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2차 가해’ 정부 첫 기준…2차 가해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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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 미투(me too) 운동은 성폭력을 둘러싼 침묵을 무너뜨렸습니다. 각계에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고, 이와 동시에 피해자를 향한 관심과 발언, 행위도 쏟아졌습니다.

그 가운데 사건과 무관한 일로 피해자를 평가하거나 사건의 책임을 돌리는 듯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피해자에게 불리한 평판을 만들어 형사처벌과 일상 복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2차 가해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2차 가해/피해 행위가 무엇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2차 피해가 처음으로 법률상 규정된 것을 계기로, 8개월간 연구용역을 거쳐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만들었습니다. 성폭력 2차 피해의 기준을 정부가 처음으로 밝힌 겁니다.

■ 보호대상에 신고자·조력자 포함, 처벌대상에 제3자까지 확대

표준안에서 두드러진 것은 보호대상과 처벌대상을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관장, 공무원 등 구성원뿐만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 있는 제3자도 '2차 피해 방지 지침'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제3자는 공무원과 같은 징계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해당 기관의 여건에 맞게 불이익 조치가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 양정도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이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를 대리해 고충처리 절차를 지원한 신고자, 조력자는 보호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와 마찬가지로 엄격히 금지됩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신고해도 고충처리절차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표준안은 피해자가 목격자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해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 '2차 피해' 행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2차 피해에 앞서, 표준안이 보호 대상으로 하는 여성폭력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정부 조직 내에서 '여성폭력'은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성희롱,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지속적 괴롭힘 행위"로 정의됩니다.

이 같은 여성폭력 피해자가 다음과 같은 피해를 입게 될 때, '2차 피해'로 규정됩니다.

◎ '2차 피해'의 정의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 여성가족부 1.25)

가.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 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나.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로 인한 피해를 포함한다)
다. 사용자(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대상자 등)로부터 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입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1)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 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그 밖에 부당한 인사조치
3) 전보, 전근, 직무 비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4)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의 차별과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지급
5) 교육 또는 훈련 등 자기계발 기회의 취소, 예산 또는 인력 등 가용자원의 제한 또는 제거, 보안정보 또는 비밀정보 사용의 정지 또는 취급자격의 취소, 그 밖에 근무 조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차별 또는 조치
6) 주의 대상자 명단 작성 또는 그 명단의 공개,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
7) 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 또는 조사나 그 결과의 공개
8) 인허가 등의 취소, 그 밖에 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행위
9) 물품계약 또는 용역계약의 해지, 그 밖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조치

이 같은 2차 피해를 가한 행위자는 형사처벌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데,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폭행, 상해 등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개별법이 적용되면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 2차 피해 행위, 직책별로 열거

표준안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기관장, 고충처리업무 담당자, 상급자, 구성원이 해야 할 일과 해선 안될 일을 구체적으로 열거했습니다.

기관장의 책무로 2차 피해 예방교육 실시, 피해자 보호 조치는 물론 2차 피해 고충처리절차 수립, 2차 피해 방지 및 처리 절차 매뉴얼 마련, 2차 피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의무로 명시했습니다.

특히, 사건처리 과정에서 참여한 외부전문가가 2차 피해 행위를 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기관장이 외부인을 해촉해 처리 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차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하는 것도 기관장의 의무로 명시했습니다.

상급자는 자의적으로 여성폭력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고충처리 절차를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노력을 하는 것을 책무로 부여했습니다.

성폭력 사건과 2차 피해 사건 조사를 진행하는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 동료들에 의한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금지 행위를 구체화했습니다.

◎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 등의 책무

3항.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는 여성폭력 피해자 고충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개인정보 등이 다른 구성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4항.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와 사건 조사자 및 심의·의결권자는 조사과정 및 심의·의결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다음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위축시키는 등의 행위
2.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책임을 언급하는 등의 행위
3.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고충 접수의 의도를 의심하는 행위
4.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예단을 가지거나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는 행위
5.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과거 언행을 부적절하게 질문하는 행위
6. 정당한 이유 없이 여성폭력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행위
7.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폭력 행위자를 동석시키는 행위
8. 목격자 회유 및 피해자 입장에서의 진술을 방해하는 행위
9. 정당한 이유 없이 비공식적으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행위
10. 그 밖에 이에 준하는 2차 피해를 주는 행위

◎ 구성원의 책무 (금지 행위)

