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했던 동네 점포에서 벌어진 공매도 결투
게임스톱은 미국의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 체인점입니다. 온라인 시대가 오면서 이제는 서서히 밀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과 개미 투자자의 결투가 이곳에서 벌어지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여름 4달러였던 주가는 오늘 새벽 하락하고도 여전히 50배 이상 오른 상황입니다. 공매도가 뭐길래 이런 전쟁이 벌어진 걸까요?
■ 공매도가 뭐길래?
공매도는 보통의 주식투자와 정반대로 주가가 내릴수록 이득을 보는 투자기법입니다.
'박대기닷컴'이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현재 주가가 2만 원인데 하락하리라 판단한다면 공매도 세력은 주식을 사는 대신 주식을 빌려서 팝니다.
공매도란?
예를 들어 여기 홍길동 씨가 있습니다. 홍 씨가 현재 주당 2만 원인 박대기닷컴 주식을 가진 증권사로부터 1주를 빌려서 주식 시장에서 팔면 2만 원이 홍 씨 손에 남습니다.
홍 씨는 박대기닷컴 주가가 내리길 기다립니다. 홍 씨는 박대기닷컴이 만 원으로 떨어진 뒤 이번에는 주식시장에서 박대기닷컴 1주를 만 원에 사서 증권사에 갚습니다.
그러면 홍길동 씨는 처음에는 2만 원을 벌고 나중에 만 원으로 갚은 셈이니 결과적으로 만 원을 번 겁니다.
물론 기다렸는데 오히려 주가가 올라버리면 손실을 봅니다.
박대기닷컴이 게임스톱 사례처럼 50배가 올라버리면 1주가 100만 원이 돼 홍 씨는 100만 원을 주고 1주를 사서 증권사에 갚아야 합니다. 처음에 번 돈 2만 원을 제하더라도 홍 씨의 손실은 98만 원에 이릅니다.
바로 이런 손실이 공매도를 일삼던 거대 자본에게 벌어진 겁니다. 물론 실제 공매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주식을 사야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쇼트 스퀴즈'라고 합니다.
'쇼트 스퀴즈'를 위해서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집하면서 공매도 세력은 15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개미 작전은 어떻게 성공했나?
'월스트리트베트'라는 인터넷 주식투자 게시판이 있습니다. 예전보다 똑똑해진 개미 투자자들이 이런 게시판을 통해서 세를 규합해서 게임스톱을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의 오만도 개미들의 성공에 한몫을 했습니다.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를 확신한 나머지 공매도 규모가 시중 유통 주식의 140%에 이른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있는 주식을 모두 사더라도 한 번에 약속한 만큼의 주식을 갚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개미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일부만 사들이면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갚기 위해 살 주식이 없어져 결국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개미들은 게임스톱 주식의 '콜옵션'을 사서 거래 상대방인 금융회사들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도록 하는 방식도 사용했습니다.
'감마 스퀴즈'라는 방식인데 전문가들도 개미들이 이런 식으로 집단행동하는 모습이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게임스톱 주가현황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톱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예언한 시기는 지난달 하순으로 주가가 40달러를 넘겼을 때였습니다. 개미들의 작전이 통하면서 게임스톱 주식은 한때 400달러 이상에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이때 황당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 사라진 매수 버튼...공매도 세력과 거대 자본의 음모?
개미들이 자주 이용하던 주식 거래 앱인 '로빈후드'의 구매 버튼이 사라진 것입니다. 개미들이 주식을 더 살 수 없도록 만든 것이죠.
미국의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하자 추가 구매를 막기 위해 매수 버튼을 비활성화해 소액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음모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개미들은 공매도세력과 로빈후드 앱의 연관성에 주목합니다. 로빈후드와 거래관계가 있는 시타델이라는 자본이 공매도 세력 중 하나인 멜빈 캐피털에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가설일 뿐입니다. 미국에서도 청문회다, 당국의 조사다 말이 많은 상황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면서 월스트리트 자본이 또 한 번 농간을 부리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단합된 개미들의 정서적 배경에는 오랫동안 당한 소시민들의 분노가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높은 주가 언제까지 갈까?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게임스톱 주식이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은 결투 중이라 오른 것이지만, 지난 여름보다 50배 오른 지금 주가가 과연 타당한 가격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개미투자자 일부가 '이 정도면 충분히 벌었다'면서 팔고 떠난다면 주가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결투가 계속된다면 다시 오를 수 있겠죠. 주가를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이번 사태가 던진 메시지는?
시트론 등 일부 공매도세력은 더 이상 공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겠다고 이른바 '반성'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공매도 세력이 타격을 입으면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기대도 있습니다.
다만 공매도 세력에게도 순기능은 있습니다. 회사 실적에 대한 거짓과 과장을 잡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은 주식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주식 시장 참여자들이 높아진 불확실성에 주식을 현금화 하는 일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게임스톱 주가와 미국 증시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쪽에서는 주식 시장에 유입된 과잉 유동성이 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금융 당국뿐 아니라 우리 당국까지 주시하는 이유입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늘(2일)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군집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게임스톱' 사태만 놓고 보면 다윗 개미들이 골리앗 자본을 이긴 통쾌한 복수극입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투의 최종 승자는 아직 장담하긴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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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스톱…골리앗 공매도와 다윗 개미의 싸움,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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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2-02 15:33:51
■ 조용했던 동네 점포에서 벌어진 공매도 결투
게임스톱은 미국의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 체인점입니다. 온라인 시대가 오면서 이제는 서서히 밀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과 개미 투자자의 결투가 이곳에서 벌어지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여름 4달러였던 주가는 오늘 새벽 하락하고도 여전히 50배 이상 오른 상황입니다. 공매도가 뭐길래 이런 전쟁이 벌어진 걸까요?
