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등장…멸종위기 ‘수달’ 발견

입력 2021.01.27 (07:00) 수정 2021.01.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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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밤, 충북 청주시 복대동 석남천에서 포착된 수달의 모습 (출처: 청주페이스북)지난 7일 밤, 충북 청주시 복대동 석남천에서 포착된 수달의 모습 (출처: 청주페이스북)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수달.
심각한 하천 오염과 무분별한 모피 잡이로 자취를 감췄던 수달이 충북 청주 도심의 한 하천에서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 수달 목격담 잇따라… "물줄기 따라 이동 추정"

지난 7일 밤, 충북 청주시 복대동의 한 하천에서 수달을 봤다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매끈하고 긴 몸, 날렵한 움직임으로 얼어붙은 하천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물속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곧장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8년 4월에도 이 하천 일대에서 수달이 발견됐습니다. 당시에도 여기저기를 스스럼없이 헤엄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돼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3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보란 듯 나타난 겁니다. 수달이 나타난 이 일대 하천은 아파트와 주택가 밀집 지역입니다. 산책로까지 나 있어, 오가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수달은 왜 이 하천에 나타난 걸까요? 나기정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충북 청주를 가로지르는 무심천이나 근처 미호천은 하천 폭이 넓어 수달이 살기 좋은 환경이지만, 아파트 단지 근처 하천은 대부분 폭도 좁고 물고기 수도 적어 서식하기 불리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하천에서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된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 수달은 호기심이 많아, 수계만 있다면 지천을 따라서 도심 한복판까지 올라오기도 한다"고도 말합니다. 과거에는 맑고 먹잇감이 풍부한 도심 하천에서도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건강한 상태로 발견된 건 근래 들어 처음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대부분 교통사고로 죽거나, 어린 수달이 먹이를 찾지 못해 폐사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수달 배설물과 발자국이 발견된 충북 청주 가경천 일대수달 배설물과 발자국이 발견된 충북 청주 가경천 일대
■ 먹이 경쟁에 밀린 것으로 추정… "하천 정비 사업 한창, 서식지 파괴 우려"

취재진은 환경단체 관계자와 함께 수달이 발견된 하천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하천 옆 모래밭 곳곳에서 수달 배설물과 발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수생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답게, 배설물에는 물고기 뼈가 가득했습니다. 하천 옆 수풀과 거대한 바위들은 수달이 은신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은 "수달은 영역을 지키며 사는 야생동물"이라면서, "먹이 경쟁에서 진 개체들이 아파트 단지 옆 하천까지 이동해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천 근처에는 산업단지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어, 수달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오·폐수 유입 우려가 있고, 오가던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충청북도는 2019년부터 수달이 발견된 하천 두 곳에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홍수 방재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사업비 306억여 원을 들여 하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환경단체는 "이런 하천 공사로 수풀과 바위가 모두 사라지면 수달이 서식지를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고 우려합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잇따라 발견된 만큼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종을 잡아먹으면서, 먹이사슬 균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달. 어렵게 우리 곁으로 돌아온 천연기념물 수달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 , 어떻게 우리와 더불어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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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다시 등장…멸종위기 ‘수달’ 발견
    • 입력 2021-01-27 07:00:10
    • 수정2021-01-27 08:10:27
    취재K
지난 7일 밤, 충북 청주시 복대동 석남천에서 포착된 수달의 모습 (출처: 청주페이스북)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수달.
심각한 하천 오염과 무분별한 모피 잡이로 자취를 감췄던 수달이 충북 청주 도심의 한 하천에서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 수달 목격담 잇따라… "물줄기 따라 이동 추정"

지난 7일 밤, 충북 청주시 복대동의 한 하천에서 수달을 봤다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매끈하고 긴 몸, 날렵한 움직임으로 얼어붙은 하천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물속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곧장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8년 4월에도 이 하천 일대에서 수달이 발견됐습니다. 당시에도 여기저기를 스스럼없이 헤엄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돼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3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보란 듯 나타난 겁니다. 수달이 나타난 이 일대 하천은 아파트와 주택가 밀집 지역입니다. 산책로까지 나 있어, 오가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수달은 왜 이 하천에 나타난 걸까요? 나기정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충북 청주를 가로지르는 무심천이나 근처 미호천은 하천 폭이 넓어 수달이 살기 좋은 환경이지만, 아파트 단지 근처 하천은 대부분 폭도 좁고 물고기 수도 적어 서식하기 불리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하천에서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된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 수달은 호기심이 많아, 수계만 있다면 지천을 따라서 도심 한복판까지 올라오기도 한다"고도 말합니다. 과거에는 맑고 먹잇감이 풍부한 도심 하천에서도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건강한 상태로 발견된 건 근래 들어 처음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대부분 교통사고로 죽거나, 어린 수달이 먹이를 찾지 못해 폐사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수달 배설물과 발자국이 발견된 충북 청주 가경천 일대 ■ 먹이 경쟁에 밀린 것으로 추정… "하천 정비 사업 한창, 서식지 파괴 우려"

취재진은 환경단체 관계자와 함께 수달이 발견된 하천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하천 옆 모래밭 곳곳에서 수달 배설물과 발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수생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답게, 배설물에는 물고기 뼈가 가득했습니다. 하천 옆 수풀과 거대한 바위들은 수달이 은신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은 "수달은 영역을 지키며 사는 야생동물"이라면서, "먹이 경쟁에서 진 개체들이 아파트 단지 옆 하천까지 이동해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천 근처에는 산업단지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어, 수달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오·폐수 유입 우려가 있고, 오가던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충청북도는 2019년부터 수달이 발견된 하천 두 곳에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홍수 방재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사업비 306억여 원을 들여 하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환경단체는 "이런 하천 공사로 수풀과 바위가 모두 사라지면 수달이 서식지를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고 우려합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잇따라 발견된 만큼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종을 잡아먹으면서, 먹이사슬 균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달. 어렵게 우리 곁으로 돌아온 천연기념물 수달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 , 어떻게 우리와 더불어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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