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영하 날씨에 사라진 홀몸 치매 노인…발견된 곳은?
입력 2021.01.25 (11:27)
수정 2021.01.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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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석곡동의 한 공사장 안에서 치매를 앓던 6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 "저체온증으로 사망 추정"… 실종 치매 노인, 열흘 만에 발견
함박눈이 쏟아지고,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12일 오후 5시쯤. 충북 청주의 한 야산 아래 1층짜리 건물 공사장 안에서 60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열흘 전 새벽, 혼자 집을 나선 뒤 오후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실종 신고됐던 노인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경찰 인력이 일대를 수색해오다 결국 공사장 안에서 시신을 발견한 겁니다.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된 60대는 치매 증상이 있던 홀몸 노인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60대 노인이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일 곳을 찾다가 공사가 한창인 건물 안까지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검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원 검시관도 "60대의 사인이 저체온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과 유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의 CCTV 확인 결과, 실종된 60대 노인은 충북 청주 도심 7개 동을 배회한 것으로 추정 [화면제공: 청주 청원경찰서]
■ 경찰, CCTV로 동선 추적… 도심 7개 동 배회 추정
숨진 60대가 실종된 지난 2일은,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지는 등 충북 중·북부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실종자가 평소 자신이 다니는 주간보호시설의 차가 집에 도착할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홀로 집을 나선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날 오후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마을 곳곳의 CCTV 화면 수백 개를 분석해 실종자의 행적을 추적해, 자택부터 직선거리로 5km 떨어진 사망 지점인 공사장까지 최소 7개의 동 지역 곳곳을 배회하고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CTV에 마지막으로 잡힌 모습은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는 등 길 잃은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 "시민 제보가 절실했는데… 치매 노인 '배회감지기'도 무용지물"
실종자 수색 닷새째,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고 "제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실종자를 발견하는 즉시, 112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실종자 발견의 골든타임인 24시간을 넘긴 데다 CCTV 추적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60대 노인은 경찰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60대 노인에게는 치매 노인에게 보급되는 '배회 감지기'도 있었는데,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는 이 GPS형 장치는 통신을 통해 대상자의 위치를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알려줍니다.
경찰 조사 결과, 실종자가 평소 배회감지기 착용을 꺼려 실제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용정 충청북도 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항상 손목에 차고 있어야 하는 배회감지기는 치매 어르신들이 성가셔하기 쉽다"며, "무엇보다 정기적인 시간마다 스스로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60대 노인은 실종 예방을 위해 경찰시스템에 지문 등 인적사항도 등록돼 있었지만, 발견이 안 돼 지문 조회도 불가능했습니다.
실종자가 버스 정류장과 주택가 등 곳곳을 혼자 헤맬 동안 단 한 번의 주민 신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 실종 치매 노인 '사망 사고' 해마다 반복…"빠른 신고 중요"
실종된 치매 노인의 사망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
지난해 1월, 충남 천안의 한 저수지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80대 노인, 지난 2019년 1월에 경남 고성군에서 실종 나흘 만에 마을 근처 논에서 숨진 채 발견된 70대 노인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경찰에 실종 신고 접수된 치매 환자는 만 2천여 명입니다. 5년 전인 2016년보다 2천 4백여 명이나 늘어난 겁니다.
중앙치매센터는 우리나라 노인(노인복지법상 만 65세 이상) 비율이 전체 인구의 15%를 넘어선 '고령 사회'라는 점을 들어, 14년 뒤인 2035년에는 치매 환자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권 사무국장은 " 가족이나 보호자는 실종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실종 치매 환자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고도 설명합니다. 치매 환자의 외투 뒤쪽 아래에 고유번호와 신고 방법이 표시된 '배회 인식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실종자를 찾는 방법입니다.
