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독주에 ‘집중 견제’…이재명 측 “기득권 저항 치고 나갈 것”

입력 2021.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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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여 1위 자리를 점점 굳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주자들의 견제도 날이 갈수록 표면화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 행보에 대해선 대놓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계기는 이 지사가 지난 20일 전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방역을 위해 시기를 조절해달란 메시지를 보냈고, 이 지사가 이를 받아들여 지급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 이낙연, '깜빡이' 발언에 이어 "곳간지기 구박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이낙연 대표는 그제(23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내놓은 '손실 보상제'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은 생각이 다르다는 지적에 "엄두가 안 날 것"이라며 "기재부, 곳간지기한테 구박한다고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당정 간도 그렇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 되지, 언론 앞에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하냐"고도 물었습니다. 홍 부총리, 기재부를 공개 비판해 온 이재명 지사, 최근 손실 보상제와 관련해 기재부를 공개 질타했던 정세균 국무총리를 동시에 겨눈 발언으로 보입니다.

이날 이 대표는 또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시도는 선별 지원을 원한다"며 "상대적 상실감, 박탈감 같은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해야 된다는 가치가 있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가치가 있어 고민스러운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어제는 다소 우회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이 대표는 이재명 지사가 '10만 원 지급'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더 선명하게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성 지원이기 때문에 현재 기조와 맞지 않다고 비판한 겁니다.

'엄중 낙연'이라 불릴 정도로 말을 아꼈던 예전과 달리, 경쟁 주자에 대해서 비교적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인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지지율 역전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실 이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톤 조절'을 하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할 뿐이지만, 이 대표를 돕고 있던 측근들은 이 지사에 대한 불만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 측근인 한 의원은 지난 20일 이재명 지사의 발표를 두고 KBS 취재진에 "완전히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의 행보 자체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정세균계도 "포퓰리즘" 대놓고 비판

불만과 반감을 숨기지 않는 건 이낙연 대표 측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정세균 총리의 측근도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긴 마찬가지인데요.

대표적인 '정세균계'로 알려진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최근 페이스북 글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그러니까 이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밝힌 이틀 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명칭부터 보편-선별 지원 논쟁까지 꺼냈습니다.

이 의원은 "지금처럼 추진되는 '재난기본소득'이란 용어가 빚은 불필요한 논의는 사회적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겠다는 큰 뜻을 품은 분이 그 갈등의 단초를 제공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고요. "지금 중요한 건 재난지원금을 경기도민 전체에 주는가, 차등 지급해야 하는가가 아님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는가"라며 "여당의 보편-선별 논의는 '상복을 1년 입을 것이냐 3년 입을 것이냐'하는 붕당세력들의 예송논쟁처럼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도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글 말미엔 "더이상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포퓰리즘 논쟁은 중지하고..."라고도 썼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이 지사 행보를 두고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 정성호 "'깜빡이' 표현 아쉬워…변화·혁신 야기하는 어떤 정책도 기득권 저항 받을 밖에"

이재명 지사 측은 KBS에 "정치권에서 '센 놈'하고 계속 붙는 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제일 좋은 것", "논평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비판에 대한 불쾌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엿보입니다.


어제(24일) 이 지사의 대표적인 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이 같은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정 의원은 '차기 대선 구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보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이재명 지사가 확실하게 우위에 있지 않냐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꾸준한 정치, 행정 활동을 통해 역량과 능력이 검증돼야 하는데, 다른 후보들이 뒤늦게 나서기엔 시간이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최근 이낙연 대표의 '깜빡이' 발언에 대해선 "아쉽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야당이 비슷한 표현을 많이 썼다며, 이 때문에 "우리 지지자들한테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고 한 건데요. 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지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현재 이재명 지사에게 집중되고 있는 '견제'를 되받아쳤습니다. 이 지사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정책 역량과 추진 의지를 꼽으면서, "변화와 혁신을 야기하는 어떤 정책도 기득권의 저항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걸 정책 결정권자로서 기득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고 나가는 그런 의지"라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는 공관에서 경기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등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 지지율 하락이 이미 '바닥'을 찍은 만큼 다시 올라갈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2022년 대선은 아직 1년도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여권 대선 주자들 간 경쟁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미 대선이 시작돼버린 것 같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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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 독주에 ‘집중 견제’…이재명 측 “기득권 저항 치고 나갈 것”
    • 입력 2021-01-25 06:00:17
    취재K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여 1위 자리를 점점 굳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주자들의 견제도 날이 갈수록 표면화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 행보에 대해선 대놓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계기는 이 지사가 지난 20일 전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방역을 위해 시기를 조절해달란 메시지를 보냈고, 이 지사가 이를 받아들여 지급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 이낙연, '깜빡이' 발언에 이어 "곳간지기 구박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이낙연 대표는 그제(23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내놓은 '손실 보상제'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은 생각이 다르다는 지적에 "엄두가 안 날 것"이라며 "기재부, 곳간지기한테 구박한다고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당정 간도 그렇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 되지, 언론 앞에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하냐"고도 물었습니다. 홍 부총리, 기재부를 공개 비판해 온 이재명 지사, 최근 손실 보상제와 관련해 기재부를 공개 질타했던 정세균 국무총리를 동시에 겨눈 발언으로 보입니다.

