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사회적기업’ 꿈꾸는 탈북민 황태덕장

입력 2021.01.23 (08:36) 수정 2021.01.2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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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겨울 예년보다 눈도 많이 내리고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한파가 반가운 곳이 있습니다.

네. 바로 황태 덕장인데요. 황태는 일교차가 커야 제맛이 난다는데 올겨울 풍년을 맞았다고 하네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경기도 가평 산골에서 탈북민 김도정 씨가 운영하는 황태 덕장에 다녀왔는데요.

황태의 계절답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고요.

[앵커]

그런데 이곳이 다른 황태 덕장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요?

[답변]

네. ‘사회적기업’을 꿈꾸고 있는데요.

소외계층이나 지역주민들을 우선 채용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황태 덕장입니다.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가평 화악산 자락..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이곳에 황태 덕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들..

황태 제철을 맞아 분주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게 다 뭐예요? (제대로 마르라고 서로 붙은 애들끼리 뜯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함경북도 경성이 고향인 김도정 씨는 2007년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도정씨는 고향의 맛이 그리워 황태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지인들에게 황태를 선물로 나눠 주다가 점차 입소문을 타게 됐고, 2012년 아예 가평에 덕장을 열었습니다

[김도정/탈북민 : "여기 온도가 우리 고향에 있던 온도하고 밤낮 온도가 차이가 비슷하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깨끗하잖아요."]

도정 씨는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서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4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했는데요.

그 결과 연간 40톤 정도의 명태를 건조시킬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덕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탈북민이란 이유로 시련이 많았습니다.

[김도정/탈북민 :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했어요.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해보고 식당 같은 데 가서 설거지도 해보고 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김도정 씨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자신처럼 일을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도정 씨는 덕장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김도정/탈북민 :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내가 자리를 잡아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법인을) 만들게 됐어요."]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까요?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조경자/직원 : "올해는 너무 좋아요. 날씨가 계속 추웠잖아요. 춥고 이래서 명태에는 최적의 날씨라고 봐야 돼요. 올해는 상질의 제품 나올 거 같아요"]

[김경애/탈북민 직원 : "코로나 시기에 취직하기도 힘들고 해고 하는 데 얼마나 많아요. 회사가 받아주시고 이러니까 너무 감사하고 사장님한테 정말 감사하고 그래요."]

추위에서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도정 씨가 따뜻한 점심을 준비합니다.

순식간에 정성스러운 한 상이 차려졌는데요

["대표님 음식 솜씨 어때요? (칭찬할 만 해요.)"]

최근에 함께 일을 하게 된 신인숙 씨는 나이도 많고 몸이 불편해 취업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인숙/직원 :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장애인이고 손이 불편하니까 생산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이해해주시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하셔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도정 씨 덕장은 지역 주민들을 우선 채용 하면서 지난해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는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 규모를 더 키워 어엿한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게 도정 씨의 꿈입니다.

[김도정/탈북민 : "사회적 기업이란 거를 모르고 시작했어요. 자금 문제라든가 이런 게 어려운데 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해서 그런 게 너무 어려워서 가방 메고 다니면서 많이 주변에 문 두드려서 그런 걸 배우면서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양질의 황태를 생산하기 위해 마지막 손질 단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위생복을 입고 작업에 뛰어들었는데요. 보기보다 쉽지가 않네요.

["이거 뼈예요? (아니에요, 이런 뼈. 하루 종일 가도 못 하겠네.)"]

오히려 짐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아이고 우리 회장님 오셨어요."]

한창 바쁜 작업장을 찾아온 한 남자! 바로 김도정 씨의 남편 이근길 씹니다.

[이근길/남편 : "눈이 오고 그래서 위험해서 쫓아 왔어요."]

언제나 묵묵히 아내의 곁을 지키는 믿음직한 남편인데요.

작업장에서도 바늘과 실처럼 항상 꼭 붙어 다닌다고 합니다.

운영이 힘들어 황태 덕장을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남편 이근길씨는 아내 옆에서 큰 힘이 돼줬다는데요. 알콩달콩 지내는 이 부부. 그런데 결혼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손질이 끝난 황태를 차에 싣고 서울에 있는 포장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김도정/탈북민 : "우리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걸 잘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근길 씨는 결혼 생각이 없는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는데요.

[이근길/남편 : "지금 같이 있는데 왜 부담을 줘야 하나 그냥 같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도정 씨가 먼저 청혼했고 2008년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는데요.

홀로 탈북한 도정 씨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작업장에 도착했는데요.

설 명절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도정 씨는 지금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김도정/탈북민 : "정말로 취업이 내 삶과 연결이 돼서 필요한 분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고, 그분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외계층도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업형 덕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김도정 씨!

