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톨게이트 투쟁…직접고용 됐지만 청소 등 잡무 배정

입력 2021.01.20 (16:31) 수정 2021.01.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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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다시는 투쟁으로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남들처럼 떳떳하게 관광으로 오고 싶었습니다."

약 7개월간의 투쟁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2019년 7월 처음으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을 외치며 섰던 그 자리에,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은 왜 다시 오게 된 걸까요.


■"한국도로공사의 보복성 탄압 지속...청소 등 잡무 배정·직위해제까지"

오늘(2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는 '2019년 톨게이트 투쟁 관련 도로공사와 검·경의 후안무치한 보복성 탄압 규탄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난 투쟁에 참여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당시 톨게이트 투쟁을 이끈 임원이나 간부 등에 대해 보복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로공사는 '현장 지원직'이라는 별도 직군을 새로 만들었는데 직접고용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여기에 배치했다는 겁니다. '현장 지원직'의 업무 역시 톨게이트 관련 업무가 아닌 청소 업무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직위해제와 통신내역 조회 등 사측은 투쟁을 이유로 여전히 부당한 탄압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형사 기소된 민주노총 조합원 13명, 한국노총 조합원 3명에 대해 지난 14일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도로공사 내부 인사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직위해제를 당한 조합원들은 출근은 하지만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고, 임금의 30%는 삭감되는 사실상의 징계 조치를 받은 셈이죠.

이들은 이런 한국도로공사의 조치가 사실상의 해고 절차를 밟기 위한 순서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조직실장은 "도로공사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을 근거로 해서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을) 직위해제 조치한 것은, 지난 투쟁을 이끌어왔던 톨게이트 노조의 주요 간부들에게 해고하겠다는 신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도로공사 본사 농성 돌입일인 재작년 9월 9일부터 본사 농성 해제일인 지난해 1월 30일까지 노조 간부의 통화 내역을 조회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 조직실장은 "이미 우리의 투쟁이 정당했다는 건 청와대와 도로공사가 이 사태 해결을 자신들의 성과인 양 발표하기도 한 점에서 알 수 있다"면서 "그래놓고 뒤로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직위해제를 하는 등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우리의 투쟁을 대하는 정부와 도로공사의 태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
■2019년부터 시작된 톨게이트 투쟁...아직 끝나지 않았다

원래 한국도로공사는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채용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요금수납원들이 거부하자 도로공사는 2019년 6월 30일 계약 종료와 함께 이들을 집단 해고했습니다. 다음 달(7월) 요금수납원들은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217일간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외주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요금수납원도 도로공사의 직원이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도로공사는 소송을 낸 368명의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여기에 도로공사는 지난해 1월 당시 자회사에 채용되지 못했던 요금수납원들까지 이번에는 본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겠다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은지 3개월이 지나도록 노동자들은 일터인 톨게이트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도로공사의 설명은 "코로나19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댔습니다.

지난해 5월 14일이 되어서야 첫 출근을 하게 됐는데 그 사이 도로공사가 '현장 지원직'이라는 직군을 만들었고, 맡은 업무는 '청소'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겁니다.

요금수납원들은 8개월 가까이 청소 업무를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주(14일) 전현직 노조 간부를 지냈던 일부 동료가 직위 해제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다시 청와대 앞으로 모이게 된 겁니다.

지난주 직위해제를 당한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지부장은 오늘(20일) 기자회견에서 "비록 구두상으로의 합의였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직원의 인사조치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하게도 복직하고 8개월 만에 저희에게 이런 조치를 내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투쟁을 흠집 내려 하는 도로공사의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도 책임지지 않고 도로공사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 수납원들이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저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직위해제가 된 전서정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지회장도 "자회사 계약직 그거 싫어서 죽도록 투쟁했는데 도로공사 입사해 7개월 만에 (직위해제 조치 내려져) 임시직원으로 됐다"며 "최저임금 받으면서 단란하게 저희도 가정 꾸리고 싶고 먹고 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울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 나라가, 한국도로공사가 저희를 울게 한다"며 호소했습니다.

