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은 연구용”이라더니…실험 결과 홍보 활용한 한수원

입력 2021.02.01 (21:10) 수정 2021.02.0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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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제가 발견된 실험은 연구용이었을 뿐이다, 또, 실험조건도 한계가 있어서 원전 안전과는 연관이 없다.. 이런 주장입니다.

그런데 한수원은 해명과 달리 이 실험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면서 동영상까지 만들어 홍보했습니다.

이재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수원은 최종 보고서 발간 뒤 동영상 세 편을 만들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홍보자료로 쓰겠단 계획이었습니다.

이 동영상을 KBS 취재진이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독일 실험에서는 사고 시 물이 뿌려지는 환경에서 불붙은 촉매 가루가 날렸는데, 같은 환경에서 수소 폭발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합니다.

["살수 작용 또한 혼합을 촉진하므로 수소 폭발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최종 보고서에서 일부라도 언급했던 수소제거장치의 낮은 제거율 문제도 영상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80% 이상의 높은 수소제거효율을 보여주었고…"]

독일 실험은 연구 개발용이어서 실제 안전성 입증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던 한수원.

정작 동영상에서는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PAR(수소제거장치)가 수소 폭발을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며, 안전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 한수원은 실험이 이뤄진 독일 시설이 '매우 협소한 인공 구조물'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최적의 실험 환경을 재현했다며 해명과 다른 설명이 나옵니다.

["국내원전의 특성을 반영한 대형 실험시설에서 수소 거동에 대한 실증실험을 수행함으로써…"]

실제로 해당 독일 실험시설의 크기는 60㎥로 세계 4위급 규모입니다.

한수원은 또 실험 조건이 실제 운전 조건보다 훨씬 가혹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소제거장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중대사고 시 원전 내 환경은 실험 조건보다 더 가혹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박종운/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 "중대사고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보통 해외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매우 심각한 가혹한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을 하고 분석도 하고 실험을 해서…"]

한수원은 이 동영상을 전국 12개 홍보관에서 틀고, 실무 교육 자료로도 썼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 김형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이근희

[앵커]

남는 의문은 ​왜? 한수원이 실험에서 드러난이런 문제들을 숨기거나 축소하려 했냐는 겁니다.

한수원 측은 일부러 감추려는 의도가 없었다, 이런 입장이지만 KBS 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런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보도는 내일(2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연관 기사]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448
한수원, 보고서 축소 의혹…원안위에도 안 알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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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험은 연구용”이라더니…실험 결과 홍보 활용한 한수원
    • 입력 2021-02-01 21:10:41
    • 수정2021-02-01 22:07:14
    뉴스 9
[앵커]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제가 발견된 실험은 연구용이었을 뿐이다, 또, 실험조건도 한계가 있어서 원전 안전과는 연관이 없다.. 이런 주장입니다.

그런데 한수원은 해명과 달리 이 실험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면서 동영상까지 만들어 홍보했습니다.

이재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수원은 최종 보고서 발간 뒤 동영상 세 편을 만들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홍보자료로 쓰겠단 계획이었습니다.

이 동영상을 KBS 취재진이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독일 실험에서는 사고 시 물이 뿌려지는 환경에서 불붙은 촉매 가루가 날렸는데, 같은 환경에서 수소 폭발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합니다.

["살수 작용 또한 혼합을 촉진하므로 수소 폭발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최종 보고서에서 일부라도 언급했던 수소제거장치의 낮은 제거율 문제도 영상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80% 이상의 높은 수소제거효율을 보여주었고…"]

독일 실험은 연구 개발용이어서 실제 안전성 입증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던 한수원.

정작 동영상에서는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PAR(수소제거장치)가 수소 폭발을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며, 안전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 한수원은 실험이 이뤄진 독일 시설이 '매우 협소한 인공 구조물'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최적의 실험 환경을 재현했다며 해명과 다른 설명이 나옵니다.

["국내원전의 특성을 반영한 대형 실험시설에서 수소 거동에 대한 실증실험을 수행함으로써…"]

실제로 해당 독일 실험시설의 크기는 60㎥로 세계 4위급 규모입니다.

한수원은 또 실험 조건이 실제 운전 조건보다 훨씬 가혹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소제거장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중대사고 시 원전 내 환경은 실험 조건보다 더 가혹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박종운/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 "중대사고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보통 해외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매우 심각한 가혹한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을 하고 분석도 하고 실험을 해서…"]

한수원은 이 동영상을 전국 12개 홍보관에서 틀고, 실무 교육 자료로도 썼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 김형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이근희

[앵커]

남는 의문은 ​왜? 한수원이 실험에서 드러난이런 문제들을 숨기거나 축소하려 했냐는 겁니다.

한수원 측은 일부러 감추려는 의도가 없었다, 이런 입장이지만 KBS 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런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보도는 내일(2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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