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알면서 저지른 살인!”…숨진 대만 유학생 친구들의 호소

입력 2021.01.25 (16:26) 수정 2021.01.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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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필리핀중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그들은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친구의 목숨을 빼앗아간 음주 운전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 내 친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아라”였습니다. 비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선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음주운전 차량이 앗아간 20대 청년의 꿈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쩡이린’ 학생의 친구들입니다. 쩡 씨는 대만 출신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 지 5년 가까이 됐습니다.

신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그는 지난해 11월 6일 숨졌습니다. 초록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음주운전 차량이 그를 덮쳤습니다.

차를 몰았던 50대 김 모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김 씨는 음주운전 사고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이 친구를 잃은 지 81일이 지난 오늘(25일)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첫 공판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던 쩡 씨를 생각하니 친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윤창호 법이 생겼지만 또다시 반복된 음주운전 사고에 친구를 잃은 그들은 친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도록 기자회견에 나서게 됐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다양한 언어로 써 있는 호소문을 들고 있는 쩡이린 씨의 친구들다양한 언어로 써 있는 호소문을 들고 있는 쩡이린 씨의 친구들

■“음주운전은 사고가 아닌 알면서 저지른 살인”

기자회견은 쩡이린 씨의 부모의 입장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쩡 씨의 부모는 “정부 기관의 청원 등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달라”면서 “이것이 매년 수백 명의 한국인과 외국인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거”라며 딸의 목숨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본인도 유학생으로 쩡이린 씨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는 중국인 유학생은 “갑작스럽게 음주 운전자에 의해 (친구가)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다”면서 “이번 (음주운전)사건은 사고가 아닌 알면서 저지른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춘이었던 생명을 빼앗아갔고 꿈을 꺾었으며 한 화목한 가정을 산산조각냈고 사랑하던 친구를 빼앗겼다”면서 “가해자에게 중죄를 물어 최고의 형벌을 내려달라”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3년간 쩡이린 씨와 알고 지낸 박선규 씨는 “윤창호법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법원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고 있다”면서 “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쩡이린을 사망케 한 범죄자는 음주운전 재범이라고 들었는데 만약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면서 “음주운전 범죄를 과실로 생각하는 법원과 사회의 인식이 쩡이린의 목숨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3만 여 동의를 얻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23만 여 동의를 얻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23만 여 동의를 얻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 음주 운전자 5명 중 2명은 재범...전문가들 “음주운전 재범률 낮춰야”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 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쩡이린 씨의 사연이 게시됐습니다.

이 게시물은 열흘도 되지 않아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에 호응해 2019년 6월부터 윤창호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음주운전 재범률이 2017년 44.2%, 2018년 44.7%, 2019년에는 43.7%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음주 운전자 5명 가운데 2명은 다시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음주 운전자가 면허를 취득한 뒤 최초로 음주운전이 적발될 때까지는 평균 650일이 걸렸는데 2번째 음주운전 위반 적발될 때까진 536일, 그다음은 420일, 129일로 점점 주기가 짧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성민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법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동승자 처벌을 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상습 음주 운전자의 면허를 영구히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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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은 알면서 저지른 살인!”…숨진 대만 유학생 친구들의 호소
    • 입력 2021-01-25 16:26:16
    • 수정2021-01-25 22:17:05
    취재K

오늘(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필리핀중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그들은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친구의 목숨을 빼앗아간 음주 운전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 내 친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아라”였습니다. 비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선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음주운전 차량이 앗아간 20대 청년의 꿈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쩡이린’ 학생의 친구들입니다. 쩡 씨는 대만 출신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 지 5년 가까이 됐습니다.

신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그는 지난해 11월 6일 숨졌습니다. 초록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음주운전 차량이 그를 덮쳤습니다.

차를 몰았던 50대 김 모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김 씨는 음주운전 사고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이 친구를 잃은 지 81일이 지난 오늘(25일)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첫 공판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던 쩡 씨를 생각하니 친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윤창호 법이 생겼지만 또다시 반복된 음주운전 사고에 친구를 잃은 그들은 친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도록 기자회견에 나서게 됐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다양한 언어로 써 있는 호소문을 들고 있는 쩡이린 씨의 친구들
■“음주운전은 사고가 아닌 알면서 저지른 살인”

기자회견은 쩡이린 씨의 부모의 입장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쩡 씨의 부모는 “정부 기관의 청원 등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달라”면서 “이것이 매년 수백 명의 한국인과 외국인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거”라며 딸의 목숨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본인도 유학생으로 쩡이린 씨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는 중국인 유학생은 “갑작스럽게 음주 운전자에 의해 (친구가)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다”면서 “이번 (음주운전)사건은 사고가 아닌 알면서 저지른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춘이었던 생명을 빼앗아갔고 꿈을 꺾었으며 한 화목한 가정을 산산조각냈고 사랑하던 친구를 빼앗겼다”면서 “가해자에게 중죄를 물어 최고의 형벌을 내려달라”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3년간 쩡이린 씨와 알고 지낸 박선규 씨는 “윤창호법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법원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고 있다”면서 “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쩡이린을 사망케 한 범죄자는 음주운전 재범이라고 들었는데 만약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면서 “음주운전 범죄를 과실로 생각하는 법원과 사회의 인식이 쩡이린의 목숨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3만 여 동의를 얻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23만 여 동의를 얻은 ‘쩡이린 씨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 음주 운전자 5명 중 2명은 재범...전문가들 “음주운전 재범률 낮춰야”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 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쩡이린 씨의 사연이 게시됐습니다.

이 게시물은 열흘도 되지 않아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에 호응해 2019년 6월부터 윤창호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음주운전 재범률이 2017년 44.2%, 2018년 44.7%, 2019년에는 43.7%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음주 운전자 5명 가운데 2명은 다시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음주 운전자가 면허를 취득한 뒤 최초로 음주운전이 적발될 때까지는 평균 650일이 걸렸는데 2번째 음주운전 위반 적발될 때까진 536일, 그다음은 420일, 129일로 점점 주기가 짧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성민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법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동승자 처벌을 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상습 음주 운전자의 면허를 영구히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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