217일로 끝난 줄 알았던 요금수납원들의 투쟁, 이렇게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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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0 16:31:52
    • 수정2021-01-20 17:01:06
    취재K

"청와대에 다시는 투쟁으로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남들처럼 떳떳하게 관광으로 오고 싶었습니다."

약 7개월간의 투쟁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2019년 7월 처음으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을 외치며 섰던 그 자리에,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은 왜 다시 오게 된 걸까요.


■"한국도로공사의 보복성 탄압 지속...청소 등 잡무 배정·직위해제까지"

오늘(2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는 '2019년 톨게이트 투쟁 관련 도로공사와 검·경의 후안무치한 보복성 탄압 규탄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난 투쟁에 참여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당시 톨게이트 투쟁을 이끈 임원이나 간부 등에 대해 보복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로공사는 '현장 지원직'이라는 별도 직군을 새로 만들었는데 직접고용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여기에 배치했다는 겁니다. '현장 지원직'의 업무 역시 톨게이트 관련 업무가 아닌 청소 업무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직위해제와 통신내역 조회 등 사측은 투쟁을 이유로 여전히 부당한 탄압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형사 기소된 민주노총 조합원 13명, 한국노총 조합원 3명에 대해 지난 14일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도로공사 내부 인사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직위해제를 당한 조합원들은 출근은 하지만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고, 임금의 30%는 삭감되는 사실상의 징계 조치를 받은 셈이죠.

이들은 이런 한국도로공사의 조치가 사실상의 해고 절차를 밟기 위한 순서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조직실장은 "도로공사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을 근거로 해서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을) 직위해제 조치한 것은, 지난 투쟁을 이끌어왔던 톨게이트 노조의 주요 간부들에게 해고하겠다는 신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도로공사 본사 농성 돌입일인 재작년 9월 9일부터 본사 농성 해제일인 지난해 1월 30일까지 노조 간부의 통화 내역을 조회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 조직실장은 "이미 우리의 투쟁이 정당했다는 건 청와대와 도로공사가 이 사태 해결을 자신들의 성과인 양 발표하기도 한 점에서 알 수 있다"면서 "그래놓고 뒤로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직위해제를 하는 등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우리의 투쟁을 대하는 정부와 도로공사의 태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 ■2019년부터 시작된 톨게이트 투쟁...아직 끝나지 않았다

원래 한국도로공사는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채용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요금수납원들이 거부하자 도로공사는 2019년 6월 30일 계약 종료와 함께 이들을 집단 해고했습니다. 다음 달(7월) 요금수납원들은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217일간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외주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요금수납원도 도로공사의 직원이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도로공사는 소송을 낸 368명의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여기에 도로공사는 지난해 1월 당시 자회사에 채용되지 못했던 요금수납원들까지 이번에는 본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겠다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은지 3개월이 지나도록 노동자들은 일터인 톨게이트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도로공사의 설명은 "코로나19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댔습니다.

지난해 5월 14일이 되어서야 첫 출근을 하게 됐는데 그 사이 도로공사가 '현장 지원직'이라는 직군을 만들었고, 맡은 업무는 '청소'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겁니다.

요금수납원들은 8개월 가까이 청소 업무를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주(14일) 전현직 노조 간부를 지냈던 일부 동료가 직위 해제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다시 청와대 앞으로 모이게 된 겁니다.

지난주 직위해제를 당한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지부장은 오늘(20일) 기자회견에서 "비록 구두상으로의 합의였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직원의 인사조치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하게도 복직하고 8개월 만에 저희에게 이런 조치를 내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투쟁을 흠집 내려 하는 도로공사의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도 책임지지 않고 도로공사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 수납원들이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저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직위해제가 된 전서정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지회장도 "자회사 계약직 그거 싫어서 죽도록 투쟁했는데 도로공사 입사해 7개월 만에 (직위해제 조치 내려져) 임시직원으로 됐다"며 "최저임금 받으면서 단란하게 저희도 가정 꾸리고 싶고 먹고 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울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 나라가, 한국도로공사가 저희를 울게 한다"며 호소했습니다.

217일로 끝난 줄 알았던 요금수납원들의 투쟁, 이렇게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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