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넌 비리 공무원이 될 것” 강경상고 교사 폭언 논란

입력 2021.01.22 (08:00) 수정 2021.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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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강경읍에 자리한 ‘강경상업고등학교’.충남 논산시 강경읍에 자리한 ‘강경상업고등학교’.

충남 논산에 위치한 강경상업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한 학생을 괴롭혔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학부모는 처음엔 교육 차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자녀가 학교생활을 괴로워하고,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되자 이를 심상치 않게 느끼고, 녹음기를 구매해 아이 손에 쥐어줍니다. 아이의 말이 사실인지 알고 싶어섭니다. 그런데 이 녹음기에 1시간 반 분량으로 담긴 선생님들의 목소리에서는 욕설과 폭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학생이 울음을 터트리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도 폭언이 끝나질 않았습니다. 녹음이 이뤄진 학교 교무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부사관 등을 배출했다는 홍보 현수막이 내걸린 강경상고 게시판. 부사관 등을 배출했다는 홍보 현수막이 내걸린 강경상고 게시판.

■ 공무원 시켜준다는 말에 진학했는데…

학부모 A 씨와 자녀 B 군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 강경상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택했습니다. 성적이 상위권을 기록해 일반계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공무원을 꼭 만들어주겠다는 교장의 말을 듣고 상업고등학교 진학을 택했습니다. 기자가 만난 강경상업고등학교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학생이던 B 군이 학업태도와 성적이 우수해 강경상고에 오면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하고 진학하도록 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B 군이 강경상고 2학년이 되던 3년 전,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공무원반 교사들이 B 군이 불성실한 학업태도를 보인다며 폭언을 쏟아낸 겁니다.
B 군과 학부모는 교사들의 괴롭힘이 2년 넘게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B 군은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고등학교 때 처음이었고, 고등학생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토로합니다.

폭언이 일어난 장소인 강경상고 교무실.폭언이 일어난 장소인 강경상고 교무실.

■ "너는 비리공무원이 될 것" 쏟아지는 폭언

2017년 10월 교무실에서 녹음된 대화는 자녀 B 군이 공무원반에서 제명된 것부터 시작됩니다. 강경상고 교사 C 씨는 B 군을 향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고 기숙사에 들어갔다며 공무원반에서 잘렸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강경상고 같은 특성화고 학교장에게 ‘지역 인재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추천권'을 부여합니다. 균등선발을 위해섭니다. B 군이 상고에 진학한 것도 공무원 추천권을 통해 공직에 입문할 수 있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사들은 B 군에게 공무원반도 제명되고 추천권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무원 시험조차 못 볼 것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B 군이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하자 폭언이 쏟아집니다.
강경상고 교사 C 씨는 “이XX 웃기네! 진짜, 학교가 우스워 보여? 죽고 싶나 진짜, 뭐 이따위가 있어 진짜 정도껏 해! 니 엄마 너 포기했어? 제멋대로 라면 처먹고 기숙사에 퍼져 있냐, 너는 학교에 있으면 안 돼. 니 집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이어 C 씨는 “니가 (알아서 공무원반에서) 떨어져 나가겠지 생각했어. 내가 눈길도 안 주고 확인도 안 하고 지쳐 떨어지겠지. 나는 마음에 안 들면 쳐다도 안 봐.”라고 덧붙입니다.
상식 밖의 폭언은 계속 이어집니다.
C 씨는 울음을 터트리며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는 B 군을 향해 “너는 정신과를 갈 것이 아니고, 의사소통하는 학원이 있다며 의사소통부터 배우라” “이 시간 이후 공무원반을 나가고 공채반도 기웃거리지 마.”라고 쏘아붙입니다.
라면을 먹고, 기숙사에 들어갔다는 이유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지시가 내려진 겁니다.
또 다른 교사 D 씨는 B 군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붙이며 커서 비리공무원이 될 것이라고 험담을 퍼붓습니다.
교사 D 씨는 “비리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지 그런 행동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니 엄마가 너무 안타깝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혼자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아!”라고 호통을 칩니다.
교사로부터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B 군은 그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부탁했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당했던 일을 설명하는 학부모 A 씨.자녀가 학교에서 당했던 일을 설명하는 학부모 A 씨.
■ 강경상고 교사들 "거꾸로 학부모에게 괴롭힘당해"