1.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행위
2.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고충처리 신청을 철회하거나 여성폭력 행위자와의 합의를 종용 내지 강요하는 행위
3. 피해자의 고충과 관련하여 그 고충의 내용이나 피해자의 인적 정보 및 평판에 관한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
4.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위
5. 정당한 이유 없이 여성폭력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행위
6.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 언급 및 피해 사실을 확인하려는 행위
7. 피해자 및 조력자에 대한 악소문을 유포하는 행위
8.그 밖에 이에 준하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행위

2차 피해 행위는 여성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조사되고,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조사 결과를 심의해야 합니다. 지자체장 등 기관장에 의한 2차 가해 행위는 여성가족부에 설치된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가 신고를 받아 처리하게 됩니다.


■ 박원순 사건 '2차 가해' 논란에 적용해보니…한계 여전

여성가족부는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실제로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둘러싼 2차 가해 논란부터 그렇습니다.

더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이들이 2차 가해 행위를 할 경우,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징계 조치의 실효성이 없습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2차 가해 행위자들은 대부분 당시 서울시 비서실에서 근무한 전 별정직 공무원입니다. 이들은 기관장의 사망과 함께 '당연퇴직' 처리돼 더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닙니다.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들이 당연퇴직하는 상황을 바꿀 수 없고 2차 가해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서울시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징계나 불이익 조치는 불가능합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 같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2차 가해 판단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에 열거된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 구성원의 책무 가운데 상당한 조항이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인 경우에는 해당 행위가 용인된다는 것일까요.

실제로 서울시 전 인사담당자는 피해자의 손편지와 과거 언행을 공개했지만, 사실관계를 소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추행을 묵인, 방조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상황에서 결백을 밝히기 위한 항변의 하나라는 겁니다.

여성가족부의 2차 피해 방지 지침은 이러한 상황이 2차 피해인지 판단하는데 여전히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대해 여가부에 문의하자 "명쾌하게 설명이 어렵다."라는 당황스러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지침을 만들다 보니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전문가 검토를 거쳐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는 겁니다. 퇴직자에 대한 징계나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도, 기관들이 각자 실정에 맞게 고려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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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면 ‘2차 가해’ 정부 첫 기준…2차 가해 막을 수 있을까
    • 입력 2021-01-26 07:00:07
    취재K

2017년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 미투(me too) 운동은 성폭력을 둘러싼 침묵을 무너뜨렸습니다. 각계에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고, 이와 동시에 피해자를 향한 관심과 발언, 행위도 쏟아졌습니다.

그 가운데 사건과 무관한 일로 피해자를 평가하거나 사건의 책임을 돌리는 듯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피해자에게 불리한 평판을 만들어 형사처벌과 일상 복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2차 가해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2차 가해/피해 행위가 무엇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2차 피해가 처음으로 법률상 규정된 것을 계기로, 8개월간 연구용역을 거쳐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만들었습니다. 성폭력 2차 피해의 기준을 정부가 처음으로 밝힌 겁니다.

■ 보호대상에 신고자·조력자 포함, 처벌대상에 제3자까지 확대

표준안에서 두드러진 것은 보호대상과 처벌대상을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관장, 공무원 등 구성원뿐만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 있는 제3자도 '2차 피해 방지 지침'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제3자는 공무원과 같은 징계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해당 기관의 여건에 맞게 불이익 조치가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 양정도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이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를 대리해 고충처리 절차를 지원한 신고자, 조력자는 보호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와 마찬가지로 엄격히 금지됩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신고해도 고충처리절차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표준안은 피해자가 목격자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해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 '2차 피해' 행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2차 피해에 앞서, 표준안이 보호 대상으로 하는 여성폭력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정부 조직 내에서 '여성폭력'은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성희롱,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지속적 괴롭힘 행위"로 정의됩니다.

이 같은 여성폭력 피해자가 다음과 같은 피해를 입게 될 때, '2차 피해'로 규정됩니다.