배회 치매 환자 특징 (출처: 충북광역치매센터) ① 목적지 없이 오랫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닙니다. ② 다른 사람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③ 안절부절못하고 특정 물건을 찾으려고 합니다. ④ 겉옷 아래에 '배회 인식표'가 부착돼 있습니다. |
실종된 치매 환자는 하루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실종 신고가 사전 지문 등록 등 실종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내 가족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건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연관기사] 홀몸 치매 노인 숨진 채 발견…“각종 사고 취약”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94146&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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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영하 날씨에 사라진 홀몸 치매 노인…발견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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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25 11:27:34
- 수정2021-01-25 11:28:46
■ "저체온증으로 사망 추정"… 실종 치매 노인, 열흘 만에 발견
함박눈이 쏟아지고,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12일 오후 5시쯤. 충북 청주의 한 야산 아래 1층짜리 건물 공사장 안에서 60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열흘 전 새벽, 혼자 집을 나선 뒤 오후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실종 신고됐던 노인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경찰 인력이 일대를 수색해오다 결국 공사장 안에서 시신을 발견한 겁니다.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된 60대는 치매 증상이 있던 홀몸 노인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60대 노인이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일 곳을 찾다가 공사가 한창인 건물 안까지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검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원 검시관도 "60대의 사인이 저체온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과 유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경찰, CCTV로 동선 추적… 도심 7개 동 배회 추정
숨진 60대가 실종된 지난 2일은,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지는 등 충북 중·북부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실종자가 평소 자신이 다니는 주간보호시설의 차가 집에 도착할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홀로 집을 나선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날 오후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마을 곳곳의 CCTV 화면 수백 개를 분석해 실종자의 행적을 추적해, 자택부터 직선거리로 5km 떨어진 사망 지점인 공사장까지 최소 7개의 동 지역 곳곳을 배회하고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CTV에 마지막으로 잡힌 모습은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는 등 길 잃은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 "시민 제보가 절실했는데… 치매 노인 '배회감지기'도 무용지물"
실종자 수색 닷새째,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고 "제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실종자를 발견하는 즉시, 112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실종자 발견의 골든타임인 24시간을 넘긴 데다 CCTV 추적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60대 노인은 경찰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60대 노인에게는 치매 노인에게 보급되는 '배회 감지기'도 있었는데,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는 이 GPS형 장치는 통신을 통해 대상자의 위치를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알려줍니다.
경찰 조사 결과, 실종자가 평소 배회감지기 착용을 꺼려 실제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용정 충청북도 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항상 손목에 차고 있어야 하는 배회감지기는 치매 어르신들이 성가셔하기 쉽다"며, "무엇보다 정기적인 시간마다 스스로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60대 노인은 실종 예방을 위해 경찰시스템에 지문 등 인적사항도 등록돼 있었지만, 발견이 안 돼 지문 조회도 불가능했습니다.
실종자가 버스 정류장과 주택가 등 곳곳을 혼자 헤맬 동안 단 한 번의 주민 신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 실종 치매 노인 '사망 사고' 해마다 반복…"빠른 신고 중요"
실종된 치매 노인의 사망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
지난해 1월, 충남 천안의 한 저수지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80대 노인, 지난 2019년 1월에 경남 고성군에서 실종 나흘 만에 마을 근처 논에서 숨진 채 발견된 70대 노인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경찰에 실종 신고 접수된 치매 환자는 만 2천여 명입니다. 5년 전인 2016년보다 2천 4백여 명이나 늘어난 겁니다.
중앙치매센터는 우리나라 노인(노인복지법상 만 65세 이상) 비율이 전체 인구의 15%를 넘어선 '고령 사회'라는 점을 들어, 14년 뒤인 2035년에는 치매 환자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권 사무국장은 " 가족이나 보호자는 실종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실종 치매 환자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고도 설명합니다. 치매 환자의 외투 뒤쪽 아래에 고유번호와 신고 방법이 표시된 '배회 인식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실종자를 찾는 방법입니다.
배회 치매 환자 특징 (출처: 충북광역치매센터) ① 목적지 없이 오랫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닙니다. ② 다른 사람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③ 안절부절못하고 특정 물건을 찾으려고 합니다. ④ 겉옷 아래에 '배회 인식표'가 부착돼 있습니다. |
실종된 치매 환자는 하루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실종 신고가 사전 지문 등록 등 실종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내 가족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건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연관기사] 홀몸 치매 노인 숨진 채 발견…“각종 사고 취약”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94146&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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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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