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할리우드는 못갔어~” 윤여정이 미나리 선택한 이유

입력 2021.02.06 (09:08) 수정 2021.02.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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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2세 한국계 감독과 이민 2세 배우, 한국 배우들이 함께 작업한 영화 미나리. 이미 미국 등에서 50여개 상을 받으며 '상 부자'가 됐습니다. 한국 나이 일흔 다섯의 배우 윤여정 씨는 왜 영화 미나리를 선택했을까요?

다음달 3일 한국 개봉을 앞둔 미나리는 미국 이민2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이민자 가정의 고단한 삶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됐습니다. 윤여정 씨는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먼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말했습니다.

"작품이 좋아서 이런 것보다는 사람 보고… 아이작(정이삭 감독)을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아이작이 마음에 들었어요. 남자로 마음에 든 건 아니고 (일동 웃음) 굉장히 진지했고, 요새 이런 사람이 있구나, 너무 순수했고… 그런데 저를 알고 또 한국 영화를 또 알고 그래서 '어머, 얘는 한국말을 못하는데…' 한국 영화를 또 김기영 감독님(※윤여정 배우 주연의 1970년 '화녀' 감독)부터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그 처음에 인상이 좋았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그 얘기가 너무너무 진짜같았어요. 진짜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기 시작했고. 그냥 뭐…그냥 하겠다고 했어요. 난 사람을 보고 일을 하지 작품, 그런 거는 이제 아무것도 안 보게 됐어요. 작품을 본다고 해서 제가 뭐 이렇게 스타가 되겠어요, 갑자기 뭐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그냥 사람이 좋아서 했어요. 그런데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웃음)"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그의 믿음대로, 정이삭 감독은 배우에게 공간을 열어줬습니다. 덕분에 윤여정 씨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할머니라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순자' 역을 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처음에 시작할 때 아이작(정이삭 감독)한테 물었어요. 네 할머니 기억이 너무 생생할 텐데, 너희 할머니하고 똑같이 해야 되느냐, 그랬더니 선생님이 (알아서) 하라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그때 아이작한테 너무 믿음이 갔어요. 어떤 감독들은 자기 할머니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그걸 흉내 내라고, 그거를 못 지우니까 막 하라고 그럴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굉장히 배우가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내가 아이작 할머니를 맞게 그리는 건가 아닌 건가. 그런데 아이작이 '선생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그랬어요. 마음대로 하라 그러는 것은 사실은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내가 책임감이 큰 거예요. 나는 언제든지 내가 무슨 역할을 할 때 그거는 저의 미션이에요. 전형적인 할머니,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전형적인 엄마, 나 그런 거 하기 싫어요. 내가 조금 이렇게… 다르게 하고 싶어요. 그거는 나의, 내 필생의 목적이에요. 전형적인 것, 나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아이작이 또 나를 이렇게 북돋아줘서 우리는 잘했던 것 같아"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저예산 영화로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감독과 배우 등이 한집에서 밥을 해먹어가며 고생한 영화. 고생하며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진짜 '앙상블 어워드'를 탈 만했어요. We live together. 한 집에서 예리(주연 한예리)랑 나랑 우리 같이 도미토리 같았어. 기숙사에 사는 것 같이 살았어요. 돈을 아끼려고, 우리가. 거기서 다 같이 살았어요, 우리가. 맨날 대본에 대해서 얘기했고 아이작(정이삭 감독)도 스티븐(주연 스티븐 연)도 빨래하러 왔다가 밥도 먹고, 안 가고, 거기서 우리 대본 얘기만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패밀리가 됐어요, 진짜. 진짜 우리는 가족이었어. 말이 할리우드지 할리우드는 못 가봤고, 이 영화 제작비가, 돈이.. 이거 우리가 자본주의에 살기 때문에 Money talks. 우리는 돈이 없는 데서 찍었기 때문에 아이작, 스티븐, 나, 예리, 말할 수 없이 고생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 안 올라간 많은 사람과 많은 가슴이 모여서 만든 영화였어요. 그게 우리가, 아마 우리가 '코리안'이라는 것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좀 미국 사람들한테 보여주자, 그런 우리.. 그런 뭐가 있었었나? 마음이 있었나? 그런 미션이 있었었나? 그건 모르겠어요, 아무튼."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이미 '상 부자'인 미나리, 미국 등에서 벌써 50여개의 상을 받았고, 윤여정 배우는 20개의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미 매체가 뽑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예측 1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부담감은 없을까?

"그게 좀 참 곤란하게 된 게, 어제 식당에 갔는데 아저씨가 그러는 거야. 축하합니다,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네?' 그랬더니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르셨던데. '아유, 아니에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거 아직 후보에 오를지도 모르는 그런 겁니다'…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진짜 곤란한 거지. 후보에 안 올랐습니다. 굉장히 곤란하게 됐어요, 이렇게 되면 나 이제, 만약 거기 못 올라가면 난 못한 게 되는 거잖아.(일동 웃음)"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미나리는 최근 '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미국배우조합상(SAG)의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앙상블상, 여우조연상(윤여정),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총 3개 부문 후보에 지목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카데미상(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 배우진이 제26회 SAG 앙상블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국인과 한국에 뿌리를 둔 영화 미나리,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새 역사를 쓸지 주목됩니다.

