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에 100m 높이 다리?…“서식지 훼손 불가피”

입력 2021.01.19 (09:56) 수정 2021.01.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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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멸종위기종인 고니와 큰기러기의 서식지인 낙동강하구에 주탑 높이가 100m에 가까운 교량이 들어서는데요.

교량 높이 탓에 철새가 제대로 비행을 못 하고, 서식지 훼손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 강서구 대저동과 사상구 엄궁동을 잇는 총길이 3km의 엄궁대교.

오는 2024년까지 3천4백억 원이 투입됩니다.

지난해 11월, 시공업체로 선정된 업체의 엄궁대교 설계안입니다.

주탑의 높이는 수면에서 97.5m.

각각 20m와 35m를 써낸 탈락한 다른 업체보다 최대 5배 높습니다.

이 높이의 주탑은 철새 비행에 큰 장애물입니다.

고니나 큰기러기의 최적 비행고도는 36m.

엄궁대교 교각의 1/3 높이입니다.

특히 36m에 도달하기 위해서 4km 전부터 상승 비행을 해야하는데, 인근에 이미 2개 다리가 있어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100m나 높이 날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겨울철에 제대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거든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다리 10개중 가장 높은 것도 65m입니다.

100m 높이 대교는 이례적입니다.

이 대교는 엄궁대교와 다르게 조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높은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고, 교각의 높이를 15m 미만으로 제한했습니다.

부산시는 설계 평가 항목중 가장 배점이 높은 토목구조 평가에서 97.5m 교각을 두고 ‘철새의 이동을 고려했다’며 선정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부산시 담당자/음성변조 : “엄궁동(도심)쪽으로 치우치게, 붙게 사장교 주탑 위치를 정했거든요. 그 이유가, 철새 영향을 최소한 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천연기념물 큰코니는 서식 환경 악화 등으로 한 해 3천마리에서 이젠 천 마리 남짓만 이 곳을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그래픽: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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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새도래지에 100m 높이 다리?…“서식지 훼손 불가피”
    • 입력 2021-01-19 09:56:31
    • 수정2021-01-19 1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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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멸종위기종인 고니와 큰기러기의 서식지인 낙동강하구에 주탑 높이가 100m에 가까운 교량이 들어서는데요.

교량 높이 탓에 철새가 제대로 비행을 못 하고, 서식지 훼손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 강서구 대저동과 사상구 엄궁동을 잇는 총길이 3km의 엄궁대교.

오는 2024년까지 3천4백억 원이 투입됩니다.

지난해 11월, 시공업체로 선정된 업체의 엄궁대교 설계안입니다.

주탑의 높이는 수면에서 97.5m.

각각 20m와 35m를 써낸 탈락한 다른 업체보다 최대 5배 높습니다.

이 높이의 주탑은 철새 비행에 큰 장애물입니다.

고니나 큰기러기의 최적 비행고도는 36m.

엄궁대교 교각의 1/3 높이입니다.

특히 36m에 도달하기 위해서 4km 전부터 상승 비행을 해야하는데, 인근에 이미 2개 다리가 있어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100m나 높이 날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겨울철에 제대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거든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다리 10개중 가장 높은 것도 65m입니다.

100m 높이 대교는 이례적입니다.

이 대교는 엄궁대교와 다르게 조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높은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고, 교각의 높이를 15m 미만으로 제한했습니다.

부산시는 설계 평가 항목중 가장 배점이 높은 토목구조 평가에서 97.5m 교각을 두고 ‘철새의 이동을 고려했다’며 선정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부산시 담당자/음성변조 : “엄궁동(도심)쪽으로 치우치게, 붙게 사장교 주탑 위치를 정했거든요. 그 이유가, 철새 영향을 최소한 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천연기념물 큰코니는 서식 환경 악화 등으로 한 해 3천마리에서 이젠 천 마리 남짓만 이 곳을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그래픽: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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