◎ '2차 피해'의 정의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 여성가족부 1.25)

가.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 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나.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로 인한 피해를 포함한다)
다. 사용자(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대상자 등)로부터 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입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1)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 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그 밖에 부당한 인사조치
3) 전보, 전근, 직무 비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4)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의 차별과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지급
5) 교육 또는 훈련 등 자기계발 기회의 취소, 예산 또는 인력 등 가용자원의 제한 또는 제거, 보안정보 또는 비밀정보 사용의 정지 또는 취급자격의 취소, 그 밖에 근무 조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차별 또는 조치
6) 주의 대상자 명단 작성 또는 그 명단의 공개,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
7) 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 또는 조사나 그 결과의 공개
8) 인허가 등의 취소, 그 밖에 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행위
9) 물품계약 또는 용역계약의 해지, 그 밖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조치

이 같은 2차 피해를 가한 행위자는 형사처벌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데,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폭행, 상해 등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개별법이 적용되면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 2차 피해 행위, 직책별로 열거

표준안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기관장, 고충처리업무 담당자, 상급자, 구성원이 해야 할 일과 해선 안될 일을 구체적으로 열거했습니다.

기관장의 책무로 2차 피해 예방교육 실시, 피해자 보호 조치는 물론 2차 피해 고충처리절차 수립, 2차 피해 방지 및 처리 절차 매뉴얼 마련, 2차 피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의무로 명시했습니다.

특히, 사건처리 과정에서 참여한 외부전문가가 2차 피해 행위를 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기관장이 외부인을 해촉해 처리 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차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하는 것도 기관장의 의무로 명시했습니다.

상급자는 자의적으로 여성폭력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고충처리 절차를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노력을 하는 것을 책무로 부여했습니다.

성폭력 사건과 2차 피해 사건 조사를 진행하는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 동료들에 의한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금지 행위를 구체화했습니다.

◎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 등의 책무

3항.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는 여성폭력 피해자 고충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개인정보 등이 다른 구성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4항.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와 사건 조사자 및 심의·의결권자는 조사과정 및 심의·의결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다음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위축시키는 등의 행위
2.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책임을 언급하는 등의 행위
3.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고충 접수의 의도를 의심하는 행위
4.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예단을 가지거나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는 행위
5.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과거 언행을 부적절하게 질문하는 행위
6. 정당한 이유 없이 여성폭력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행위
7.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폭력 행위자를 동석시키는 행위
8. 목격자 회유 및 피해자 입장에서의 진술을 방해하는 행위
9. 정당한 이유 없이 비공식적으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행위
10. 그 밖에 이에 준하는 2차 피해를 주는 행위

◎ 구성원의 책무 (금지 행위)

1.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행위
2.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고충처리 신청을 철회하거나 여성폭력 행위자와의 합의를 종용 내지 강요하는 행위
3. 피해자의 고충과 관련하여 그 고충의 내용이나 피해자의 인적 정보 및 평판에 관한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
4.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위
5. 정당한 이유 없이 여성폭력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행위
6.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 언급 및 피해 사실을 확인하려는 행위
7. 피해자 및 조력자에 대한 악소문을 유포하는 행위
8.그 밖에 이에 준하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행위

2차 피해 행위는 여성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조사되고,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조사 결과를 심의해야 합니다. 지자체장 등 기관장에 의한 2차 가해 행위는 여성가족부에 설치된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가 신고를 받아 처리하게 됩니다.


■ 박원순 사건 '2차 가해' 논란에 적용해보니…한계 여전

여성가족부는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실제로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둘러싼 2차 가해 논란부터 그렇습니다.

더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이들이 2차 가해 행위를 할 경우,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징계 조치의 실효성이 없습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2차 가해 행위자들은 대부분 당시 서울시 비서실에서 근무한 전 별정직 공무원입니다. 이들은 기관장의 사망과 함께 '당연퇴직' 처리돼 더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닙니다.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들이 당연퇴직하는 상황을 바꿀 수 없고 2차 가해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서울시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징계나 불이익 조치는 불가능합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 같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2차 가해 판단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에 열거된 고충처리 업무 담당자, 구성원의 책무 가운데 상당한 조항이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인 경우에는 해당 행위가 용인된다는 것일까요.

실제로 서울시 전 인사담당자는 피해자의 손편지와 과거 언행을 공개했지만, 사실관계를 소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추행을 묵인, 방조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상황에서 결백을 밝히기 위한 항변의 하나라는 겁니다.

여성가족부의 2차 피해 방지 지침은 이러한 상황이 2차 피해인지 판단하는데 여전히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대해 여가부에 문의하자 "명쾌하게 설명이 어렵다."라는 당황스러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지침을 만들다 보니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전문가 검토를 거쳐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는 겁니다. 퇴직자에 대한 징계나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도, 기관들이 각자 실정에 맞게 고려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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