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원금 보장’ 암호화폐 투자 사기의 법칙

입력 2021.01.31 (09:00) 수정 2021.01.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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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공행진을 했던 암호화폐는 '코인이 금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다시 하락했지만, 이러한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타이밍만 맞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 '3배 수익률·원금 보장' 사기의 전형적 수법

홍 모 씨의 아버지는 2018년 11월 지인을 통해 고수익 투자를 권유받았습니다. 신종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1년 수익률이 무려 300%인데 원금마저 해외 손해보험사가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업체에서는 해당 손보사 홈페이지와 외국인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언제든 원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홍 씨의 아버지는 6,00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가짜 해외 손해보험사 홈페이지 화면가짜 해외 손해보험사 홈페이지 화면

알고 보니, 이들이 보여준 업체 홈페이지는 모두 해외 사기업체가 만든 가짜였고 사진이나 동영상에 나온 외국인들은 모두 암호화폐와는 무관한 배우들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업체 사무실이라던 곳 역시 취재진이 찾아가 보니 작은 오피스텔 원룸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충당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했던 겁니다.

암호화폐 사기 관련 피해자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주로 중년층, 노년층을 대상으로 마치 실재하는 회사인 것처럼 속였다"라며 "돈이 없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하라는 식이어서 그 피해가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 대부분 수익금은 물론 원금조차 돌려받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약 2만 명을 상대로 60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이들 업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국내 다단계 업체 대표 김 모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 해외 업체·외국인 통해 홍보하는 등 사기 수법 점차 진화

1. 지난해 해외 모 업체가 유럽 현지에서 독점 채굴 중이라는 암호화폐에 1억 원을 투자한 여성. 3개월이면 원금 이상의 수익이 난다며 지인까지 끌어들였지만, 실제 암호화폐가 채굴되고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당 업체가 투자를 받은 돈은 약 1000억 원가량입니다.

2. 2017년 한 대학은 UN산하 비정부기구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암호화폐를 이용해 대학교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으로 유학생을 연계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에서 다단계 금융사기로 벌금 7,400만 달러를 부과받은 범죄 조직과 연계된 사기업체였습니다.

위 사례들은 모두 국내외 사기 업체가 공모해 벌인 암호화폐 사기 사건입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범죄 피해액은 최근 3년 사이 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수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국정원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국내외 네트워크 등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암호화폐 사기 관련 첩보를 수집하여 다각적인 검증과정을 거쳐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있다"라며 "국정원법이 개정돼 국정원 직무에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에 대한 방첩’이 포함되면서 활동 근거가 더욱 명확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암호화폐 투자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급등하는 각종 코인의 가격을 보면 누구나 솔깃해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의 관점으로만 암호화폐에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최근 단기간 동안 암호화폐가 가격이 워낙 상승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든 암호화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러한 시류에 편승해서 사기성 코인도 많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암호화폐는 주식보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상품"이라며 "손실 확률이 주식보다 높아 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고위험도 상품이라고 경고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를 투자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안전한 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기술적인 검토를 위해 공부를 많이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라며 "제대로된 암호화폐라면 백서나 소스코드가 있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해당 암호화폐가 인터넷 등에 많이 노출됐다거나 유명인이 회사에 있다는 등의 소문만 믿고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발행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은다면 그만큼 검토가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이를 숨기기보다는 빠른 해결을 위해 신고를 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아버지가 암호화폐 사기를 당했던 홍 씨는 "어르신들이 창피해서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빨리 다단계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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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31 09:00:36
    • 수정2021-01-31 09:54:59
    취재K

지난해 고공행진을 했던 암호화폐는 '코인이 금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다시 하락했지만, 이러한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타이밍만 맞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 '3배 수익률·원금 보장' 사기의 전형적 수법

홍 모 씨의 아버지는 2018년 11월 지인을 통해 고수익 투자를 권유받았습니다. 신종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1년 수익률이 무려 300%인데 원금마저 해외 손해보험사가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업체에서는 해당 손보사 홈페이지와 외국인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언제든 원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홍 씨의 아버지는 6,00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가짜 해외 손해보험사 홈페이지 화면
알고 보니, 이들이 보여준 업체 홈페이지는 모두 해외 사기업체가 만든 가짜였고 사진이나 동영상에 나온 외국인들은 모두 암호화폐와는 무관한 배우들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업체 사무실이라던 곳 역시 취재진이 찾아가 보니 작은 오피스텔 원룸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충당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했던 겁니다.

암호화폐 사기 관련 피해자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주로 중년층, 노년층을 대상으로 마치 실재하는 회사인 것처럼 속였다"라며 "돈이 없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하라는 식이어서 그 피해가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 대부분 수익금은 물론 원금조차 돌려받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약 2만 명을 상대로 60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이들 업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국내 다단계 업체 대표 김 모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 해외 업체·외국인 통해 홍보하는 등 사기 수법 점차 진화

1. 지난해 해외 모 업체가 유럽 현지에서 독점 채굴 중이라는 암호화폐에 1억 원을 투자한 여성. 3개월이면 원금 이상의 수익이 난다며 지인까지 끌어들였지만, 실제 암호화폐가 채굴되고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당 업체가 투자를 받은 돈은 약 1000억 원가량입니다.

2. 2017년 한 대학은 UN산하 비정부기구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암호화폐를 이용해 대학교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으로 유학생을 연계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에서 다단계 금융사기로 벌금 7,400만 달러를 부과받은 범죄 조직과 연계된 사기업체였습니다.

위 사례들은 모두 국내외 사기 업체가 공모해 벌인 암호화폐 사기 사건입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범죄 피해액은 최근 3년 사이 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수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국정원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국내외 네트워크 등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암호화폐 사기 관련 첩보를 수집하여 다각적인 검증과정을 거쳐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있다"라며 "국정원법이 개정돼 국정원 직무에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에 대한 방첩’이 포함되면서 활동 근거가 더욱 명확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암호화폐 투자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급등하는 각종 코인의 가격을 보면 누구나 솔깃해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의 관점으로만 암호화폐에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최근 단기간 동안 암호화폐가 가격이 워낙 상승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든 암호화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러한 시류에 편승해서 사기성 코인도 많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암호화폐는 주식보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상품"이라며 "손실 확률이 주식보다 높아 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고위험도 상품이라고 경고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를 투자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안전한 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기술적인 검토를 위해 공부를 많이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라며 "제대로된 암호화폐라면 백서나 소스코드가 있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해당 암호화폐가 인터넷 등에 많이 노출됐다거나 유명인이 회사에 있다는 등의 소문만 믿고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발행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은다면 그만큼 검토가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이를 숨기기보다는 빠른 해결을 위해 신고를 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아버지가 암호화폐 사기를 당했던 홍 씨는 "어르신들이 창피해서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빨리 다단계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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