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위한 실험견 안구 적출?…“불가피한 선택”

입력 2021.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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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해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 과정에서 개 눈을 적출했는데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논란이 된 논문은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미국 과학 저널 ‘PLOS ONE’에 낸 ‘3D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눈이 불편한 개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눈’을 이식하면 염증이나 이물 반응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결론냈습니다.

실리콘으로 만든 기존 의안을 이식하면 5번 중 2번은 부작용이 생기는데 연구팀이 만든 인공 눈은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의안을 “인체용 의안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충북대 연구팀이 3D 프린터로 제작해 실험용 개 눈에 이식한 ‘인공 눈’충북대 연구팀이 3D 프린터로 제작해 실험용 개 눈에 이식한 ‘인공 눈’

■ 학술지·동물단체 “연구 윤리 위반 소지”

그러나 논문 발표 직후 연구 윤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학술지를 읽은 해외 독자들은 1. 개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2. ‘인공 눈’ 정착 실험이 미용 목적의 연구였다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 등은 질병을 앓아 3. 이미 눈이 적출됐거나 현재 질환을 앓고 있는 개를 모집해 실험할 수 없었느냐는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충북대 동물실험연구윤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이 연구를 승인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고, 동물보호단체는 학대라고 비판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안구를 적출한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 인공 안구를 이식하는 실험 자체가 얼마나 개들한테 임상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연구진 “실험동물과 반려동물은 달라”

KBS 취재진이 만난 충북대 연구진은 “실험 윤리 위반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에 적용하는 마취를 시행했고, 1. 마약류 진통제를 수술전 후로 투여한 결과 통증이 경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존 실리콘 의안 부작용이 발생해 온 만큼 미용 목적이 아니라 2. 새로 개발한 의안이 눈에 잘 정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였다는겁니다.

특히 병이 생겨 눈을 적출한 개는 안면함몰이나 혈종을 막기 위해 의안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실험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건강한 개가 아니라 아픈 개에게 적용할 수 없었냐는 질문에는 3. 검증되지 않은 새 치료법을 반려동물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실험동물과 달리 반려동물이나 유기견은 인간과 동급이기 때문에, 실험동물이 아닌 유기견 등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연구 윤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현행법 위반이라는 설명입니다.

충북대 수의과학대학충북대 수의과학대학

■“대체·축소·완화 대원칙 지켜 연구 수행”

당시 동물실험연구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충북대 수의학과 이범준 교수는 국제적 대원칙을 지켜 수행된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최대한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사용 동물 수를 축소(Reduction)했으며, 고통을 완화(Refinement)해야 한다는 국제적 대원칙(3R)을 지켜 실험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해당 연구팀이 제목에서 언급했듯 예비연구로 진행됐고 실험용 개 2마리만 사용할 정도로 사용 동물 수를 줄인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학술지 ‘PLOS ONE’은 “연구 결과를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샘플이 너무 작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실험동물법과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동물을 실험용 동물 사육업체를 통해 적법하게 공급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 새로운 치료법을 검증하려면 동물 실험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19 백신도, 수많은 신약도 동물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변수를 통제해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동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반려동물 200만 시대.

‘학대’라는 시선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명.

동물 실험에 대한 생명 윤리연구 목적이 맞부딪히면서 우리 사회에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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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 위한 실험견 안구 적출?…“불가피한 선택”
    • 입력 2021-01-26 09:00:02
    취재K

국내 연구팀이 해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 과정에서 개 눈을 적출했는데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논란이 된 논문은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미국 과학 저널 ‘PLOS ONE’에 낸 ‘3D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눈이 불편한 개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눈’을 이식하면 염증이나 이물 반응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결론냈습니다.

실리콘으로 만든 기존 의안을 이식하면 5번 중 2번은 부작용이 생기는데 연구팀이 만든 인공 눈은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의안을 “인체용 의안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충북대 연구팀이 3D 프린터로 제작해 실험용 개 눈에 이식한 ‘인공 눈’
■ 학술지·동물단체 “연구 윤리 위반 소지”

그러나 논문 발표 직후 연구 윤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학술지를 읽은 해외 독자들은 1. 개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2. ‘인공 눈’ 정착 실험이 미용 목적의 연구였다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 등은 질병을 앓아 3. 이미 눈이 적출됐거나 현재 질환을 앓고 있는 개를 모집해 실험할 수 없었느냐는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충북대 동물실험연구윤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이 연구를 승인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고, 동물보호단체는 학대라고 비판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안구를 적출한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 인공 안구를 이식하는 실험 자체가 얼마나 개들한테 임상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연구진 “실험동물과 반려동물은 달라”

KBS 취재진이 만난 충북대 연구진은 “실험 윤리 위반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에 적용하는 마취를 시행했고, 1. 마약류 진통제를 수술전 후로 투여한 결과 통증이 경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존 실리콘 의안 부작용이 발생해 온 만큼 미용 목적이 아니라 2. 새로 개발한 의안이 눈에 잘 정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였다는겁니다.

특히 병이 생겨 눈을 적출한 개는 안면함몰이나 혈종을 막기 위해 의안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실험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건강한 개가 아니라 아픈 개에게 적용할 수 없었냐는 질문에는 3. 검증되지 않은 새 치료법을 반려동물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실험동물과 달리 반려동물이나 유기견은 인간과 동급이기 때문에, 실험동물이 아닌 유기견 등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연구 윤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현행법 위반이라는 설명입니다.

충북대 수의과학대학
■“대체·축소·완화 대원칙 지켜 연구 수행”

당시 동물실험연구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충북대 수의학과 이범준 교수는 국제적 대원칙을 지켜 수행된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최대한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사용 동물 수를 축소(Reduction)했으며, 고통을 완화(Refinement)해야 한다는 국제적 대원칙(3R)을 지켜 실험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해당 연구팀이 제목에서 언급했듯 예비연구로 진행됐고 실험용 개 2마리만 사용할 정도로 사용 동물 수를 줄인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학술지 ‘PLOS ONE’은 “연구 결과를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샘플이 너무 작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실험동물법과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동물을 실험용 동물 사육업체를 통해 적법하게 공급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 새로운 치료법을 검증하려면 동물 실험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19 백신도, 수많은 신약도 동물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변수를 통제해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동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반려동물 200만 시대.

‘학대’라는 시선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명.

동물 실험에 대한 생명 윤리연구 목적이 맞부딪히면서 우리 사회에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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