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합리적 ‘피해보상 제도’로 사회적 신뢰 쌓아야

입력 2021.01.21 (05:01) 수정 2021.01.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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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우리도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높아진 관심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백신 안전성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해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국가 보상제도는 백신 접종의 신뢰를 쌓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주춧돌이다.

우리는 1995년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필수 예방접종에 대한 피해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우리의 국가보상제도는 백신의 제조나 유통의 결함이 없더라도 접종으로 인한 피해가 인정되면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 그래서 제도의 취지도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고 피해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 예방접종 피해보상제는 백신 신뢰의 '주춧돌'

고명식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예방접종사고에 있어서의 손해배상의 법리'(2014)라는 논문에서 "예방접종 사고에 대한 손실 보상은 국가에 대해 무과실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해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것보다 피접종자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보상 한도나 액수는 법으로 규정돼 있어 보상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다. 고 교수는 이에 대해 "피접종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서…반드시 유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행 보상제도는 어떨까. 현재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보상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을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

현 감염병 예방법 제71조는 예방접종 등에 따른 피해보상을 규정한다. 해당 조항을 보면, 예방접종 부작용에 따른 질병으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 전액 및 정액 간병비를 지급한다. 또 장애인이 된 사람에겐 그 정도에 따라 일시보상금을 지급하고, 사망한 사람에겐 일시보상금과 장례 보조비를 보상하도록 했다.

'합리적 보상'을 위해 전체적인 틀이 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그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는 것은 대통령령이다. 대통령령을 개정해 보상 폭을 조정할 순 있는데, 그럴 경우 코로나19의 긴급함과 다른 예방접종 백신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곧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감염예방법에 근거한 피해보상제, 합리적 틀 마련해야

일단 해당 시행령을 보면, 진료비 외 간병비는 1일 5만 원이다. 일시보상금은 사망자의 경우 월 최저임금의 240배를 지급한다. 장례 보조비로는 3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발표로는 현재 월 최저임금은 약 183만원이므로 규정에 따른 사망 때 일시보상금은 약 4억 4천만 원 정도다.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도 같다.

그렇다면 실제 보상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를 보면,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후 2019년까지 모두 1,180건이다. 이 가운데 57%인 675건에 대해 접종과 부작용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보상을 받았다.

지난 2010년에는 신종플루 예방접종에 대한 부작용 사례 46건이 인정돼 모두 5,975만 원이 지급됐다. 평균 130만 원, 최고 보상액은 600만 원이었다. 관련 규정을 근거로 했을 때, 보상이 빈약했다기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 부작용 사례 많은 생백신, '코로나19 백신'에는 사용 안돼

그럼 백신 별로는 어땠을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피해보상은 BCG(결핵),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나 홍역, 간염, 뇌염 그리고 신종플루 등 10가지 안팎의 백신 부작용에 대해 모두 232건이 이뤄졌다. 팩트체크K팀이 해당 기간 백신별 피해보상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해 확보한 결과다.

이 가운데 BCG (결핵)백신이 단독원인으로 인정된 것이 148건으로, 약 64%를 차지했다. 노인 폐렴구균 백신이 42건으로 뒤를 이었다. 신종플루나 인플루엔자는 10건이었다.

BCG 부작용의 대부분은 접종부위 농양, 림프절염, 연조직염 등에 해당하는 국소부위 부작용이다. 열성경련이나 말초신경 마비를 일컫는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신경계 부작용은 이 기간 8건이 인정됐는데,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4건이 발생했다. 이 기간 사망에 이른 부작용은 없었다.

BCG 백신은 생백신이다. 실제 결핵균을 사용한다. 그만큼 독성도 있다. 접종대상도 면역이 취약한 생후 4주 이내 신생아다. 폐렴구균은 일반적인 사백신인데, 소아와 65살 이상 노인이 접종 대상이다. 소아보다 노인에게서 부작용이 더 잦았다. 이번에 접종하게 될 것으로 예고된 코로나19 백신에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은 없다. 다만 노인층에서 백신 부작용이 더 빈번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 구체적 피해와 백신과 관계없이 일어날 피해도 예상하고 차분히 대처해야

문 대통령은 어제(20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상 반응 시 대처방안과 피해보상 체계도 준비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 속에 전 국민 백신 접종을 빠르고 안전하게 해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피해보상 못지 않게 그 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도 중요하다.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 시기의 부작용 의심 사례들을 보면, 백신과 피해사례를 시간적 선후관계가 아니라 원인과 결과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런 논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전문가인 영국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 스테판 레완도우스키(Stephan Lewandowsky) 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코로나19 백신 커뮤니케이션 핸드북'을 보면, " 많은 노인이 먼저 예방접종을 받고 있을 때 '오인성 부작용'(misattributed side effects)이 발생한다는 점을 대중과 특히 언론이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백신 접종이 없었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질병과 인명피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역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2017두52764)를 보면,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판단한다.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2)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3)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백신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는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빠르게 퍼지는 감염병 앞에선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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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백신] 합리적 ‘피해보상 제도’로 사회적 신뢰 쌓아야
    • 입력 2021-01-21 05:01:53
    • 수정2021-01-21 05:59:17
    취재K
백신 접종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우리도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높아진 관심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백신 안전성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해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국가 보상제도는 백신 접종의 신뢰를 쌓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주춧돌이다.

