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났어요” 신고까지 했지만…대피 못한 장애인 결국 숨져
입력 2021.01.25 (15:48)
수정 2021.01.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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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불이 난 부산 금정구 서동의 한 주택에서 현장감식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새벽 발생한 화재로 지적장애가 있던 40대 남성이 숨졌다.
“불이 났어요”
119로 화재 신고가 들어온 건 오늘(25일) 새벽 0시 30분쯤입니다. 신고자의 말투는 다소 어눌했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이 6분 만에 부산 금정구의 화재 현장 부근에 도착했지만 좁고 불법주차까지 된 골목이 소방차를 가로막았습니다.
소방호스를 150m까지 연결해가며 화재 현장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순간이었습니다. 집 안에 있던 40대 남성은 숨졌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박 모 씨였습니다.
이웃들은 박 씨가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지내왔다고 했습니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낡은 이층집 안은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거실에 소화기가 있지만, 사용 흔적은 없습니다.
합동감식에 나선 경찰과 소방 등은 박씨가 있던 안방에서 불이 시작된 걸로 보고 합동감식을 통한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25일 불이 난 부산 금정구 서동의 한 주택에서 현장감식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새벽 발생한 화재로 지적장애가 있던 40대 남성이 숨졌다.
■이웃주민 “장애 있어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
소방서 추산 피해가 37만 원일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었지만, 사망자까지 발생한 화재에 이웃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박 씨를 지켜봐 온 주민들은 그가 홀로 대피하기란 어려웠을 거로 추측했습니다. 박 씨의 앞집 주민은 “ 장애가 있어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하고 가버리면 아무 이상이 없었을 텐데 당황해서 불을 끄다가 그런 모양”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역시 박 씨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화재 지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현장 출동대원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 “화재 안전 사각지대 대책 필요”
정부가 이런 일을 막겠다며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주거지에 설치하는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안전장비를 설치해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신고되는 시스템이 도입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박 씨는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부산 금정구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 위주로 관리가 되다 보니 박 씨의 경우처럼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예산 안에서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지원해야 하다 보니 구의 전체 장애인 중 서비스를 받는 건 80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25일 불이 난 부산 금정구 서동의 한 주택가 인근 골목.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이 얽혀있다
설사 제때 정확한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도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도로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의 ‘소방차량 진입 곤란 지역’은 128개소. 전체 길이는 4만 5천여m에 달합니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도로가 많습니다. 오래된 주택가로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가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중증 정도가 아니라 보호자가 있는지 등을 화재 안전 대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한다”면서 “ 주거형태나 주거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반영할 수 있다면 열악한 시설에 혼자 계신 장애인에 대한 보살핌이나 안전에 대한 부분이 더 관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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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났어요” 신고까지 했지만…대피 못한 장애인 결국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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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25 15:48:16
- 수정2021-01-25 22:16:38
“불이 났어요”
119로 화재 신고가 들어온 건 오늘(25일) 새벽 0시 30분쯤입니다. 신고자의 말투는 다소 어눌했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이 6분 만에 부산 금정구의 화재 현장 부근에 도착했지만 좁고 불법주차까지 된 골목이 소방차를 가로막았습니다.
소방호스를 150m까지 연결해가며 화재 현장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순간이었습니다. 집 안에 있던 40대 남성은 숨졌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박 모 씨였습니다.
이웃들은 박 씨가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지내왔다고 했습니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낡은 이층집 안은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거실에 소화기가 있지만, 사용 흔적은 없습니다.
합동감식에 나선 경찰과 소방 등은 박씨가 있던 안방에서 불이 시작된 걸로 보고 합동감식을 통한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이웃주민 “장애 있어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
소방서 추산 피해가 37만 원일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었지만, 사망자까지 발생한 화재에 이웃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박 씨를 지켜봐 온 주민들은 그가 홀로 대피하기란 어려웠을 거로 추측했습니다. 박 씨의 앞집 주민은 “ 장애가 있어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하고 가버리면 아무 이상이 없었을 텐데 당황해서 불을 끄다가 그런 모양”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역시 박 씨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화재 지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현장 출동대원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 “화재 안전 사각지대 대책 필요”
정부가 이런 일을 막겠다며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주거지에 설치하는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안전장비를 설치해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신고되는 시스템이 도입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박 씨는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부산 금정구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 위주로 관리가 되다 보니 박 씨의 경우처럼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예산 안에서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지원해야 하다 보니 구의 전체 장애인 중 서비스를 받는 건 80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설사 제때 정확한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도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도로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의 ‘소방차량 진입 곤란 지역’은 128개소. 전체 길이는 4만 5천여m에 달합니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도로가 많습니다. 오래된 주택가로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가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중증 정도가 아니라 보호자가 있는지 등을 화재 안전 대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한다”면서 “ 주거형태나 주거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반영할 수 있다면 열악한 시설에 혼자 계신 장애인에 대한 보살핌이나 안전에 대한 부분이 더 관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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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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