영상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구성: 기진희, 편집: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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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할리우드는 못갔어~” 윤여정이 미나리 선택한 이유
    • 입력 2021-02-06 09:08:18
    • 수정2021-02-06 20:19:34
    사회

이민2세 한국계 감독과 이민 2세 배우, 한국 배우들이 함께 작업한 영화 미나리. 이미 미국 등에서 50여개 상을 받으며 '상 부자'가 됐습니다. 한국 나이 일흔 다섯의 배우 윤여정 씨는 왜 영화 미나리를 선택했을까요?

다음달 3일 한국 개봉을 앞둔 미나리는 미국 이민2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이민자 가정의 고단한 삶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됐습니다. 윤여정 씨는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먼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말했습니다.

"작품이 좋아서 이런 것보다는 사람 보고… 아이작(정이삭 감독)을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아이작이 마음에 들었어요. 남자로 마음에 든 건 아니고 (일동 웃음) 굉장히 진지했고, 요새 이런 사람이 있구나, 너무 순수했고… 그런데 저를 알고 또 한국 영화를 또 알고 그래서 '어머, 얘는 한국말을 못하는데…' 한국 영화를 또 김기영 감독님(※윤여정 배우 주연의 1970년 '화녀' 감독)부터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그 처음에 인상이 좋았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그 얘기가 너무너무 진짜같았어요. 진짜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기 시작했고. 그냥 뭐…그냥 하겠다고 했어요. 난 사람을 보고 일을 하지 작품, 그런 거는 이제 아무것도 안 보게 됐어요. 작품을 본다고 해서 제가 뭐 이렇게 스타가 되겠어요, 갑자기 뭐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그냥 사람이 좋아서 했어요. 그런데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웃음)"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그의 믿음대로, 정이삭 감독은 배우에게 공간을 열어줬습니다. 덕분에 윤여정 씨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할머니라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순자' 역을 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처음에 시작할 때 아이작(정이삭 감독)한테 물었어요. 네 할머니 기억이 너무 생생할 텐데, 너희 할머니하고 똑같이 해야 되느냐, 그랬더니 선생님이 (알아서) 하라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그때 아이작한테 너무 믿음이 갔어요. 어떤 감독들은 자기 할머니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그걸 흉내 내라고, 그거를 못 지우니까 막 하라고 그럴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굉장히 배우가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내가 아이작 할머니를 맞게 그리는 건가 아닌 건가. 그런데 아이작이 '선생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그랬어요. 마음대로 하라 그러는 것은 사실은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내가 책임감이 큰 거예요. 나는 언제든지 내가 무슨 역할을 할 때 그거는 저의 미션이에요. 전형적인 할머니,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전형적인 엄마, 나 그런 거 하기 싫어요. 내가 조금 이렇게… 다르게 하고 싶어요. 그거는 나의, 내 필생의 목적이에요. 전형적인 것, 나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아이작이 또 나를 이렇게 북돋아줘서 우리는 잘했던 것 같아"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저예산 영화로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감독과 배우 등이 한집에서 밥을 해먹어가며 고생한 영화. 고생하며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진짜 '앙상블 어워드'를 탈 만했어요. We live together. 한 집에서 예리(주연 한예리)랑 나랑 우리 같이 도미토리 같았어. 기숙사에 사는 것 같이 살았어요. 돈을 아끼려고, 우리가. 거기서 다 같이 살았어요, 우리가. 맨날 대본에 대해서 얘기했고 아이작(정이삭 감독)도 스티븐(주연 스티븐 연)도 빨래하러 왔다가 밥도 먹고, 안 가고, 거기서 우리 대본 얘기만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패밀리가 됐어요, 진짜. 진짜 우리는 가족이었어. 말이 할리우드지 할리우드는 못 가봤고, 이 영화 제작비가, 돈이.. 이거 우리가 자본주의에 살기 때문에 Money talks. 우리는 돈이 없는 데서 찍었기 때문에 아이작, 스티븐, 나, 예리, 말할 수 없이 고생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 안 올라간 많은 사람과 많은 가슴이 모여서 만든 영화였어요. 그게 우리가, 아마 우리가 '코리안'이라는 것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좀 미국 사람들한테 보여주자, 그런 우리.. 그런 뭐가 있었었나? 마음이 있었나? 그런 미션이 있었었나? 그건 모르겠어요, 아무튼."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이미 '상 부자'인 미나리, 미국 등에서 벌써 50여개의 상을 받았고, 윤여정 배우는 20개의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미 매체가 뽑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예측 1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부담감은 없을까?

"그게 좀 참 곤란하게 된 게, 어제 식당에 갔는데 아저씨가 그러는 거야. 축하합니다,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네?' 그랬더니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르셨던데. '아유, 아니에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거 아직 후보에 오를지도 모르는 그런 겁니다'…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진짜 곤란한 거지. 후보에 안 올랐습니다. 굉장히 곤란하게 됐어요, 이렇게 되면 나 이제, 만약 거기 못 올라가면 난 못한 게 되는 거잖아.(일동 웃음)" (윤여정, 2020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미나리는 최근 '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미국배우조합상(SAG)의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앙상블상, 여우조연상(윤여정),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총 3개 부문 후보에 지목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카데미상(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 배우진이 제26회 SAG 앙상블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국인과 한국에 뿌리를 둔 영화 미나리,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새 역사를 쓸지 주목됩니다.

영상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구성: 기진희, 편집: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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