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오타에 표절 의혹까지…황희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박사 논문

입력 2021.02.05 (07:00) 수정 2021.02.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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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박사학위 논문에서 표절 의심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또 논문 제목부터 철자를 잘못 쓰고, 통계 분석 과정에서도 기초적인 부분에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부실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황 후보자는 21대 총선에서 재건축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 서울 양천갑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본인이 지역 현안을 해결할 도시공학 박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 기존 보고서 번역만 한 내용 다수…"표절로 볼 수 있어"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이던 2018년 2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영문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Analysis of Smart Element Technology and Policies to Establish Smart City : Analysis of Smart Element Technology Awareness in South Korea by ANOAVA and Analysis of Smart City Site by AHP Analysis (스마트 요소 기술과 스마트시티 건립 정책에 관한 분석 : ANOVA를 통한 스마트 요소 기술 인식 분석과 AHP를 통한 스마트시티 건립 장소 분석).'

주요 내용은 스마트시티 관련 나라 간 기술 격차와 후보지 선정을 위한 기준 검토 등이다.

KBS는 이 논문의 표절 여부 등 연구 진실성에 대한 분석을 이인재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에게 의뢰했다.

이 교수는 검토 결과 "논문 여기저기에서 한글로 된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영어로 그대로, 혹은 유사하게 번역하고 사용하고 있으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마치 연구자 자신이 쓴 것처럼 하고 있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12조는 '표절'에 대해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표절 의심 사례는 주로 황 후보자 논문의 2장 '문헌 검토' 부분에서 발견됐다. 한글로 된 기존 연구 보고서 내용을 옮겨놓고서 각주 등의 방법으로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영어로 번역해 그대로 사용한 경우다.




■ 논문 제목에 오타… 'ANOVA'를 'ANOAVA'로

표절 기준에는 해당하지는 않지만, 논문이 부실하다고 비판받을 만한 대목도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우선 논문 제목의 철자에 오타가 있었다. 논문에 쓰인 핵심 통계 기법인 ' ANOVA'의 철자를 ' ANOAVA'로 잘못 쓴 것이다.

도시공학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논문 제목을 잘못 쓴 것은 특허를 출원할 때, 특허명을 잘못 신고하는 것과 같다"며 "논문 심사 과정에서 이 정도도 걸러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또 참고 문헌의 출처를 표시했지만 틀리게 하거나, 형식이 작성법에 어긋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아울러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통계 분석 과정에 실수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다. 황 후보자는 설문 조사와 ANOVA라는 통계 분석 방법을 활용해, 스마트시티 기술과 관련 나라 간 기술 격차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황 후보자의 논문을 검토한 서울의 한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 분석은 유의 수준, 즉 오차 가능성이 최대 0.1을 넘어서면 그 결괏값은 통계적 의미가 없다고 분석해야 한다"면서 "해당 논문은 0.1을 넘은 결괏값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등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 "연구체계·분석방법, 적절성 충족 못 해"

KBS는 마지막으로 논문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도 도시공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검토 의견을 요청했다.

한 전문가는 논문의 참고문헌 대부분이 학술적 가치가 없는 발표문이나 기고문이라며, 통상적인 경우라면 박사논문으로 통과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해당 논문이 방법론으로 채택한 ANOVA(변량분석)과 AHP(계층적 의사결정분석)는 분석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이 현저히 떨어질 위험이 있고, 명료한 정책적 시사점 도출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도시계획 공학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 체계 및 분석 방법 모두 적절성과 유효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황 후보자의 논문 심사위원회는 모두 5명으로 구성됐는데 위원장은 논문지도 교수가 맡았다. 다른 내부 심사위원 2명은 같은 과 교수였고, 외부 심사위원도 2명 있었지만 한 명은 같은 과 퇴임 교수였고 나머지 한 명은 같은 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김 교수의 제자였다.

논문을 검토한 한 교수는 "통상적으로 논문 지도교수는 심사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면서 "내부 심사위원과 외부 심사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세대 도시공학과 측은 "논문 심사 과정에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한 전문가는 "'파트타임'으로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은 경우여서, 심사 규정 등을 까다롭게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도교수 "표절로 볼 수 없어"…황 후보자 측 "특혜 없었다"

황 후보자의 지도교수는 논문의 문제점에 대한 KBS의 질의에 "번역에 오류가 있었거나 정부 발표 자료 등을 참고하는 과정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표절로 지적된 부분은 논문의 핵심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 내용이어서 '작은 실수'로 판단된다고 했다.

황 후보자 측은 의정 활동 등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목적으로 학위를 취득한 것이라면서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의 지도교수는 2017년 말부터 대통령 직속 스마트시티특위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황 후보자는 2018년 초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직후 같은 위원회 위원에 위촉됐다.

