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까지 바꿨지만…임금 체불 고통은 ‘여전’

입력 2021.02.10 (09:41) 수정 2021.02.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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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던 회사에서 3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한 김상수 씨일하던 회사에서 3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한 김상수 씨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사업주에게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겠죠. 그래도 사업주가 임금을 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면, 일한 대가를 보상받기 어려울 겁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최대 1천만 원의 임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소액 체당금' 제도가 있는데요. 노동자들에겐 이마저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 3개월 넘게 노동청 출석 거부하는 사업주…제재할 방법 없어

부산의 한 건설 회사에서 일한 김상수 씨는 지난해 3개월분의 임금 52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업주는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김 씨를 계속해서 외면했고, 이대로 가다가는 임금을 못 받겠다고 판단한 김 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노동청에서 '임금 체불 확인서'를 받아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사업주 대신 정부로부터 체불 임금을 우선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노동청은 사업주와 노동자를 대질 조사한 뒤 확인서를 발급해주는데, 사업주가 3개월이 넘도록 노동청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사업주가 여러 차례 출석을 거부했지만 노동청은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러면 제 발로 노동청에 출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체불 임금 신속 지급' 법 개정 했지만…기약없는 기다림은 여전

어렵사리 노동청의 체불 임금 확인서를 받더라도 갈 길이 멉니다.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 위한 소송 절차도 오래 걸리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는 2개월 정도면 소송이 끝나지만, 그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남윤표 변호사는 "사업주가 소장, 판결문 등을 송달받지 않거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사무실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사무실
상황이 이렇자 고용노동부는 체불 임금 지급 절차를 줄인다며 지난해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법원의 확정판결 없이도, 노동청 확인서만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지급 과정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 과정을 통째로 덜어내 노동자들이 더 신속하게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의 임금 체불 확인서조차 받지 못한 김상수 씨에게는 법 개정 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김 씨는 "법이 개정돼도 노동청 확인서도 받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기약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임금 체불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겠다는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업주가 노동청에 강제로 출석하게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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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까지 바꿨지만…임금 체불 고통은 ‘여전’
    • 입력 2021-02-10 09:41:41
    • 수정2021-02-10 17:53:39
    취재K
일하던 회사에서 3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한 김상수 씨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사업주에게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겠죠. 그래도 사업주가 임금을 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면, 일한 대가를 보상받기 어려울 겁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최대 1천만 원의 임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소액 체당금' 제도가 있는데요. 노동자들에겐 이마저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 3개월 넘게 노동청 출석 거부하는 사업주…제재할 방법 없어

부산의 한 건설 회사에서 일한 김상수 씨는 지난해 3개월분의 임금 52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업주는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김 씨를 계속해서 외면했고, 이대로 가다가는 임금을 못 받겠다고 판단한 김 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노동청에서 '임금 체불 확인서'를 받아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사업주 대신 정부로부터 체불 임금을 우선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노동청은 사업주와 노동자를 대질 조사한 뒤 확인서를 발급해주는데, 사업주가 3개월이 넘도록 노동청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사업주가 여러 차례 출석을 거부했지만 노동청은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러면 제 발로 노동청에 출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체불 임금 신속 지급' 법 개정 했지만…기약없는 기다림은 여전

어렵사리 노동청의 체불 임금 확인서를 받더라도 갈 길이 멉니다.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 위한 소송 절차도 오래 걸리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는 2개월 정도면 소송이 끝나지만, 그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남윤표 변호사는 "사업주가 소장, 판결문 등을 송달받지 않거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사무실상황이 이렇자 고용노동부는 체불 임금 지급 절차를 줄인다며 지난해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법원의 확정판결 없이도, 노동청 확인서만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지급 과정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 과정을 통째로 덜어내 노동자들이 더 신속하게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의 임금 체불 확인서조차 받지 못한 김상수 씨에게는 법 개정 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김 씨는 "법이 개정돼도 노동청 확인서도 받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기약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임금 체불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겠다는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업주가 노동청에 강제로 출석하게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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