폭언이 담긴 녹취록을 들은 학부모 A 씨는 충격에 빠집니다. 학교와 갈등은 이때부터 극심해졌습니다. A 씨는 교사로부터 홀대받는 B 군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중학생 때 성적도 좋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 졸업한 지금까지 남몰래 기부단체에 정기기부를 하는 성실한 아이였다”며 “아이가 얼마나 무너졌을까 하는 상실감을 느꼈고, 나 역시도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언에 대한 이야기하는 강경상고 교사들. 폭언에 대한 이야기하는 강경상고 교사들.
KBS 취재진이 강경상고를 찾아 관련 사실을 물어봤습니다.
해당 교사 중 1명은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녹취록을 공개하자 그제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맞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폭언을 가한 교사들은 사과했지만 학부모로부터 괴롭힘과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학부모가 전화 문자를 통해 수시로 교사들에게 항의했다는 겁니다.
교사 C 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맞다. 바른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며 “그다음부터 학부모가 교사들을 상대로 많은 공격을 했고 피해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B 군에게 폭언을 한 또 다른 교사 D 씨는 “학생이 상처를 받았을 거다. 그래서 사과를 했는데 학부모가 돌변해 계속 힘들게 했고, 정말 갑질 학부모의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어 D 씨는 “학생이 받았던 상처만큼 나는 2배로 고통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교육청 진상조사 감사… 강경상고 '기관 경고' 처분

결국, 충청남도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교육청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강경상고와 피해 학부모, 학생 등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도교육청은 교사와 학교장의 언어폭력과 협박 사실 여부에 대한 감사 의견에서 ‘공무원이 돼도 세금을 떼먹는 비리공무원밖에 더 되겠느냐 등 심한 언어폭력’과 ‘아이를 수시로 불러내 억측과 협박으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학생에게 심한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으로 올바른 지도방법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적절치 못한 언어로 학생에게 심적 고통을 줬던 부분과 공무원 시험 추천과 관련된 지도교사의 업무가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경상고 전체에 대한 기관 경고 처분과 함께 해당 교사에 대해 경고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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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넌 비리 공무원이 될 것” 강경상고 교사 폭언 논란
    • 입력 2021-01-22 08:00:11
    • 수정2021-01-22 08:00:29
    취재후·사건후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 자리한 ‘강경상업고등학교’.
충남 논산에 위치한 강경상업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한 학생을 괴롭혔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학부모는 처음엔 교육 차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자녀가 학교생활을 괴로워하고,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되자 이를 심상치 않게 느끼고, 녹음기를 구매해 아이 손에 쥐어줍니다. 아이의 말이 사실인지 알고 싶어섭니다. 그런데 이 녹음기에 1시간 반 분량으로 담긴 선생님들의 목소리에서는 욕설과 폭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학생이 울음을 터트리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도 폭언이 끝나질 않았습니다. 녹음이 이뤄진 학교 교무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부사관 등을 배출했다는 홍보 현수막이 내걸린 강경상고 게시판.
■ 공무원 시켜준다는 말에 진학했는데…

학부모 A 씨와 자녀 B 군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 강경상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택했습니다. 성적이 상위권을 기록해 일반계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공무원을 꼭 만들어주겠다는 교장의 말을 듣고 상업고등학교 진학을 택했습니다. 기자가 만난 강경상업고등학교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학생이던 B 군이 학업태도와 성적이 우수해 강경상고에 오면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하고 진학하도록 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B 군이 강경상고 2학년이 되던 3년 전,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공무원반 교사들이 B 군이 불성실한 학업태도를 보인다며 폭언을 쏟아낸 겁니다.
B 군과 학부모는 교사들의 괴롭힘이 2년 넘게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B 군은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고등학교 때 처음이었고, 고등학생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토로합니다.

