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체불하고 28번 조사 불응…합의만 하면 처벌은 없다

입력 2021.02.09 (06:24) 수정 2021.02.0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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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임금체불 피해자는 연간 30만 명으로 금액으로는 1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도대체 해마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왜 이토록 많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걸까요?

돈이 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는 이른바 '악덕' 체불 사례를 고발합니다.

송락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부동산 임대 관리 회사에서 근무한 이 모 씨, 월급 750만 원을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금을 곧 주겠다던 사업주의 약속은 반년 넘게 지켜지지 않았고,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까지 몰린 이 씨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임금체불 피해 직원/음성변조 : "기자님 뛰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는 게... 일을 잘하면 다행인데 못하면 또 욕을 먹어야 하는 거고..."]

밀린 임금보다도 더 참기 힘든 건 계속되는 거짓말이었다고 합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지난해 8월 통화/음성변조 : "제가 화요일까지 다 정리할게요. 대신 조건, 이거 내가 드리면 들어오세요. 할 일이 태산 같아요 지금."]

월급을 반년 넘게 주지 않은 사업주가 대표이사로 있는 또 다른 회사 앞입니다.

임금을 왜 주지 않는지 직접 찾아가 물어보겠습니다.

[임대관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 어떤 일로? 대표님이 외부 일정 때문에 오늘은 좀 그렇고 나중에…."]

노동청 조사를 수차례 연기했다 결국 뒤늦게 출석한 사업주를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음성변조 : "(직원들한테 왜 월급을 안 주시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궁금하네요. 이런 걸로 취재를 나온다는 게…."]

사업주는 2주 안에 밀린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취재진에 말했지만, 이 약속 역시 결국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주의 태양광 분양업체, 이곳 사장은 직원들 월급 1억 7천만 원을 체불했습니다.

무려 28차례나 관할 노동청의 출석 요구를 응하지 않다 체포됐는데, 구속된 뒤에야 부랴부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풀려났습니다.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라 상습적으로 체불하더라도 뒤늦게 돈을 지급하고 노동자와 합의하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차은아/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근로감독관 : "(사업주는) 2008년도 때부터 상습적으로 체불한 사업주입니다. 그동안 82건 정도 사건이 들어왔고 그 죄질이 아주 나쁘다…."]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가 상습 임금 체불을 이유로 실명을 공개한 사업주는 884명에 이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그래픽:김지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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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대 체불하고 28번 조사 불응…합의만 하면 처벌은 없다
    • 입력 2021-02-09 06:24:33
    • 수정2021-02-09 06: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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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임금체불 피해자는 연간 30만 명으로 금액으로는 1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도대체 해마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왜 이토록 많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걸까요?

돈이 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는 이른바 '악덕' 체불 사례를 고발합니다.

송락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부동산 임대 관리 회사에서 근무한 이 모 씨, 월급 750만 원을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금을 곧 주겠다던 사업주의 약속은 반년 넘게 지켜지지 않았고,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까지 몰린 이 씨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임금체불 피해 직원/음성변조 : "기자님 뛰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는 게... 일을 잘하면 다행인데 못하면 또 욕을 먹어야 하는 거고..."]

밀린 임금보다도 더 참기 힘든 건 계속되는 거짓말이었다고 합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지난해 8월 통화/음성변조 : "제가 화요일까지 다 정리할게요. 대신 조건, 이거 내가 드리면 들어오세요. 할 일이 태산 같아요 지금."]

월급을 반년 넘게 주지 않은 사업주가 대표이사로 있는 또 다른 회사 앞입니다.

임금을 왜 주지 않는지 직접 찾아가 물어보겠습니다.

[임대관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 어떤 일로? 대표님이 외부 일정 때문에 오늘은 좀 그렇고 나중에…."]

노동청 조사를 수차례 연기했다 결국 뒤늦게 출석한 사업주를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음성변조 : "(직원들한테 왜 월급을 안 주시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궁금하네요. 이런 걸로 취재를 나온다는 게…."]

사업주는 2주 안에 밀린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취재진에 말했지만, 이 약속 역시 결국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주의 태양광 분양업체, 이곳 사장은 직원들 월급 1억 7천만 원을 체불했습니다.

무려 28차례나 관할 노동청의 출석 요구를 응하지 않다 체포됐는데, 구속된 뒤에야 부랴부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풀려났습니다.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라 상습적으로 체불하더라도 뒤늦게 돈을 지급하고 노동자와 합의하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차은아/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근로감독관 : "(사업주는) 2008년도 때부터 상습적으로 체불한 사업주입니다. 그동안 82건 정도 사건이 들어왔고 그 죄질이 아주 나쁘다…."]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가 상습 임금 체불을 이유로 실명을 공개한 사업주는 884명에 이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그래픽:김지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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