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후보자 박사논문, 대리 번역까지…규정 위반 논란

입력 2021.02.05 (18:00) 수정 2021.02.0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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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표절 의심 사례가 여럿 확인됐고, 논문 제목의 철자를 잘못 쓰는가 하면 통계 분석 과정에서도 기초적인 부분에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부실 논문'이라는 의혹을 어제(4일)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 황희 후보자, 박사 논문 제목 오타에 표절 의혹까지 - KBS 뉴스9, 2021년 2월 4일,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1605&ref=A)

그런데 황희 후보자의 논문 작성과 심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습니다.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8년 2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스마트시티'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논문의 전체 내용은 국문이 아닌 영문으로 작성됐는데, 연세대의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황 후보자가 졸업한 연세대 일반대학원 <학위논문에 관한 내규>는 아래와 같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의 경우 2006년 2학기 신입생부터 논문의 영문 작성을 의무화 한다. 단, 영어 작성이 부적합한 특정한 주제를 많이 다루는 학과로 대학장이 대학원에 요청한 경우 국문 또는 외국어로 작성할 수 있다. 그 외의 학과는 지도 교수의 요청과 대학원이 최종 승인한 경우, 국문, 영문 이외의 외국어로 작성할 수 있다. 단, 지도교수의 요청 시에 그 해당 사유를 대학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출처: 연세대 일반대학원 <학위논문에 관한 내규 제3조 2항>

황희 후보자의 논문에 나타난 여러 오류에 관해 확인을 요청하자, 황 후보자의 지도교수는 "(해당 논문) 심사 당시에는 국문으로 심사하고, 제출 과정에서 번역을 맡겨 진행했다"면서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라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국문으로 논문을 쓰고 심사 역시 국문으로 했는데, 심사를 통과한 후 다른 사람에게 번역을 맡겨서 최종 제출만 영문으로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황 후보자 논문과 관련해 국문으로 작성하도록 요청하거나 승인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자, 지도교수는 "별도의 절차는 밟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지도교수의 별도 요청과 대학원 승인 절차 없이 국문으로 논문을 작성해 번역한 후 제출만 영문으로 하는 것은 연세대 내규에 어긋납니다.

이에 대해 지도교수는 "도시공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국문으로 작성하고 발표자료도 국문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라면서 "학문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것 같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대리 번역에 대해서는 "다른 학생도 대부분 번역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아닌데 영어로 처음부터 쓰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국문이 아닌 영문으로 논문을 쓰는 것은, 영어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학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연세대는 박사 논문의 경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영문 작성을 내규로 명시했습니다.

지도교수의 설명대로 이 내규가 그저 '선언적'인 의미인지 도시공학과가 속한 연세대 공대 소속 교수와 박사과정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연세대 공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A 씨는 "교수가 사정을 봐줬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라면서 "(영어 논문 작성 의무는) 파트 타임 박사도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세대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B 씨도 "처음부터 논문을 영어로 작성한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도 영어 표현에 대한 검토를 받는다"라면서 "국문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심사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세대 공대 C 교수 역시 "국문으로 작성하고 국문으로 제출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라고 했습니다. 규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규정 위반이다, 아니다, 라는 말도 확언하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황희 문화체육체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박사 학위 논문. 황희 문화체육체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박사 학위 논문.

논문을 영문화하는 작업 전체를 제삼자에게 맡긴 것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D 씨는 "논문의 일부 표현을 교정받는 경우는 있지만,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논문 전체를 번역을 맡기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는 "황 후보자가 자신의 국문 논문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영문으로 옮겼다면, 논문에도 이 같은 사실을 명시해주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습니다.

황 후보자 측은 논문을 국문으로 작성해 심사를 받은 뒤 다른 사람에게 전체 번역을 맡긴 것이 맞느냐는 KBS의 질의에 "이견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황 후보자 측은 다만, "황 후보자가 연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최초 입학한 시점이 2005년이어서 2006년 이후 입학생에 적용되는 '영문 논문 작성'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해당 학과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라고 추후 밝혀왔습니다.

황 후보자는 연세대 도시공학과에 2005년 9월 입학했지만 2012년 제적됐습니다. 이후 2013년 재입학해 2018년 2월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KBS는 앞선 보도에서 황 후보자의 박사 논문에 대해 제목의 오타부터 통계분석 부실 의혹, 일부 표절 의혹 등을 제기했습니다. 황 후보자는 여기에 더해 '영문 작성'이라는 대학 내부 규정을 어기고 국문 작성과 심사, 그리고 대리 번역을 통해 영문 논문을 최종 제출했습니다.

황 후보자는 박사학위 취득 이후 관련 분야 전문성을 내세우며 대통령 직속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지난해 총선 당시에는 자신이 '도시공학 박사'임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이 황 후보자에게 주요 '스펙'이 되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KBS가 지적한 논문 부실·표절 의혹 등에 대해 황 후보자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목에 오·탈자가 있는 건 맞다"라면서 "'스마트 시티' 관련해 국내 논문은 거의 없다. 정책 제안, 법안 등도 제가 해서 웬만하면 전문가들은 다 안다. 표절 여부는 (표절 검사 서비스인) 카피 킬러로 검증 결과 유사도가 5%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윤리 분야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남형두 교수는 <표절 백문 백답>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학위과정의 엄정성과 학위의 권위를 생각할 때, 정치인 입문 전후를 막론하고 이들의 학위 논문을 일반 학위 논문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남형두, 『표절 백문백답』 p.232, 2017, 청송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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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희 후보자 박사논문, 대리 번역까지…규정 위반 논란
    • 입력 2021-02-05 18:00:07
    • 수정2021-02-05 21:43:40
    취재K