폭언이 일어난 장소인 강경상고 교무실.
■ "너는 비리공무원이 될 것" 쏟아지는 폭언

2017년 10월 교무실에서 녹음된 대화는 자녀 B 군이 공무원반에서 제명된 것부터 시작됩니다. 강경상고 교사 C 씨는 B 군을 향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고 기숙사에 들어갔다며 공무원반에서 잘렸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강경상고 같은 특성화고 학교장에게 ‘지역 인재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추천권'을 부여합니다. 균등선발을 위해섭니다. B 군이 상고에 진학한 것도 공무원 추천권을 통해 공직에 입문할 수 있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사들은 B 군에게 공무원반도 제명되고 추천권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무원 시험조차 못 볼 것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B 군이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하자 폭언이 쏟아집니다.
강경상고 교사 C 씨는 “이XX 웃기네! 진짜, 학교가 우스워 보여? 죽고 싶나 진짜, 뭐 이따위가 있어 진짜 정도껏 해! 니 엄마 너 포기했어? 제멋대로 라면 처먹고 기숙사에 퍼져 있냐, 너는 학교에 있으면 안 돼. 니 집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이어 C 씨는 “니가 (알아서 공무원반에서) 떨어져 나가겠지 생각했어. 내가 눈길도 안 주고 확인도 안 하고 지쳐 떨어지겠지. 나는 마음에 안 들면 쳐다도 안 봐.”라고 덧붙입니다.
상식 밖의 폭언은 계속 이어집니다.
C 씨는 울음을 터트리며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는 B 군을 향해 “너는 정신과를 갈 것이 아니고, 의사소통하는 학원이 있다며 의사소통부터 배우라” “이 시간 이후 공무원반을 나가고 공채반도 기웃거리지 마.”라고 쏘아붙입니다.
라면을 먹고, 기숙사에 들어갔다는 이유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지시가 내려진 겁니다.
또 다른 교사 D 씨는 B 군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붙이며 커서 비리공무원이 될 것이라고 험담을 퍼붓습니다.
교사 D 씨는 “비리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지 그런 행동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니 엄마가 너무 안타깝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혼자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아!”라고 호통을 칩니다.
교사로부터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B 군은 그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부탁했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당했던 일을 설명하는 학부모 A 씨. ■ 강경상고 교사들 "거꾸로 학부모에게 괴롭힘당해"

폭언이 담긴 녹취록을 들은 학부모 A 씨는 충격에 빠집니다. 학교와 갈등은 이때부터 극심해졌습니다. A 씨는 교사로부터 홀대받는 B 군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중학생 때 성적도 좋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 졸업한 지금까지 남몰래 기부단체에 정기기부를 하는 성실한 아이였다”며 “아이가 얼마나 무너졌을까 하는 상실감을 느꼈고, 나 역시도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언에 대한 이야기하는 강경상고 교사들. KBS 취재진이 강경상고를 찾아 관련 사실을 물어봤습니다.
해당 교사 중 1명은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녹취록을 공개하자 그제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맞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폭언을 가한 교사들은 사과했지만 학부모로부터 괴롭힘과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학부모가 전화 문자를 통해 수시로 교사들에게 항의했다는 겁니다.
교사 C 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맞다. 바른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며 “그다음부터 학부모가 교사들을 상대로 많은 공격을 했고 피해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B 군에게 폭언을 한 또 다른 교사 D 씨는 “학생이 상처를 받았을 거다. 그래서 사과를 했는데 학부모가 돌변해 계속 힘들게 했고, 정말 갑질 학부모의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어 D 씨는 “학생이 받았던 상처만큼 나는 2배로 고통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교육청 진상조사 감사… 강경상고 '기관 경고' 처분

결국, 충청남도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교육청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강경상고와 피해 학부모, 학생 등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도교육청은 교사와 학교장의 언어폭력과 협박 사실 여부에 대한 감사 의견에서 ‘공무원이 돼도 세금을 떼먹는 비리공무원밖에 더 되겠느냐 등 심한 언어폭력’과 ‘아이를 수시로 불러내 억측과 협박으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학생에게 심한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으로 올바른 지도방법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적절치 못한 언어로 학생에게 심적 고통을 줬던 부분과 공무원 시험 추천과 관련된 지도교사의 업무가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경상고 전체에 대한 기관 경고 처분과 함께 해당 교사에 대해 경고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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