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구토에 신장질환까지”…국민욕조의 배신에 3천 명 소송

입력 2021.02.09 (16:04) 수정 2021.02.09 (16: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문민기 씨가 구매 후 사용했던 코스마 아기 욕조.문민기 씨가 구매 후 사용했던 코스마 아기 욕조.

대전시에 사는 문민기 씨는 지난해 7월 태어난 아이를 씻기기 위해 코스마 아기 욕조를 구매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국민 욕조’라 불리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품으로 문 씨는 2개를 구매해 사용했습니다.

문 씨의 아기는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문 씨는 매일 15분 정도 '국민 욕조'에서 아기를 씻겨줬습니다. 그런데 이 욕조를 사용하고 2주 정도 지난 뒤부터 아기의 왼쪽 가슴, 팔 등 몸 곳곳에서 붉은 반점 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코스마 아기 욕조 사용 후 발생한 피부 이상 증상(문민기 씨 제공) 코스마 아기 욕조 사용 후 발생한 피부 이상 증상(문민기 씨 제공)

병원에서는 접촉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고 진단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5개월이 지난 뒤에야 문 씨는 아이 피부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가기술표준원이 코스마 아기 욕조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계가 기준치의 612.5배 검출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생식기능 저하 혹은 간이나 신장 등에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 씨는 ”신생아 때부터 사용하는 제품에서 생식기능 저하 등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는 성분이 검출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25차례 구토에 몸무게 감소“…”신장 질환“도

경북 구미에 사는 이용석 씨도 문 씨와 같은 제품의 피해자입니다. 이 씨는 2019년 12월 아이를 출산한 뒤 한 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해당 아기 욕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기 욕조를 사용한 지 3일 만에 아이 얼굴에서 여드름과 같은 피부 질환이 발견됐고 하루에 구토를 10~25차례 해 5.5㎏이었던 아이의 몸무게는 사흘 만에 4.7㎏까지 빠졌다고 합니다.

 얼굴에 피부 질환이 발생한 이용석 씨의 아기 얼굴에 피부 질환이 발생한 이용석 씨의 아기

병원에 갔지만 아이가 너무 어린 탓에 정밀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습니다.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 옷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꿨지만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 발표 후 욕조를 바꾸고 나니 증상이 눈에 띄게 증세가 나아졌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가운데는 급성 신우염과 같은 신장 질환도 포함돼 있습니다. 프탈레이트제 가소계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증상입니다.

 급성 신우염 진단을 받은 피해 아기의 진단서. 급성 신우염 진단을 받은 피해 아기의 진단서.
■피해자 3천 명 집단소송…”KC 표시는 사기”

결국, 피해자들은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한 업체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습니다. 해당 제품의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는 각각 아버지와 아들이 경영하는 가족 회사입니다.

약 3천 명의 피해자(영아 약 1천 명·친권자 약 2천 명)의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승익 변호사는 ”문제의 아기 욕조가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인 것처럼 거짓으로 KC(국가통합인증마크) 표시를 해 판매했다“라며 오늘(9일)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를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에 더해, ”해당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리콜 명령 후 2주가 지난 뒤까지 제품을 팔았다"라며 일부 판매업체들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피해자 약 3천 명은 생산업체 및 유통업체를 사기 혐의 등으로 9일 고소했다. 피해자 약 3천 명은 생산업체 및 유통업체를 사기 혐의 등으로 9일 고소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은 어제(8일) “생산·유통업체들이 사실과 다르게 KC표시를 하고 인체 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누락 또는 축소해 표시했다”라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줄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또 이들은 욕조 사용 후 발현한 증상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원인 규명 시험 등을 실시해줄 것을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욕조를 사용한 신생아들은 피부 등을 통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직접 흡수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그로 인해 건강에 미쳤을 악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생산업체 압수수색…업체 측 “드릴 말씀 없다”

책임자 처벌과 보상을 위한 피해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경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른 고소 건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5일 해당 욕조의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품을 통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인데도 KC가 표시돼 판매된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생산업체 측은 “조사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신생아 구토에 신장질환까지”…국민욕조의 배신에 3천 명 소송
    • 입력 2021-02-09 16:04:26
    • 수정2021-02-09 16:23:41
    취재K
문민기 씨가 구매 후 사용했던 코스마 아기 욕조.
대전시에 사는 문민기 씨는 지난해 7월 태어난 아이를 씻기기 위해 코스마 아기 욕조를 구매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국민 욕조’라 불리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품으로 문 씨는 2개를 구매해 사용했습니다.

문 씨의 아기는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문 씨는 매일 15분 정도 '국민 욕조'에서 아기를 씻겨줬습니다. 그런데 이 욕조를 사용하고 2주 정도 지난 뒤부터 아기의 왼쪽 가슴, 팔 등 몸 곳곳에서 붉은 반점 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코스마 아기 욕조 사용 후 발생한 피부 이상 증상(문민기 씨 제공)
병원에서는 접촉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고 진단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5개월이 지난 뒤에야 문 씨는 아이 피부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가기술표준원이 코스마 아기 욕조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계가 기준치의 612.5배 검출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생식기능 저하 혹은 간이나 신장 등에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 씨는 ”신생아 때부터 사용하는 제품에서 생식기능 저하 등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는 성분이 검출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25차례 구토에 몸무게 감소“…”신장 질환“도

경북 구미에 사는 이용석 씨도 문 씨와 같은 제품의 피해자입니다. 이 씨는 2019년 12월 아이를 출산한 뒤 한 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해당 아기 욕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기 욕조를 사용한 지 3일 만에 아이 얼굴에서 여드름과 같은 피부 질환이 발견됐고 하루에 구토를 10~25차례 해 5.5㎏이었던 아이의 몸무게는 사흘 만에 4.7㎏까지 빠졌다고 합니다.

 얼굴에 피부 질환이 발생한 이용석 씨의 아기
병원에 갔지만 아이가 너무 어린 탓에 정밀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습니다.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 옷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꿨지만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 발표 후 욕조를 바꾸고 나니 증상이 눈에 띄게 증세가 나아졌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가운데는 급성 신우염과 같은 신장 질환도 포함돼 있습니다. 프탈레이트제 가소계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증상입니다.

 급성 신우염 진단을 받은 피해 아기의 진단서. ■피해자 3천 명 집단소송…”KC 표시는 사기”

결국, 피해자들은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한 업체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습니다. 해당 제품의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는 각각 아버지와 아들이 경영하는 가족 회사입니다.

약 3천 명의 피해자(영아 약 1천 명·친권자 약 2천 명)의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승익 변호사는 ”문제의 아기 욕조가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인 것처럼 거짓으로 KC(국가통합인증마크) 표시를 해 판매했다“라며 오늘(9일)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를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에 더해, ”해당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리콜 명령 후 2주가 지난 뒤까지 제품을 팔았다"라며 일부 판매업체들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피해자 약 3천 명은 생산업체 및 유통업체를 사기 혐의 등으로 9일 고소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은 어제(8일) “생산·유통업체들이 사실과 다르게 KC표시를 하고 인체 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누락 또는 축소해 표시했다”라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줄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또 이들은 욕조 사용 후 발현한 증상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원인 규명 시험 등을 실시해줄 것을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욕조를 사용한 신생아들은 피부 등을 통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직접 흡수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그로 인해 건강에 미쳤을 악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생산업체 압수수색…업체 측 “드릴 말씀 없다”

책임자 처벌과 보상을 위한 피해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경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른 고소 건으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5일 해당 욕조의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품을 통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인데도 KC가 표시돼 판매된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생산업체 측은 “조사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