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엉터리 환경영향평가…4천억 짜리 대저대교 건설 졸속 추진

입력 2021.01.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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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길이 8.24km의 대저대교.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업비만 4천 억원 가량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장조사도 없이 평가서가 작성됐고, 조사시간을 부풀리는 등 27차례나 거짓 작성이 이뤄졌습니다.

결국, 거짓 작성을 한 업체 대표와 기술사는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또, 업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평가대행업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건 이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고 재조사를 명령했습니다. 그 후론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KBS 취재진이 살펴본 바로는 또 엉터리 평가가 진행중이었습니다.

■ '거짓 평가 업체 버젓이'…대저대교 평가 또 '엉터리'

지난해 10월, 부산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명령에 따라 다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평가서를 직접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거짓으로 작성'했던 업체들. 다시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또 이름을 올렸습니다.

원청에 해당하는 1종 평가대행자 2곳. 첫 환경영향평가를 거짓 작성한 혐의로 영업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과 처분 의뢰를 받은 바로 그 업체들입니다. 하청 격인 2종 업체 중 한 곳 역시, 첫 환경영향평가 당시 허위 작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곳입니다.

그런데 하청업체의 경우 대저대교뿐만이 아니라 경남 창녕 대야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 또 경남 거제 노자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 거짓으로 작성해 지난 2019년 이미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업체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의 가장 핵심사항인 '겨울철 조류 조사'를 맡았습니다. 심지어 허위 작성 '당사자'였던 담당 기술사도 평가에 버젓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해명은 더 황당합니다. 부산시는 1종 업체는 관리부실 책임은 있지만, 직접 거짓 작성을 하진 않았고, 2종 업체가 허위 작성한 부분은 배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실·오류투성이…'수상한' 합동조사

거짓 작성을 했던 업체들이 그대로 참여한 환경영향평가, 과연 부산시 말대로 문제없을까요? 환경영향평가서를 조목조목 뜯어봤습니다. 역시나, 부실에 오류투성이였습니다.

대저대교 주변에서 발견되는 법정보호종을 기록한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솔개'는 '황조롱이'라고 표기돼 있고, '잿빛개구리매'도 '큰말똥가리'로 잘못 표기됐습니다. 기초 자료부터 틀렸습니다.

여기다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의 반경 최대 6km까지 조사해야 하는데, 예정지와 전혀 관련 없는 곳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멸종 위기종에 대한 조사는 아예 빠졌습니다.

전문가 '합동조사' 는 더 수상합니다. 거짓 작성된 1차 평가에 참여한 대학교수가 수차례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합동조사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어떨까요? '인간성회복운동'과 '생곡폐기물대책위원회' 등 환경영향평가와 전혀 무관한 곳들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심지어 '조속한 대저대교 건설을 촉구'한 단체가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조사를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이를 입증하는 증빙서류도 없습니다.


■ 책임 미루는 부산시와 환경청, 대저대교 공사 강행?

부산시는 왜 업체를 바꿔 재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걸까요? 부산시는 취재진에게 ' 사업의 효율적 진행'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시 평가대행사를 뽑아 처음부터 환경영향평가를 하기엔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는 겁니다. 재조사를 하면 부산시가 아닌 평가 대행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이 부분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부산시가 사실상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대저대교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꼼수라며 의혹을 제기하는데요.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진행하면 다리를 건설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거죠.

시민단체는 지금이라도 조사를 다시 시작하라며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문제가 있다면 환경청에서 평가서를 반려할 것이라며 판단을 미루고 있습니다. 환경청 역시 평가대행업체 선정은 부산시의 권한이라며 발을 빼고 있습니다. 4천억 원짜리 대형 건설사업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돼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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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또 엉터리 환경영향평가…4천억 짜리 대저대교 건설 졸속 추진
    • 입력 2021-01-20 17:32:07
    취재K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길이 8.24km의 대저대교.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업비만 4천 억원 가량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장조사도 없이 평가서가 작성됐고, 조사시간을 부풀리는 등 27차례나 거짓 작성이 이뤄졌습니다.

결국, 거짓 작성을 한 업체 대표와 기술사는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또, 업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평가대행업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건 이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고 재조사를 명령했습니다. 그 후론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KBS 취재진이 살펴본 바로는 또 엉터리 평가가 진행중이었습니다.

■ '거짓 평가 업체 버젓이'…대저대교 평가 또 '엉터리'

지난해 10월, 부산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명령에 따라 다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평가서를 직접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거짓으로 작성'했던 업체들. 다시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또 이름을 올렸습니다.

원청에 해당하는 1종 평가대행자 2곳. 첫 환경영향평가를 거짓 작성한 혐의로 영업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과 처분 의뢰를 받은 바로 그 업체들입니다. 하청 격인 2종 업체 중 한 곳 역시, 첫 환경영향평가 당시 허위 작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곳입니다.

그런데 하청업체의 경우 대저대교뿐만이 아니라 경남 창녕 대야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 또 경남 거제 노자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 거짓으로 작성해 지난 2019년 이미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업체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의 가장 핵심사항인 '겨울철 조류 조사'를 맡았습니다. 심지어 허위 작성 '당사자'였던 담당 기술사도 평가에 버젓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해명은 더 황당합니다. 부산시는 1종 업체는 관리부실 책임은 있지만, 직접 거짓 작성을 하진 않았고, 2종 업체가 허위 작성한 부분은 배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실·오류투성이…'수상한' 합동조사

거짓 작성을 했던 업체들이 그대로 참여한 환경영향평가, 과연 부산시 말대로 문제없을까요? 환경영향평가서를 조목조목 뜯어봤습니다. 역시나, 부실에 오류투성이였습니다.

대저대교 주변에서 발견되는 법정보호종을 기록한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솔개'는 '황조롱이'라고 표기돼 있고, '잿빛개구리매'도 '큰말똥가리'로 잘못 표기됐습니다. 기초 자료부터 틀렸습니다.

여기다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의 반경 최대 6km까지 조사해야 하는데, 예정지와 전혀 관련 없는 곳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멸종 위기종에 대한 조사는 아예 빠졌습니다.

전문가 '합동조사' 는 더 수상합니다. 거짓 작성된 1차 평가에 참여한 대학교수가 수차례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합동조사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어떨까요? '인간성회복운동'과 '생곡폐기물대책위원회' 등 환경영향평가와 전혀 무관한 곳들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심지어 '조속한 대저대교 건설을 촉구'한 단체가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조사를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이를 입증하는 증빙서류도 없습니다.


■ 책임 미루는 부산시와 환경청, 대저대교 공사 강행?

부산시는 왜 업체를 바꿔 재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걸까요? 부산시는 취재진에게 ' 사업의 효율적 진행'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시 평가대행사를 뽑아 처음부터 환경영향평가를 하기엔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는 겁니다. 재조사를 하면 부산시가 아닌 평가 대행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이 부분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부산시가 사실상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대저대교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꼼수라며 의혹을 제기하는데요.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진행하면 다리를 건설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거죠.

시민단체는 지금이라도 조사를 다시 시작하라며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문제가 있다면 환경청에서 평가서를 반려할 것이라며 판단을 미루고 있습니다. 환경청 역시 평가대행업체 선정은 부산시의 권한이라며 발을 빼고 있습니다. 4천억 원짜리 대형 건설사업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돼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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