우리는 1995년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필수 예방접종에 대한 피해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우리의 국가보상제도는 백신의 제조나 유통의 결함이 없더라도 접종으로 인한 피해가 인정되면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 그래서 제도의 취지도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고 피해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 예방접종 피해보상제는 백신 신뢰의 '주춧돌'

고명식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예방접종사고에 있어서의 손해배상의 법리'(2014)라는 논문에서 "예방접종 사고에 대한 손실 보상은 국가에 대해 무과실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해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것보다 피접종자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보상 한도나 액수는 법으로 규정돼 있어 보상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다. 고 교수는 이에 대해 "피접종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서…반드시 유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행 보상제도는 어떨까. 현재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보상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을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

현 감염병 예방법 제71조는 예방접종 등에 따른 피해보상을 규정한다. 해당 조항을 보면, 예방접종 부작용에 따른 질병으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 전액 및 정액 간병비를 지급한다. 또 장애인이 된 사람에겐 그 정도에 따라 일시보상금을 지급하고, 사망한 사람에겐 일시보상금과 장례 보조비를 보상하도록 했다.

'합리적 보상'을 위해 전체적인 틀이 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그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는 것은 대통령령이다. 대통령령을 개정해 보상 폭을 조정할 순 있는데, 그럴 경우 코로나19의 긴급함과 다른 예방접종 백신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곧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감염예방법에 근거한 피해보상제, 합리적 틀 마련해야

일단 해당 시행령을 보면, 진료비 외 간병비는 1일 5만 원이다. 일시보상금은 사망자의 경우 월 최저임금의 240배를 지급한다. 장례 보조비로는 3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발표로는 현재 월 최저임금은 약 183만원이므로 규정에 따른 사망 때 일시보상금은 약 4억 4천만 원 정도다.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도 같다.

그렇다면 실제 보상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를 보면,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후 2019년까지 모두 1,180건이다. 이 가운데 57%인 675건에 대해 접종과 부작용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보상을 받았다.

지난 2010년에는 신종플루 예방접종에 대한 부작용 사례 46건이 인정돼 모두 5,975만 원이 지급됐다. 평균 130만 원, 최고 보상액은 600만 원이었다. 관련 규정을 근거로 했을 때, 보상이 빈약했다기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 부작용 사례 많은 생백신, '코로나19 백신'에는 사용 안돼

그럼 백신 별로는 어땠을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피해보상은 BCG(결핵),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나 홍역, 간염, 뇌염 그리고 신종플루 등 10가지 안팎의 백신 부작용에 대해 모두 232건이 이뤄졌다. 팩트체크K팀이 해당 기간 백신별 피해보상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해 확보한 결과다.

이 가운데 BCG (결핵)백신이 단독원인으로 인정된 것이 148건으로, 약 64%를 차지했다. 노인 폐렴구균 백신이 42건으로 뒤를 이었다. 신종플루나 인플루엔자는 10건이었다.

BCG 부작용의 대부분은 접종부위 농양, 림프절염, 연조직염 등에 해당하는 국소부위 부작용이다. 열성경련이나 말초신경 마비를 일컫는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신경계 부작용은 이 기간 8건이 인정됐는데,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4건이 발생했다. 이 기간 사망에 이른 부작용은 없었다.

BCG 백신은 생백신이다. 실제 결핵균을 사용한다. 그만큼 독성도 있다. 접종대상도 면역이 취약한 생후 4주 이내 신생아다. 폐렴구균은 일반적인 사백신인데, 소아와 65살 이상 노인이 접종 대상이다. 소아보다 노인에게서 부작용이 더 잦았다. 이번에 접종하게 될 것으로 예고된 코로나19 백신에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은 없다. 다만 노인층에서 백신 부작용이 더 빈번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 구체적 피해와 백신과 관계없이 일어날 피해도 예상하고 차분히 대처해야

문 대통령은 어제(20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상 반응 시 대처방안과 피해보상 체계도 준비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 속에 전 국민 백신 접종을 빠르고 안전하게 해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피해보상 못지 않게 그 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도 중요하다.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 시기의 부작용 의심 사례들을 보면, 백신과 피해사례를 시간적 선후관계가 아니라 원인과 결과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런 논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전문가인 영국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 스테판 레완도우스키(Stephan Lewandowsky) 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코로나19 백신 커뮤니케이션 핸드북'을 보면, " 많은 노인이 먼저 예방접종을 받고 있을 때 '오인성 부작용'(misattributed side effects)이 발생한다는 점을 대중과 특히 언론이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백신 접종이 없었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질병과 인명피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역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2017두52764)를 보면,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판단한다.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2)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3)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백신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는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빠르게 퍼지는 감염병 앞에선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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