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원에 합의했지만…제자 유사강간 교수 ‘항소 기각’

입력 2021.01.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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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주점에서 제자를 유사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 국립대 교수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이 교수는 피해자에게 7,000만원을 주고 합의한 점 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진정한 의미의 합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0일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교수 A씨(61)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원심은 A교수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A교수는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이 너무 무겁거나 부당하지 않다"며 양 측 의견을 모두 기각했다.

200차례 넘는 거부 의사에도 성범죄 저질러

공소사실에 따르면, A교수는 2019년 10월 30일 제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한다고 하자 자신의 연구실에서 면담을 한 뒤 저녁을 먹으러 갔다.

A교수는 이 자리에서 1차로 술을 마신 뒤 2차로 제주시 모 노래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제자를 유사강간했다.

A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당시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을 듣고서야 '복용하는 약과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다.

당시 녹취 파일에는 피해자가 "싫다", "집에 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며 저항하는 말이 200차례 넘게 녹음됐다.

A교수는 이 과정에서 노래방을 빠져나오려는 피해자를 두 번이나 억지로 안으로 데려가 범행을 일삼았다.

또 피해자가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며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 자체가 절대적 기준 될 수 없어"

A교수는 사건 직후 피해자에게 7,00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더 이상 피의자의 처벌을 원치 않고,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기재됐다.

하지만 피해자는 법정에서 "합의는 어쩔 수 없이 했었던 것"이라며 "제발 엄한 형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인 '처벌불원'을 감경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불원의 의미를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는지,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한 뒤 이를 받아들였는지 등에 비춰 판단하고 있다.

원심 재판부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판단되지만, 피해자의 진술은 인간적인 용서까지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사건 이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이 심해져 스스로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고, 질병과 경제적 형편으로 겨우 이어나가던 학업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의 진학을 생각하면서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뽑혔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 재량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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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천만원에 합의했지만…제자 유사강간 교수 ‘항소 기각’
    • 입력 2021-01-20 11:42:40
    취재K

노래주점에서 제자를 유사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 국립대 교수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이 교수는 피해자에게 7,000만원을 주고 합의한 점 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진정한 의미의 합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0일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교수 A씨(61)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원심은 A교수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A교수는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이 너무 무겁거나 부당하지 않다"며 양 측 의견을 모두 기각했다.

200차례 넘는 거부 의사에도 성범죄 저질러

공소사실에 따르면, A교수는 2019년 10월 30일 제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한다고 하자 자신의 연구실에서 면담을 한 뒤 저녁을 먹으러 갔다.

A교수는 이 자리에서 1차로 술을 마신 뒤 2차로 제주시 모 노래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제자를 유사강간했다.

A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당시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을 듣고서야 '복용하는 약과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다.

당시 녹취 파일에는 피해자가 "싫다", "집에 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며 저항하는 말이 200차례 넘게 녹음됐다.

A교수는 이 과정에서 노래방을 빠져나오려는 피해자를 두 번이나 억지로 안으로 데려가 범행을 일삼았다.

또 피해자가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며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 자체가 절대적 기준 될 수 없어"

A교수는 사건 직후 피해자에게 7,00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더 이상 피의자의 처벌을 원치 않고,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기재됐다.

하지만 피해자는 법정에서 "합의는 어쩔 수 없이 했었던 것"이라며 "제발 엄한 형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인 '처벌불원'을 감경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불원의 의미를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는지,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한 뒤 이를 받아들였는지 등에 비춰 판단하고 있다.

원심 재판부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판단되지만, 피해자의 진술은 인간적인 용서까지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사건 이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이 심해져 스스로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고, 질병과 경제적 형편으로 겨우 이어나가던 학업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의 진학을 생각하면서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뽑혔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 재량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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