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 다르면 지원 안돼” 반쪽자리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

입력 2021.02.07 (08:00) 수정 2021.02.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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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 못 받는 운전사들이 있다?

코로나 19로 단체관광은 뚝 끊기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휴업 행정명령이 내려지기 일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전세버스 업체 역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전세버스 기사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지난 2일, 전세버스 업체와 전세버스 운전사들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전세버스 운전사들에게 생활안정자금 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건데요.

하지만 알고 보니, 모두가 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전남 전세버스 업체 소속이더라도 광주 등 다른 지역에 살고 있으면 지원금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벌어지는 걸까요?


■ "뒤통수 맞은 기분" ... 황당한 전남 전세버스 기사들


전라남도가 전세버스 기사들에게 코로나 19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보도국으로 제보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전남 전세버스 운전사로 일해온 정인명 씨였습니다. 정 씨는 전남 곡성에 있는 버스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거주지는 광주광역시입니다.

광주시민인 정 씨는 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에 우선 광주시에 문의했습니다. 광주시에선 '회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니, 전남도에서 받으라고 했습니다.

정 씨는 곧장 전라남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거주지가 전남이 아니라서 지원금을 못 받는다는 겁니다. 정 씨는 어디서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유치원 통학차량 기사로 일해온 양중인 씨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휴업을 반복하던 유치원에서 급여가 반 토막 나기를 수차례... 드디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설렜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양 씨의 회사는 전남 화순에 있는데, 양 씨가 광주에 산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양 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주려면 다 같이 주고 안 주려면 다 같이 안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전남은 '거주지' 기준…. 광주·부산 등은 거주지 관계없이 지급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전라남도가 전세지원금 지급 대상 조건을 '도 내 주민등록을 둔 자'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전라남도에서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을 받으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하게 해야 합니다. 첫째는 도내 전세버스 업체에 근무경력이 있는 운전기사여야 하고, 둘째는 도내 주민등록을 둔 자여야만 합니다. 정인명씨와 양중인씨 모두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 못합니다.

전남도는 "도민 세금이니 도민에게만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남 전세버스 기사들 가운데 다른 지역 운전사들이 상당수인 현실을 고려했다는 겁니다.

전남 도민들 사이에서 '왜 우리가 낸 세금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주느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광주시와 부산시 등은 운전사의 주소지와 관계없이 지역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운전사들에게 모두 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남 담양에 살고 있지만, 광주 전세버스 회사에 소속된 운전사라면 광주시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광주시는 시민 전체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아닌, 전세버스 업계에 대한 지원이니 거주지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 본래 의미 퇴색한 '반쪽짜리 민생 안정책'


거주지가 다른 전남 전세버스 운전사들은 간곡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제야 받게 된 지원금을 모두가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특히 광주에 사는 전세버스 기사들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광주와 전남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나 다름없어 거주지와 직장 주소가 다른 경우는 부지기수인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거죠. 광주와 전남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두 지자체가 미리 협의해 대책을 마련했다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남 전세버스 종사자 2천3백여 명 가운데 전남에 거주하지 않아 지원금을 못 받는 이들은 최소 수백 명에 이릅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발표한 지원책이 결국 또 다른 사각지대를 낳은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새입니다.

지자체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겠다며 내놓은 '민생 안정책'. 본래 의미를 실현하지 못한 반쪽짜리 지원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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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주지 다르면 지원 안돼” 반쪽자리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
    • 입력 2021-02-07 08:00:27
    • 수정2021-02-07 09:16:56
    취재K

■ 전남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 못 받는 운전사들이 있다?

코로나 19로 단체관광은 뚝 끊기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휴업 행정명령이 내려지기 일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전세버스 업체 역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전세버스 기사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지난 2일, 전세버스 업체와 전세버스 운전사들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전세버스 운전사들에게 생활안정자금 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건데요.

하지만 알고 보니, 모두가 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전남 전세버스 업체 소속이더라도 광주 등 다른 지역에 살고 있으면 지원금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벌어지는 걸까요?


■ "뒤통수 맞은 기분" ... 황당한 전남 전세버스 기사들


전라남도가 전세버스 기사들에게 코로나 19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보도국으로 제보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전남 전세버스 운전사로 일해온 정인명 씨였습니다. 정 씨는 전남 곡성에 있는 버스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거주지는 광주광역시입니다.

광주시민인 정 씨는 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에 우선 광주시에 문의했습니다. 광주시에선 '회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니, 전남도에서 받으라고 했습니다.

정 씨는 곧장 전라남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거주지가 전남이 아니라서 지원금을 못 받는다는 겁니다. 정 씨는 어디서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유치원 통학차량 기사로 일해온 양중인 씨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휴업을 반복하던 유치원에서 급여가 반 토막 나기를 수차례... 드디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설렜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양 씨의 회사는 전남 화순에 있는데, 양 씨가 광주에 산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양 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주려면 다 같이 주고 안 주려면 다 같이 안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전남은 '거주지' 기준…. 광주·부산 등은 거주지 관계없이 지급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전라남도가 전세지원금 지급 대상 조건을 '도 내 주민등록을 둔 자'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전라남도에서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을 받으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하게 해야 합니다. 첫째는 도내 전세버스 업체에 근무경력이 있는 운전기사여야 하고, 둘째는 도내 주민등록을 둔 자여야만 합니다. 정인명씨와 양중인씨 모두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 못합니다.

전남도는 "도민 세금이니 도민에게만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남 전세버스 기사들 가운데 다른 지역 운전사들이 상당수인 현실을 고려했다는 겁니다.

전남 도민들 사이에서 '왜 우리가 낸 세금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주느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광주시와 부산시 등은 운전사의 주소지와 관계없이 지역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운전사들에게 모두 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남 담양에 살고 있지만, 광주 전세버스 회사에 소속된 운전사라면 광주시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광주시는 시민 전체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아닌, 전세버스 업계에 대한 지원이니 거주지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 본래 의미 퇴색한 '반쪽짜리 민생 안정책'


거주지가 다른 전남 전세버스 운전사들은 간곡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제야 받게 된 지원금을 모두가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특히 광주에 사는 전세버스 기사들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광주와 전남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나 다름없어 거주지와 직장 주소가 다른 경우는 부지기수인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거죠. 광주와 전남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두 지자체가 미리 협의해 대책을 마련했다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남 전세버스 종사자 2천3백여 명 가운데 전남에 거주하지 않아 지원금을 못 받는 이들은 최소 수백 명에 이릅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발표한 지원책이 결국 또 다른 사각지대를 낳은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새입니다.

지자체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겠다며 내놓은 '민생 안정책'. 본래 의미를 실현하지 못한 반쪽짜리 지원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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