■ 공매도가 뭐길래?
공매도는 보통의 주식투자와 정반대로 주가가 내릴수록 이득을 보는 투자기법입니다.
'박대기닷컴'이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현재 주가가 2만 원인데 하락하리라 판단한다면 공매도 세력은 주식을 사는 대신 주식을 빌려서 팝니다.
예를 들어 여기 홍길동 씨가 있습니다. 홍 씨가 현재 주당 2만 원인 박대기닷컴 주식을 가진 증권사로부터 1주를 빌려서 주식 시장에서 팔면 2만 원이 홍 씨 손에 남습니다.
홍 씨는 박대기닷컴 주가가 내리길 기다립니다. 홍 씨는 박대기닷컴이 만 원으로 떨어진 뒤 이번에는 주식시장에서 박대기닷컴 1주를 만 원에 사서 증권사에 갚습니다.
그러면 홍길동 씨는 처음에는 2만 원을 벌고 나중에 만 원으로 갚은 셈이니 결과적으로 만 원을 번 겁니다.
물론 기다렸는데 오히려 주가가 올라버리면 손실을 봅니다.
박대기닷컴이 게임스톱 사례처럼 50배가 올라버리면 1주가 100만 원이 돼 홍 씨는 100만 원을 주고 1주를 사서 증권사에 갚아야 합니다. 처음에 번 돈 2만 원을 제하더라도 홍 씨의 손실은 98만 원에 이릅니다.
바로 이런 손실이 공매도를 일삼던 거대 자본에게 벌어진 겁니다. 물론 실제 공매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주식을 사야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쇼트 스퀴즈'라고 합니다.
'쇼트 스퀴즈'를 위해서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집하면서 공매도 세력은 15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개미 작전은 어떻게 성공했나?
'월스트리트베트'라는 인터넷 주식투자 게시판이 있습니다. 예전보다 똑똑해진 개미 투자자들이 이런 게시판을 통해서 세를 규합해서 게임스톱을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의 오만도 개미들의 성공에 한몫을 했습니다.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를 확신한 나머지 공매도 규모가 시중 유통 주식의 140%에 이른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있는 주식을 모두 사더라도 한 번에 약속한 만큼의 주식을 갚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개미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일부만 사들이면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갚기 위해 살 주식이 없어져 결국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개미들은 게임스톱 주식의 '콜옵션'을 사서 거래 상대방인 금융회사들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도록 하는 방식도 사용했습니다.
'감마 스퀴즈'라는 방식인데 전문가들도 개미들이 이런 식으로 집단행동하는 모습이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톱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예언한 시기는 지난달 하순으로 주가가 40달러를 넘겼을 때였습니다. 개미들의 작전이 통하면서 게임스톱 주식은 한때 400달러 이상에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이때 황당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 사라진 매수 버튼...공매도 세력과 거대 자본의 음모?
개미들이 자주 이용하던 주식 거래 앱인 '로빈후드'의 구매 버튼이 사라진 것입니다. 개미들이 주식을 더 살 수 없도록 만든 것이죠.
음모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개미들은 공매도세력과 로빈후드 앱의 연관성에 주목합니다. 로빈후드와 거래관계가 있는 시타델이라는 자본이 공매도 세력 중 하나인 멜빈 캐피털에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가설일 뿐입니다. 미국에서도 청문회다, 당국의 조사다 말이 많은 상황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면서 월스트리트 자본이 또 한 번 농간을 부리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단합된 개미들의 정서적 배경에는 오랫동안 당한 소시민들의 분노가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높은 주가 언제까지 갈까?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게임스톱 주식이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은 결투 중이라 오른 것이지만, 지난 여름보다 50배 오른 지금 주가가 과연 타당한 가격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개미투자자 일부가 '이 정도면 충분히 벌었다'면서 팔고 떠난다면 주가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결투가 계속된다면 다시 오를 수 있겠죠. 주가를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이번 사태가 던진 메시지는?
시트론 등 일부 공매도세력은 더 이상 공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겠다고 이른바 '반성'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공매도 세력이 타격을 입으면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기대도 있습니다.
다만 공매도 세력에게도 순기능은 있습니다. 회사 실적에 대한 거짓과 과장을 잡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은 주식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주식 시장 참여자들이 높아진 불확실성에 주식을 현금화 하는 일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게임스톱 주가와 미국 증시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쪽에서는 주식 시장에 유입된 과잉 유동성이 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금융 당국뿐 아니라 우리 당국까지 주시하는 이유입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늘(2일)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군집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게임스톱' 사태만 놓고 보면 다윗 개미들이 골리앗 자본을 이긴 통쾌한 복수극입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투의 최종 승자는 아직 장담하긴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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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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