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이미 꺼졌는데 새벽3시 “불이야” 긴급재난문자

입력 2021.01.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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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벽 3시쯤 부산 수영구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긴급재난문자. 한 시간 전쯤 한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내용으로 이미 불은 사실상 꺼진 상태였다. 28일 새벽 3시쯤 부산 수영구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긴급재난문자. 한 시간 전쯤 한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내용으로 이미 불은 사실상 꺼진 상태였다.

오늘(28일) 새벽 2시 4분쯤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나 약 1시간 만에 꺼졌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파트 주민 150여 명이 한때 급히 몸을 피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영구청은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긴급재난문자는 “[수영구청] 오늘 02:04경 수영구 광안동 XX APT X동 XXXX호에 화재 발생. 인근 주민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바랍니다”는 내용입니다.

구청 측은 “ 새벽 시간 아파트에서 난 불이라 행안부의 권고에 따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발송 시간이었습니다. 구청이 시민들에게 문자를 발송한 시간은 새벽 3시로 사실상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방송국과 119, 구청 등으로 문의가 이어졌고, 불안한 인근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기지국 최대 반경 15km까지 발송…최대 수십만 명 영향

시가지에 설치된 이동통신사 기지국. 긴급재난문자는 바로 이 기지국을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되는데 장애물이 없다면 최대 반경 15km 휴대전화 사용자가 문자를 받게 된다. 시가지에 설치된 이동통신사 기지국. 긴급재난문자는 바로 이 기지국을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되는데 장애물이 없다면 최대 반경 15km 휴대전화 사용자가 문자를 받게 된다.

긴급 재난 문자를 받고 잠에서 깼다는 주민은 "한밤중에 긴급 재난문자가 울려 너무 놀랐다"며 "나중에야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한동안 잠을 설쳤다"고 말했습니다.

긴급재난문자의 특성상 이동통신사 기지국 반경 안에 있는 주민이 이 문자를 받았을 거로 보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문자를 받았을 거로 추산됩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론상 장애물이 없다면 기지국 반경 15km까지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데 시가지의 경우 건물 등으로 인해 이보다는 반경이 좁다"면서도 "대신 도시는 인구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문자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재난 대응은 과하게'라는 원칙에서 구청의 대응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한쪽에서는 재난문자를 너무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 2019년 긴급재난문자 911건...올해는 벌써 8천 건

2019년 한해 900여 건 수준이던 긴급재난문자는 올해에만 8천 건이 넘었다. 2019년 한해 900여 건 수준이던 긴급재난문자는 올해에만 8천 건이 넘었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전국에서 각 기관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는 1만786건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일부터 긴급문자발송 건수가 이미 8천 건이 넘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전체 긴급재난문자 발송 건수가 911건인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인 셈입니다.

정부는 2017년 긴급재난문자 송출 승인 권한을 광역지자체로 확대했고, 2019년부터는 기초자치단체까지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렇듯 긴급문자발송 권한을 갖는 기관도 늘고 발송량도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 규정은 여전히 허술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은 지자체의 문자 발송 권한을 ‘현장 상황 판단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초동 대응 및 주민대피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만 정하고 있습니다. 국지적인 재난에 대응하는 신속성을 위한 조치를 위해서란 설명이지만 이곳저곳에서 혼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뒷북에 오인발송 반복 '양치기 재난문자' 대책 세워야!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 기관이 기초자치단체로 확대되며 긴급 문자 발송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자료화면)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 기관이 기초자치단체로 확대되며 긴급 문자 발송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자료화면)

뒷북 재난문자는 최근 서울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에 내린 기습 폭설로 도심이 마비됐지만, 긴급재난문자는 2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송됐습니다.

