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새도래지에 100m 높이 다리?…“서식지 훼손 우려”

입력 2021.01.18 (19:22) 수정 2021.01.1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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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멸종위기종인 고니와 큰기러기의 서식지인 낙동강하구에 주탑 높이가 100m에 가까운 교량이 들어섭니다.

에코 델타시티의 진출입 역할을 할 엄궁대교인데요,

하지만 교량 높이 탓에 철새가 제대로 비행을 못 하고, 서식지 훼손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보호구역이지만 부산시 심의 과정에서 이 부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부산 강서구 대저동과 사하구 엄궁동을 잇는 총 길이 3km의 엄궁대교.

부산시는 오는 2024년까지 3천4백억 원을 들여 왕복 6차로 다리를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11월, 시공업체로 선정된 대림건설의 엄궁대교 설계안입니다.

주탑의 높이는 수면에서 97.5m.

각각 20m와 35m를 써낸 탈락한 다른 업체보다 최대 5배 높습니다.

이 설계안대로라면 철새 서식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고니나 큰기러기의 최적 비행고도는 36m.

엄궁대교 교각의 1/3 높이입니다.

특히 36m에 도달하기 위해서 4km 전부터 상승 비행을 해야 하는데, 인근에 이미 2개 다리가 있어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100m 높이의 주탑엔 철재가 도달조차 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100m나 높이 날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겨울철에 제대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거든요."]

주탑 높이가 100m에 달하는 교량은 이례적입니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다리 10개 중 가장 높은 것도 65m입니다.

저는 지금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서부산낙동강교 위에 있습니다.

이 대교는 엄궁대교와 다르게 조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높은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고, 교각의 높이를 15m 미만으로 제한했습니다.

부산시 엄궁대교 심의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설계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배점이 높은 토목구조 평가.

97.5m 교각을 두고 '철새의 이동을 고려했다', '점증적으로 높아지는 교각이 지역 위상을 올릴 수 있다'며 대림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전기 설계 평가에서는 "야간 경관조명 계획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는데 '조명'또한 철새 서식에는 치명적입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엄궁대교가 철새 서식지와는 거리가 있어 문제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엄궁동(도심)쪽으로 치우치게, 붙게 사장교 주탑 위치를 정했거든요. 그 이유가, 철새 영향을 최소한 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천연기념물 큰코니는 서식 환경 악화 등으로 한 해 3천 마리에서 이젠 천 마리 남짓만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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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철새도래지에 100m 높이 다리?…“서식지 훼손 우려”
    • 입력 2021-01-18 19:22:53
    • 수정2021-01-18 19:59:40
    뉴스7(부산)
[앵커]

멸종위기종인 고니와 큰기러기의 서식지인 낙동강하구에 주탑 높이가 100m에 가까운 교량이 들어섭니다.

에코 델타시티의 진출입 역할을 할 엄궁대교인데요,

하지만 교량 높이 탓에 철새가 제대로 비행을 못 하고, 서식지 훼손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보호구역이지만 부산시 심의 과정에서 이 부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부산 강서구 대저동과 사하구 엄궁동을 잇는 총 길이 3km의 엄궁대교.

부산시는 오는 2024년까지 3천4백억 원을 들여 왕복 6차로 다리를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11월, 시공업체로 선정된 대림건설의 엄궁대교 설계안입니다.

주탑의 높이는 수면에서 97.5m.

각각 20m와 35m를 써낸 탈락한 다른 업체보다 최대 5배 높습니다.

이 설계안대로라면 철새 서식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고니나 큰기러기의 최적 비행고도는 36m.

엄궁대교 교각의 1/3 높이입니다.

특히 36m에 도달하기 위해서 4km 전부터 상승 비행을 해야 하는데, 인근에 이미 2개 다리가 있어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100m 높이의 주탑엔 철재가 도달조차 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100m나 높이 날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겨울철에 제대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거든요."]

주탑 높이가 100m에 달하는 교량은 이례적입니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다리 10개 중 가장 높은 것도 65m입니다.

저는 지금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서부산낙동강교 위에 있습니다.

이 대교는 엄궁대교와 다르게 조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높은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고, 교각의 높이를 15m 미만으로 제한했습니다.

부산시 엄궁대교 심의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설계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배점이 높은 토목구조 평가.

97.5m 교각을 두고 '철새의 이동을 고려했다', '점증적으로 높아지는 교각이 지역 위상을 올릴 수 있다'며 대림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전기 설계 평가에서는 "야간 경관조명 계획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는데 '조명'또한 철새 서식에는 치명적입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엄궁대교가 철새 서식지와는 거리가 있어 문제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엄궁동(도심)쪽으로 치우치게, 붙게 사장교 주탑 위치를 정했거든요. 그 이유가, 철새 영향을 최소한 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천연기념물 큰코니는 서식 환경 악화 등으로 한 해 3천 마리에서 이젠 천 마리 남짓만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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