작지만 큰 꿈을 실천해 나가는 도정 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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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사회적기업’ 꿈꾸는 탈북민 황태덕장
    • 입력 2021-01-23 08:36:12
    • 수정2021-01-23 08:43:28
    남북의 창
[앵커]

이번 겨울 예년보다 눈도 많이 내리고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한파가 반가운 곳이 있습니다.

네. 바로 황태 덕장인데요. 황태는 일교차가 커야 제맛이 난다는데 올겨울 풍년을 맞았다고 하네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경기도 가평 산골에서 탈북민 김도정 씨가 운영하는 황태 덕장에 다녀왔는데요.

황태의 계절답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고요.

[앵커]

그런데 이곳이 다른 황태 덕장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요?

[답변]

네. ‘사회적기업’을 꿈꾸고 있는데요.

소외계층이나 지역주민들을 우선 채용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황태 덕장입니다.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가평 화악산 자락..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이곳에 황태 덕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들..

황태 제철을 맞아 분주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게 다 뭐예요? (제대로 마르라고 서로 붙은 애들끼리 뜯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함경북도 경성이 고향인 김도정 씨는 2007년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도정씨는 고향의 맛이 그리워 황태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지인들에게 황태를 선물로 나눠 주다가 점차 입소문을 타게 됐고, 2012년 아예 가평에 덕장을 열었습니다

[김도정/탈북민 : "여기 온도가 우리 고향에 있던 온도하고 밤낮 온도가 차이가 비슷하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깨끗하잖아요."]

도정 씨는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서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4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했는데요.

그 결과 연간 40톤 정도의 명태를 건조시킬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덕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탈북민이란 이유로 시련이 많았습니다.

[김도정/탈북민 :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했어요.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해보고 식당 같은 데 가서 설거지도 해보고 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김도정 씨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자신처럼 일을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도정 씨는 덕장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김도정/탈북민 :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내가 자리를 잡아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법인을) 만들게 됐어요."]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까요?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조경자/직원 : "올해는 너무 좋아요. 날씨가 계속 추웠잖아요. 춥고 이래서 명태에는 최적의 날씨라고 봐야 돼요. 올해는 상질의 제품 나올 거 같아요"]

[김경애/탈북민 직원 : "코로나 시기에 취직하기도 힘들고 해고 하는 데 얼마나 많아요. 회사가 받아주시고 이러니까 너무 감사하고 사장님한테 정말 감사하고 그래요."]

추위에서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도정 씨가 따뜻한 점심을 준비합니다.

순식간에 정성스러운 한 상이 차려졌는데요

["대표님 음식 솜씨 어때요? (칭찬할 만 해요.)"]

최근에 함께 일을 하게 된 신인숙 씨는 나이도 많고 몸이 불편해 취업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인숙/직원 :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장애인이고 손이 불편하니까 생산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이해해주시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하셔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도정 씨 덕장은 지역 주민들을 우선 채용 하면서 지난해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는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 규모를 더 키워 어엿한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게 도정 씨의 꿈입니다.

[김도정/탈북민 : "사회적 기업이란 거를 모르고 시작했어요. 자금 문제라든가 이런 게 어려운데 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해서 그런 게 너무 어려워서 가방 메고 다니면서 많이 주변에 문 두드려서 그런 걸 배우면서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양질의 황태를 생산하기 위해 마지막 손질 단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위생복을 입고 작업에 뛰어들었는데요. 보기보다 쉽지가 않네요.

["이거 뼈예요? (아니에요, 이런 뼈. 하루 종일 가도 못 하겠네.)"]

오히려 짐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아이고 우리 회장님 오셨어요."]

한창 바쁜 작업장을 찾아온 한 남자! 바로 김도정 씨의 남편 이근길 씹니다.

[이근길/남편 : "눈이 오고 그래서 위험해서 쫓아 왔어요."]

언제나 묵묵히 아내의 곁을 지키는 믿음직한 남편인데요.

작업장에서도 바늘과 실처럼 항상 꼭 붙어 다닌다고 합니다.

운영이 힘들어 황태 덕장을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남편 이근길씨는 아내 옆에서 큰 힘이 돼줬다는데요. 알콩달콩 지내는 이 부부. 그런데 결혼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손질이 끝난 황태를 차에 싣고 서울에 있는 포장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김도정/탈북민 : "우리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걸 잘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근길 씨는 결혼 생각이 없는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는데요.

[이근길/남편 : "지금 같이 있는데 왜 부담을 줘야 하나 그냥 같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도정 씨가 먼저 청혼했고 2008년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는데요.

홀로 탈북한 도정 씨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작업장에 도착했는데요.

설 명절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도정 씨는 지금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김도정/탈북민 : "정말로 취업이 내 삶과 연결이 돼서 필요한 분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고, 그분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외계층도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업형 덕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김도정 씨!

작지만 큰 꿈을 실천해 나가는 도정 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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