지자체 담당자에게만 맡겨두다 보니 오인 발송이나 긴급재난과는 거리가 먼 문자가 남발된다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 구리시는 얼마 전 대설이 예상되자 주민들에게 “코로나19로 답답하신데 눈쓸러 나오세요....구리시민은 눈사람 만들기 등 함께해요”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2019년 울산에서는 “주유소 앞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오인한 구청 당직자가 주유소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또다시 불거진 논란에 수영구 측은 당직자가 복합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수영구 관계자는 “아직 시스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이 있어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 긴급 재난문자 발송과 관련한 개선책을 관련 부서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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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이미 꺼졌는데 새벽3시 “불이야” 긴급재난문자
    • 입력 2021-01-28 11:31:44
    취재K
28일 새벽 3시쯤 부산 수영구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긴급재난문자. 한 시간 전쯤 한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내용으로 이미 불은 사실상 꺼진 상태였다.
오늘(28일) 새벽 2시 4분쯤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나 약 1시간 만에 꺼졌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파트 주민 150여 명이 한때 급히 몸을 피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영구청은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긴급재난문자는 “[수영구청] 오늘 02:04경 수영구 광안동 XX APT X동 XXXX호에 화재 발생. 인근 주민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바랍니다”는 내용입니다.

구청 측은 “ 새벽 시간 아파트에서 난 불이라 행안부의 권고에 따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발송 시간이었습니다. 구청이 시민들에게 문자를 발송한 시간은 새벽 3시로 사실상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방송국과 119, 구청 등으로 문의가 이어졌고, 불안한 인근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기지국 최대 반경 15km까지 발송…최대 수십만 명 영향

시가지에 설치된 이동통신사 기지국. 긴급재난문자는 바로 이 기지국을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되는데 장애물이 없다면 최대 반경 15km 휴대전화 사용자가 문자를 받게 된다.
긴급 재난 문자를 받고 잠에서 깼다는 주민은 "한밤중에 긴급 재난문자가 울려 너무 놀랐다"며 "나중에야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한동안 잠을 설쳤다"고 말했습니다.

긴급재난문자의 특성상 이동통신사 기지국 반경 안에 있는 주민이 이 문자를 받았을 거로 보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문자를 받았을 거로 추산됩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론상 장애물이 없다면 기지국 반경 15km까지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데 시가지의 경우 건물 등으로 인해 이보다는 반경이 좁다"면서도 "대신 도시는 인구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문자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재난 대응은 과하게'라는 원칙에서 구청의 대응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한쪽에서는 재난문자를 너무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 2019년 긴급재난문자 911건...올해는 벌써 8천 건

2019년 한해 900여 건 수준이던 긴급재난문자는 올해에만 8천 건이 넘었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전국에서 각 기관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는 1만786건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일부터 긴급문자발송 건수가 이미 8천 건이 넘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전체 긴급재난문자 발송 건수가 911건인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인 셈입니다.

정부는 2017년 긴급재난문자 송출 승인 권한을 광역지자체로 확대했고, 2019년부터는 기초자치단체까지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렇듯 긴급문자발송 권한을 갖는 기관도 늘고 발송량도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 규정은 여전히 허술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은 지자체의 문자 발송 권한을 ‘현장 상황 판단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초동 대응 및 주민대피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만 정하고 있습니다. 국지적인 재난에 대응하는 신속성을 위한 조치를 위해서란 설명이지만 이곳저곳에서 혼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뒷북에 오인발송 반복 '양치기 재난문자' 대책 세워야!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 기관이 기초자치단체로 확대되며 긴급 문자 발송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자료화면)
뒷북 재난문자는 최근 서울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에 내린 기습 폭설로 도심이 마비됐지만, 긴급재난문자는 2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송됐습니다.

지자체 담당자에게만 맡겨두다 보니 오인 발송이나 긴급재난과는 거리가 먼 문자가 남발된다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 구리시는 얼마 전 대설이 예상되자 주민들에게 “코로나19로 답답하신데 눈쓸러 나오세요....구리시민은 눈사람 만들기 등 함께해요”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2019년 울산에서는 “주유소 앞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오인한 구청 당직자가 주유소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또다시 불거진 논란에 수영구 측은 당직자가 복합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수영구 관계자는 “아직 시스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이 있어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 긴급 재난문자 발송과 관련한 개선책을 관련 부서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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