KBS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표절 의심 사례가 여럿 확인됐고, 논문 제목의 철자를 잘못 쓰는가 하면 통계 분석 과정에서도 기초적인 부분에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부실 논문'이라는 의혹을 어제(4일)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 황희 후보자, 박사 논문 제목 오타에 표절 의혹까지 - KBS 뉴스9, 2021년 2월 4일,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1605&ref=A)

그런데 황희 후보자의 논문 작성과 심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습니다.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8년 2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스마트시티'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논문의 전체 내용은 국문이 아닌 영문으로 작성됐는데, 연세대의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황 후보자가 졸업한 연세대 일반대학원 <학위논문에 관한 내규>는 아래와 같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의 경우 2006년 2학기 신입생부터 논문의 영문 작성을 의무화 한다. 단, 영어 작성이 부적합한 특정한 주제를 많이 다루는 학과로 대학장이 대학원에 요청한 경우 국문 또는 외국어로 작성할 수 있다. 그 외의 학과는 지도 교수의 요청과 대학원이 최종 승인한 경우, 국문, 영문 이외의 외국어로 작성할 수 있다. 단, 지도교수의 요청 시에 그 해당 사유를 대학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출처: 연세대 일반대학원 <학위논문에 관한 내규 제3조 2항>

황희 후보자의 논문에 나타난 여러 오류에 관해 확인을 요청하자, 황 후보자의 지도교수는 "(해당 논문) 심사 당시에는 국문으로 심사하고, 제출 과정에서 번역을 맡겨 진행했다"면서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라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국문으로 논문을 쓰고 심사 역시 국문으로 했는데, 심사를 통과한 후 다른 사람에게 번역을 맡겨서 최종 제출만 영문으로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황 후보자 논문과 관련해 국문으로 작성하도록 요청하거나 승인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자, 지도교수는 "별도의 절차는 밟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지도교수의 별도 요청과 대학원 승인 절차 없이 국문으로 논문을 작성해 번역한 후 제출만 영문으로 하는 것은 연세대 내규에 어긋납니다.

이에 대해 지도교수는 "도시공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국문으로 작성하고 발표자료도 국문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라면서 "학문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것 같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대리 번역에 대해서는 "다른 학생도 대부분 번역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아닌데 영어로 처음부터 쓰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국문이 아닌 영문으로 논문을 쓰는 것은, 영어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학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연세대는 박사 논문의 경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영문 작성을 내규로 명시했습니다.

지도교수의 설명대로 이 내규가 그저 '선언적'인 의미인지 도시공학과가 속한 연세대 공대 소속 교수와 박사과정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연세대 공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A 씨는 "교수가 사정을 봐줬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라면서 "(영어 논문 작성 의무는) 파트 타임 박사도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세대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B 씨도 "처음부터 논문을 영어로 작성한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도 영어 표현에 대한 검토를 받는다"라면서 "국문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심사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세대 공대 C 교수 역시 "국문으로 작성하고 국문으로 제출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라고 했습니다. 규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규정 위반이다, 아니다, 라는 말도 확언하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황희 문화체육체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박사 학위 논문.
논문을 영문화하는 작업 전체를 제삼자에게 맡긴 것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D 씨는 "논문의 일부 표현을 교정받는 경우는 있지만,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논문 전체를 번역을 맡기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는 "황 후보자가 자신의 국문 논문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영문으로 옮겼다면, 논문에도 이 같은 사실을 명시해주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습니다.

황 후보자 측은 논문을 국문으로 작성해 심사를 받은 뒤 다른 사람에게 전체 번역을 맡긴 것이 맞느냐는 KBS의 질의에 "이견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황 후보자 측은 다만, "황 후보자가 연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최초 입학한 시점이 2005년이어서 2006년 이후 입학생에 적용되는 '영문 논문 작성'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해당 학과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라고 추후 밝혀왔습니다.

황 후보자는 연세대 도시공학과에 2005년 9월 입학했지만 2012년 제적됐습니다. 이후 2013년 재입학해 2018년 2월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KBS는 앞선 보도에서 황 후보자의 박사 논문에 대해 제목의 오타부터 통계분석 부실 의혹, 일부 표절 의혹 등을 제기했습니다. 황 후보자는 여기에 더해 '영문 작성'이라는 대학 내부 규정을 어기고 국문 작성과 심사, 그리고 대리 번역을 통해 영문 논문을 최종 제출했습니다.

황 후보자는 박사학위 취득 이후 관련 분야 전문성을 내세우며 대통령 직속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지난해 총선 당시에는 자신이 '도시공학 박사'임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이 황 후보자에게 주요 '스펙'이 되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KBS가 지적한 논문 부실·표절 의혹 등에 대해 황 후보자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목에 오·탈자가 있는 건 맞다"라면서 "'스마트 시티' 관련해 국내 논문은 거의 없다. 정책 제안, 법안 등도 제가 해서 웬만하면 전문가들은 다 안다. 표절 여부는 (표절 검사 서비스인) 카피 킬러로 검증 결과 유사도가 5%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윤리 분야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남형두 교수는 <표절 백문 백답>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학위과정의 엄정성과 학위의 권위를 생각할 때, 정치인 입문 전후를 막론하고 이들의 학위 논문을 일반 학위 논문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남형두, 『표절 백문백답』 p.232, 2017, 청송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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