이날 이 대표는 또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시도는 선별 지원을 원한다"며 "상대적 상실감, 박탈감 같은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해야 된다는 가치가 있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가치가 있어 고민스러운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어제는 다소 우회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이 대표는 이재명 지사가 '10만 원 지급'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더 선명하게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성 지원이기 때문에 현재 기조와 맞지 않다고 비판한 겁니다.

'엄중 낙연'이라 불릴 정도로 말을 아꼈던 예전과 달리, 경쟁 주자에 대해서 비교적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인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지지율 역전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실 이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톤 조절'을 하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할 뿐이지만, 이 대표를 돕고 있던 측근들은 이 지사에 대한 불만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 측근인 한 의원은 지난 20일 이재명 지사의 발표를 두고 KBS 취재진에 "완전히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의 행보 자체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정세균계도 "포퓰리즘" 대놓고 비판

불만과 반감을 숨기지 않는 건 이낙연 대표 측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정세균 총리의 측근도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긴 마찬가지인데요.

대표적인 '정세균계'로 알려진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최근 페이스북 글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그러니까 이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밝힌 이틀 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명칭부터 보편-선별 지원 논쟁까지 꺼냈습니다.

이 의원은 "지금처럼 추진되는 '재난기본소득'이란 용어가 빚은 불필요한 논의는 사회적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겠다는 큰 뜻을 품은 분이 그 갈등의 단초를 제공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고요. "지금 중요한 건 재난지원금을 경기도민 전체에 주는가, 차등 지급해야 하는가가 아님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는가"라며 "여당의 보편-선별 논의는 '상복을 1년 입을 것이냐 3년 입을 것이냐'하는 붕당세력들의 예송논쟁처럼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도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글 말미엔 "더이상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포퓰리즘 논쟁은 중지하고..."라고도 썼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이 지사 행보를 두고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 정성호 "'깜빡이' 표현 아쉬워…변화·혁신 야기하는 어떤 정책도 기득권 저항 받을 밖에"

이재명 지사 측은 KBS에 "정치권에서 '센 놈'하고 계속 붙는 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제일 좋은 것", "논평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비판에 대한 불쾌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엿보입니다.


어제(24일) 이 지사의 대표적인 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이 같은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정 의원은 '차기 대선 구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보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이재명 지사가 확실하게 우위에 있지 않냐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꾸준한 정치, 행정 활동을 통해 역량과 능력이 검증돼야 하는데, 다른 후보들이 뒤늦게 나서기엔 시간이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최근 이낙연 대표의 '깜빡이' 발언에 대해선 "아쉽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야당이 비슷한 표현을 많이 썼다며, 이 때문에 "우리 지지자들한테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고 한 건데요. 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지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현재 이재명 지사에게 집중되고 있는 '견제'를 되받아쳤습니다. 이 지사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정책 역량과 추진 의지를 꼽으면서, "변화와 혁신을 야기하는 어떤 정책도 기득권의 저항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걸 정책 결정권자로서 기득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고 나가는 그런 의지"라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는 공관에서 경기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등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 지지율 하락이 이미 '바닥'을 찍은 만큼 다시 올라갈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2022년 대선은 아직 1년도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여권 대선 주자들 간 경쟁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미 대선이 시작돼버린 것 같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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