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아르바이트 첫날 깨진 ‘코리안드림’…베트남 유학생의 ‘눈물’

입력 2021.02.06 (07:01) 수정 2021.02.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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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7일 오후 5시 20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식당.

경남 창원지역 모 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는 베트남 국적의 유학생 A(20·여)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사장 B(54)씨에게 면접을 봤다. 얼마 후 A 씨는 바로 일을 시작하라는 B 씨의 지시를 받고 식당에서 서빙 일을 시작한다.

식당 주인인 B 씨는 20년 경력의 전직 경찰관이었다.

A 씨는 타국에서 돈을 벌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몇 시간 후 이 식당은 그녀에게 행복 대신 악몽을 주는 곳으로 변하고 만다.

A 씨는 손님 2명에게 서빙을 하는 등 열심히 자신의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이후 오후 8시쯤 영업을 마친 사장 B 씨는 A 씨에게 저녁을 먹자 했고, 두 사람은 닭갈비와 술을 먹었다.

A 씨는 아르바이트 첫날 사장의 호의로 생각하고 저녁을 함께했지만, B 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식사 시작 약 3시간 후 사장은 술에 취한 그녀의 신체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에 A 씨는 저항했지만, 사장은 그녀를 강제로 성폭행했다.

이후 A 씨는 기숙사 지인 등에게 연락했고 A 씨의 연락을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B 씨와 변호인 측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합의 하에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피해 여성이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문을 잠갔다고 진술했는데, 법정에서는 가게 문을 잠그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B 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은 일관되고 모순이 없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경찰 1차 진술에서 진술하지 않은 부분을 2차 진술에서 진술한 이유에 대해 1차 진술 당시 사건 직후로서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기억이 온전치 않았고, 며칠간 안정을 찾은 후 기억을 되살려 2차 진술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며 “ 피해자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원활히 구사하지 못하는 점이나 낯선 외국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에 피와 구토가 묻어 세탁했다'는 사건 당시 B 씨의 행동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겉옷만 세탁한 것이 아니라 피나 토사물이 묻어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나체 상태로 방치한 채 속옷까지 세탁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경험칙상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2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던 점과 피해자 옷 세탁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 일행과 경찰이 도착하자 피고인이 곧바로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하면, 위 같은 피고인의 행동은 증거를 없애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무섭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범행 후 지인들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 등을 종합하면 합의 하의 관계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 피해자와 피고인이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관계인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가 34살 차이인 점, 피고인의 팔과 턱에 이빨로 깨문 자국이 남아 있는 점 등을 볼 때 합의된 성관계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가게가 대로변 1층인 점, 인적이 드물지 않아 탈출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도 피해자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화장실에 다녀오면서도 탈출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폭행, 협박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힘을 행사해 피해자를 성폭행했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가방을 가지고 떠나고자 했는데 피고인이 이를 제지했다”며 “당시 만약 비명을 지르거나 거세게 반항하는 경우 죽을 수도 있어 두려웠다는 피해자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있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B 씨 측 주장을 일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7년간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대한민국에 입국한 젊은 나이의 외국 여성이다. 피고인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환경에 처해 취약한 처지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범행 당시 피해자의 나이는 갓 청소년을 벗어난 19세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종전 강제추행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이 사건 범행을 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비교적 경미한 수준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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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아르바이트 첫날 깨진 ‘코리안드림’…베트남 유학생의 ‘눈물’
    • 입력 2021-02-06 07:01:20
    • 수정2021-02-06 20:19:38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8월 17일 오후 5시 20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식당.

경남 창원지역 모 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는 베트남 국적의 유학생 A(20·여)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사장 B(54)씨에게 면접을 봤다. 얼마 후 A 씨는 바로 일을 시작하라는 B 씨의 지시를 받고 식당에서 서빙 일을 시작한다.

식당 주인인 B 씨는 20년 경력의 전직 경찰관이었다.

A 씨는 타국에서 돈을 벌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몇 시간 후 이 식당은 그녀에게 행복 대신 악몽을 주는 곳으로 변하고 만다.

A 씨는 손님 2명에게 서빙을 하는 등 열심히 자신의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이후 오후 8시쯤 영업을 마친 사장 B 씨는 A 씨에게 저녁을 먹자 했고, 두 사람은 닭갈비와 술을 먹었다.

A 씨는 아르바이트 첫날 사장의 호의로 생각하고 저녁을 함께했지만, B 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식사 시작 약 3시간 후 사장은 술에 취한 그녀의 신체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에 A 씨는 저항했지만, 사장은 그녀를 강제로 성폭행했다.

이후 A 씨는 기숙사 지인 등에게 연락했고 A 씨의 연락을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B 씨와 변호인 측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합의 하에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피해 여성이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문을 잠갔다고 진술했는데, 법정에서는 가게 문을 잠그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B 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은 일관되고 모순이 없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경찰 1차 진술에서 진술하지 않은 부분을 2차 진술에서 진술한 이유에 대해 1차 진술 당시 사건 직후로서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기억이 온전치 않았고, 며칠간 안정을 찾은 후 기억을 되살려 2차 진술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며 “ 피해자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원활히 구사하지 못하는 점이나 낯선 외국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에 피와 구토가 묻어 세탁했다'는 사건 당시 B 씨의 행동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겉옷만 세탁한 것이 아니라 피나 토사물이 묻어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나체 상태로 방치한 채 속옷까지 세탁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경험칙상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2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던 점과 피해자 옷 세탁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 일행과 경찰이 도착하자 피고인이 곧바로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하면, 위 같은 피고인의 행동은 증거를 없애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무섭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범행 후 지인들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 등을 종합하면 합의 하의 관계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 피해자와 피고인이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관계인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가 34살 차이인 점, 피고인의 팔과 턱에 이빨로 깨문 자국이 남아 있는 점 등을 볼 때 합의된 성관계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가게가 대로변 1층인 점, 인적이 드물지 않아 탈출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도 피해자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화장실에 다녀오면서도 탈출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폭행, 협박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힘을 행사해 피해자를 성폭행했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가방을 가지고 떠나고자 했는데 피고인이 이를 제지했다”며 “당시 만약 비명을 지르거나 거세게 반항하는 경우 죽을 수도 있어 두려웠다는 피해자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있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B 씨 측 주장을 일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7년간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대한민국에 입국한 젊은 나이의 외국 여성이다. 피고인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환경에 처해 취약한 처지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범행 당시 피해자의 나이는 갓 청소년을 벗어난 19세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종전 강제추행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이 사건 범행을 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비교적 경미한 수준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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