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다” 목소리 높이는 미중, 귀 따가운 한국

입력 2021.02.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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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미중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민주주의나 인권, 영토주권 같은 핵심 원칙과 이념적인 차이까지 두드러지는 '가치 전쟁' 양상입니다.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도 점차 구체화되어 갑니다. 외교가 단순 이분법은 아니겠지만, 한국에게도 선택의 압박이 다가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상견례' 통화부터 얼굴 붉힌 미·중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첫 미·중 외교 수장 통화부터 팽팽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압박했고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압박했다'는 언론의 해석이 아니라 국무부 공식 보도자료에 등장한 표현입니다.

미국 국무부 발표와 중국 관영 매체 보도를 토대로 통화를 복기하면 이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내정간섭, 모략으로 규정하며 맞받았습니다. "홍콩과 신장 등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헐뜯으려는 어떤 모략도 실현될 수 없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또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안정성을 위협하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려있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에 대한 합의)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일축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사실상 모두 거론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고, 중국은 중국대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면 대응한 겁니다.

■ 바이든 "시진핑, 민주적 구석 없어"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습니다. 현지 시각 7일 공개된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미·중 정상은 아직 전화통화조차 갖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 주석은 매우 영리하고 터프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다"
"시 주석에게 미·중이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내내 말해왔다. 그러나 극도의 경쟁이 있을 것"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트럼프 방식으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적 규칙이라는 수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중 양국이 직접 맞서는 일대일 통상 전쟁 같은 형태가 아니라 동맹을 규합하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첫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담을 화상회담 방식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쿼드는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약칭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의 하나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으로 평가됩니다.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렸지만, 정상회담은 개최된 적이 없습니다.

교도통신은 쿼드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중국의 해양 진출에 관한 대응이 초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홍콩과 신장, 위구르 등 중국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나같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내용들이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은 불 보듯 합니다.

■ "안보 미국, 경제 중국"...말처럼 쉽다면야

쿼드를 더 확대하자는 구상도 있습니다. 이른바 쿼드플러스는 한국 등을 포함해 확대 개편하려는 안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쿼드의) 형식과 메커니즘을 넘겨받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여기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는 경우 선택을 고민해야 합니다. 동맹의 손을 잡고 반중 전선에 설지, 아니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느슨하게 관여할지 등 정답 없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이고, 중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이고 또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계속 협력해야 될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양국관계가 원만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계속 노력을 해 나가야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정의용 외교장관이 곧 취임하게 됩니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간 가치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새 외교 수장 앞에 만만찮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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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보 없다” 목소리 높이는 미중, 귀 따가운 한국
    • 입력 2021-02-08 16:56:58
    취재K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미중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민주주의나 인권, 영토주권 같은 핵심 원칙과 이념적인 차이까지 두드러지는 '가치 전쟁' 양상입니다.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도 점차 구체화되어 갑니다. 외교가 단순 이분법은 아니겠지만, 한국에게도 선택의 압박이 다가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상견례' 통화부터 얼굴 붉힌 미·중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첫 미·중 외교 수장 통화부터 팽팽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압박했고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압박했다'는 언론의 해석이 아니라 국무부 공식 보도자료에 등장한 표현입니다.

미국 국무부 발표와 중국 관영 매체 보도를 토대로 통화를 복기하면 이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내정간섭, 모략으로 규정하며 맞받았습니다. "홍콩과 신장 등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헐뜯으려는 어떤 모략도 실현될 수 없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또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안정성을 위협하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려있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에 대한 합의)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일축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사실상 모두 거론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고, 중국은 중국대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면 대응한 겁니다.

■ 바이든 "시진핑, 민주적 구석 없어"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습니다. 현지 시각 7일 공개된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미·중 정상은 아직 전화통화조차 갖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 주석은 매우 영리하고 터프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다"
"시 주석에게 미·중이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내내 말해왔다. 그러나 극도의 경쟁이 있을 것"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트럼프 방식으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적 규칙이라는 수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중 양국이 직접 맞서는 일대일 통상 전쟁 같은 형태가 아니라 동맹을 규합하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첫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담을 화상회담 방식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쿼드는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약칭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의 하나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으로 평가됩니다.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렸지만, 정상회담은 개최된 적이 없습니다.

교도통신은 쿼드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중국의 해양 진출에 관한 대응이 초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홍콩과 신장, 위구르 등 중국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나같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내용들이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은 불 보듯 합니다.

■ "안보 미국, 경제 중국"...말처럼 쉽다면야

쿼드를 더 확대하자는 구상도 있습니다. 이른바 쿼드플러스는 한국 등을 포함해 확대 개편하려는 안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쿼드의) 형식과 메커니즘을 넘겨받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여기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는 경우 선택을 고민해야 합니다. 동맹의 손을 잡고 반중 전선에 설지, 아니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느슨하게 관여할지 등 정답 없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이고, 중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이고 또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계속 협력해야 될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양국관계가 원만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계속 노력을 해 나가야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정의용 외교장관이 곧 취임하게 됩니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간 가치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새 외교 수장 앞에 만만찮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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