며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등을 내세운 것을 보면 앞으로 5년 과정에서 그들 식의 경제적 성과 만들기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17일 최고인민회의 소집... 후속 조치 마무리

당대회 폐막과 동시에 북한은 오는 17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당초 1월 하순에 연다고 했었는데, 일정을 조금 앞당긴 겁니다.

우리의 정기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통상 1년에 한번 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 기능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당대회 결정과 관련한 관련 법령 정비와 인사, 예산 등 후속 조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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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4 07:00:59
    • 수정2021-01-14 18:53:27
    취재K
북한 최대 정치행사인 노동당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대체 며칠에 시작하는건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당 대회는, 역시 언제 끝낼지 예고 없이 8일간이나 이어졌습니다. 역대 두번째로 긴 대회였습니다.

시차를 두기는 했지만, 조선중앙통신과 TV, 노동신문은 8일간의 당 대회 소식을 반복해 전했습니다. 노동당과 북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하느라 쉼없이 쏟아진 말의 성찬(盛饌)을 분석했습니다.

■ 키워드① 국방력 강화..."핵 포기 없다"

이번 당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북한이 핵기술을 앞세우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재차 드러낸 점입니다.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회 마지막날에도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참가자들이 당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당 대회 초반 사흘에 진행된 당 중앙위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도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는 등 핵무력 강화 의지를 조목조목 드러낸 바 있습니다.

굳이 '1만 5천㎞ 사정권 안의 명중률을 제고하겠다'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개발 의지도 밝혔는데, 그 정도 사정권이면 미국 전역이 포함됩니다.

물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든지, 유예해온 핵과 ICBM 시험을 재개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맥락상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고, 증강시키겠다는 뜻으로 충분히 읽힙니다. 노동당 규약 서문에 '국방력 강화'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지난 5년 동안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각종 전략무기를 개발하는 등 그나마 성과를 낸 분야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엔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3중고'에 지친 주민들에게 "우리가 비록 어렵지만,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정도 전략적 지위를 가졌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로도 해석됩니다.

■ 키워드② "강대강, 선대선" 조건부 대응

북한 당 대회가 시작 전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대남·대미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지만 그러면서도 '조건부 대응'의 밑자락을 깔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정치 활동을 최대의 주적(主敵)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주석단의 참가자들이 김정은 총비서를 향해 박수치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총비서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미국에 공을 넘긴 것인데, 협상의 문턱을 한껏 높이면서,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고려하라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남측을 향해서는 "남북관계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첨단무기 도입 등에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남북 합의를 이행하라는 기존의 요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며 조건부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결조건'들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는 많지 않지만, 굳이 '3년 전 봄날'을 언급하며 여운을 남긴 겁니다.

■ 키워드③ 경제는 계속해서 '자력갱생'

당 대회 첫날 개회사에서부터 김 총비서는 "내세웠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도록 북한은 획기적인 새 경제정책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이번에 수립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평양에 올해부터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주택 건설, 검덕지구에 2만5천 세대 건설, 시멘트 800만t 생산의 목표 정도가 눈에 띌 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당 대회 폐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
새로울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경제정책은 당대회 구호에서 보듯 한마디로 '자력갱생'으로 요약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새 5개년 계획의 기본 종자·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발언에는 '자립적 토대',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등의 표현도 여러번 나왔는데요. '제재 해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할 생각이 없으며, 제재를 '상수'로 두고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목표를 내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적어도 단기간에 미국과 관계를 크게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는 만큼, 힘겹지만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키워드④ 김정은 뜨면 노마스크

이번 당대회를 지켜보며 가장 생경한 장면 중 하나는 7천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빽빽하게 들어앉은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초 일찌감치 국경을 닫아걸고, '초특급 방역'을 줄기차게 강조해 온 것과 대조되는 장면입니다.

북한 당대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밀집해 앉아있는 모습. 사진출처: 노동신문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 19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점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본 대회장에서는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밀집한 채 복도를 오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 자리씩 띄어 앉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물론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지 않는 별도의 소규모 회의에서는 마스크를 쓰기도 했습니다. 당대회 7일차(11일)에 진행된 부문별 협의회 사진을 보면 참가자들은 일제히 푸른색 덴탈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또 당대회 참가자들이 아침에 버스에서 내려 대회 장소인 '4.25 문화회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실내로 들어선 뒤에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은 채 돌아다니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11일 진행된 북한 당대회 부문별 협의회에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회 규모와 기간이 예년에 비해 다소 축소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북한은 '보란듯이' 5년 전보다 오히려 참가자를 2천명 가까이 더 불렀고, 기간도 2배로 늘렸습니다.

참석자들을 상대로 사전에 철저하게 격리와 코로나19 등 검진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밀폐된 실내에 수천명을 모아놓고 '노 마스크'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다분히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 통일부 "내부결속에 방점…한미엔 여러 가능성 열어"

당대회 폐막이 보도된 직후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내놓은 대남·대미 메시지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난해 6월 이후 유보적 입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 새 행정부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망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 대회 메시지를 볼 때 "조금 센 발언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살짝 수위조절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북한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당대회는 기본적으로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는 쪽에 방점이 주어진 것으로 본다"며 "여러 경제 분야를 나름대로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경제 성과는 크게 미달됐다고 했으니 군사적 성과를 내세운 것"이라며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등을 내세운 것을 보면 앞으로 5년 과정에서 그들 식의 경제적 성과 만들기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17일 최고인민회의 소집... 후속 조치 마무리

당대회 폐막과 동시에 북한은 오는 17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당초 1월 하순에 연다고 했었는데, 일정을 조금 앞당긴 겁니다.

우리의 정기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통상 1년에 한번 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 기능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당대회 결정과 관련한 관련 법령 정비와 인사, 예산 등 후속 조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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