황희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 원문은 다음 링크를 열면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주소 : https://c11.kr/m3q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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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오타에 표절 의혹까지…황희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박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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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2-05 17: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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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박사학위 논문에서 표절 의심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또 논문 제목부터 철자를 잘못 쓰고, 통계 분석 과정에서도 기초적인 부분에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부실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황 후보자는 21대 총선에서 재건축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 서울 양천갑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본인이 지역 현안을 해결할 도시공학 박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 기존 보고서 번역만 한 내용 다수…"표절로 볼 수 있어"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이던 2018년 2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영문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Analysis of Smart Element Technology and Policies to Establish Smart City : Analysis of Smart Element Technology Awareness in South Korea by ANOAVA and Analysis of Smart City Site by AHP Analysis (스마트 요소 기술과 스마트시티 건립 정책에 관한 분석 : ANOVA를 통한 스마트 요소 기술 인식 분석과 AHP를 통한 스마트시티 건립 장소 분석).'

주요 내용은 스마트시티 관련 나라 간 기술 격차와 후보지 선정을 위한 기준 검토 등이다.

KBS는 이 논문의 표절 여부 등 연구 진실성에 대한 분석을 이인재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에게 의뢰했다.

이 교수는 검토 결과 "논문 여기저기에서 한글로 된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영어로 그대로, 혹은 유사하게 번역하고 사용하고 있으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마치 연구자 자신이 쓴 것처럼 하고 있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12조는 '표절'에 대해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표절 의심 사례는 주로 황 후보자 논문의 2장 '문헌 검토' 부분에서 발견됐다. 한글로 된 기존 연구 보고서 내용을 옮겨놓고서 각주 등의 방법으로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영어로 번역해 그대로 사용한 경우다.




■ 논문 제목에 오타… 'ANOVA'를 'ANOAVA'로

표절 기준에는 해당하지는 않지만, 논문이 부실하다고 비판받을 만한 대목도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우선 논문 제목의 철자에 오타가 있었다. 논문에 쓰인 핵심 통계 기법인 ' ANOVA'의 철자를 ' ANOAVA'로 잘못 쓴 것이다.

도시공학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논문 제목을 잘못 쓴 것은 특허를 출원할 때, 특허명을 잘못 신고하는 것과 같다"며 "논문 심사 과정에서 이 정도도 걸러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또 참고 문헌의 출처를 표시했지만 틀리게 하거나, 형식이 작성법에 어긋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아울러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통계 분석 과정에 실수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다. 황 후보자는 설문 조사와 ANOVA라는 통계 분석 방법을 활용해, 스마트시티 기술과 관련 나라 간 기술 격차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황 후보자의 논문을 검토한 서울의 한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 분석은 유의 수준, 즉 오차 가능성이 최대 0.1을 넘어서면 그 결괏값은 통계적 의미가 없다고 분석해야 한다"면서 "해당 논문은 0.1을 넘은 결괏값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등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 "연구체계·분석방법, 적절성 충족 못 해"

KBS는 마지막으로 논문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도 도시공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검토 의견을 요청했다.

한 전문가는 논문의 참고문헌 대부분이 학술적 가치가 없는 발표문이나 기고문이라며, 통상적인 경우라면 박사논문으로 통과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해당 논문이 방법론으로 채택한 ANOVA(변량분석)과 AHP(계층적 의사결정분석)는 분석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이 현저히 떨어질 위험이 있고, 명료한 정책적 시사점 도출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도시계획 공학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 체계 및 분석 방법 모두 적절성과 유효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황 후보자의 논문 심사위원회는 모두 5명으로 구성됐는데 위원장은 논문지도 교수가 맡았다. 다른 내부 심사위원 2명은 같은 과 교수였고, 외부 심사위원도 2명 있었지만 한 명은 같은 과 퇴임 교수였고 나머지 한 명은 같은 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김 교수의 제자였다.

논문을 검토한 한 교수는 "통상적으로 논문 지도교수는 심사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면서 "내부 심사위원과 외부 심사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세대 도시공학과 측은 "논문 심사 과정에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한 전문가는 "'파트타임'으로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은 경우여서, 심사 규정 등을 까다롭게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도교수 "표절로 볼 수 없어"…황 후보자 측 "특혜 없었다"

황 후보자의 지도교수는 논문의 문제점에 대한 KBS의 질의에 "번역에 오류가 있었거나 정부 발표 자료 등을 참고하는 과정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표절로 지적된 부분은 논문의 핵심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 내용이어서 '작은 실수'로 판단된다고 했다.

황 후보자 측은 의정 활동 등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목적으로 학위를 취득한 것이라면서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의 지도교수는 2017년 말부터 대통령 직속 스마트시티특위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황 후보자는 2018년 초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직후 같은 위원회 위원에 위촉됐다.

황희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 원문은 다음 링크를 열면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주소 : https://c11.kr/m3q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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