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수준 ‘코로나 고용한파’…청년 10명 중 3명 사실상 실업자
입력 2021.02.10 (11:22)
수정 2021.02.10 (17: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 시대의 고통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닥치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활동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움츠러들었고, 실업자가 1월 한달 동안 27만 명이나 늘어나서 지금껏 100만 명을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 |
1998년 2월 27일 KBS 9시 뉴스의 앵커 멘트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부터 그 여파가 이어진 2000년 초반까지 실업률, 실업자, 감원 등의 단어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뉴스에 등장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고용충격'은 다시 한번 한국 사회의 큰 과제로 되살아났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 한파'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경제 위기였던 'IMF 외환위기'를 떠올려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1월 취업자 수 98만 명 넘게 감소
통계청이 오늘(10일)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8만2천 명 감소했다.
이는 1998년 12월에 취업자 수가 128만3천 명 줄어든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넘는 세월 동안 고용상황이 지금보다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1월의 '고용 성적표'는 1월 기준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실업자는 157만 명인데, 고용 통계 작성 기준이 1주에서 4주로 바뀐 1999년 6월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실업률 5.7% 역시 2000년 1월에 5.7%를 기록한 이후 1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청년층 확장실업률 30% 육박
청년층에 불어 닥친 고용 한파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더 심각하다.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5만5천 명 줄었고, 30대는 27만3천 명 감소했다. 20~30대 취업자 수 감소 폭만 합쳐도 50만 명이 넘는다.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1년 전보다 5.8%포인트 늘어난 27.2%다. 이 통계는 2015년 1월부터 집계했는데, 올해 1월 수치가 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확장실업률은 실업자에 단기 근로를 하지만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 구직활동은 안 하지만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구직활동을 했지만 당장 일을 시작하진 못하는 사람을 합쳐서 계산한 수치다.
쉽게 말해서 체감실업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27.2%라는 건 청년 10명 중 3명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뜻이 된다.
■상용보단 임시·일용이, 남성보단 여성이…불평등한 고용충격
코로나19 고용충격은 큰 틀에선 IMF 외환위기 시절과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격이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IMF 외환위기 때는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면, 지금은 고용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상용직은 1년 전보다 3만6천 명 늘었다. 반면 임시직은 56만3천 명, 일용직은 23만2천 명 감소했다.
남성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8만5천 명 감소했고, 여성 취업자 수는 59만7천 명 감소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이상 더 줄었다.
산업별로도 차이가 난다. 취업자 수가 4만6천 명 줄어든 제조업은 전달(11만 명 감소)보다 감소 폭을 줄였는데, 58만5천 명 줄어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전달(51만1천 명 감소)보다 감소 폭이 늘어났다.
이 같은 불평등은 고용 회복 과정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제조업 고용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고용의 경기 후행성으로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수출이 먼저 살아나 제조업 고용이 회복되더라도 나머지 분야의 회복은 늦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외환위기 때 수준 ‘코로나 고용한파’…청년 10명 중 3명 사실상 실업자
-
- 입력 2021-02-10 11:22:57
- 수정2021-02-10 17:53:39
"국제통화기금 시대의 고통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닥치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활동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움츠러들었고, 실업자가 1월 한달 동안 27만 명이나 늘어나서 지금껏 100만 명을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 |
1998년 2월 27일 KBS 9시 뉴스의 앵커 멘트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부터 그 여파가 이어진 2000년 초반까지 실업률, 실업자, 감원 등의 단어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뉴스에 등장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고용충격'은 다시 한번 한국 사회의 큰 과제로 되살아났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 한파'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경제 위기였던 'IMF 외환위기'를 떠올려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1월 취업자 수 98만 명 넘게 감소
통계청이 오늘(10일)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8만2천 명 감소했다.
이는 1998년 12월에 취업자 수가 128만3천 명 줄어든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넘는 세월 동안 고용상황이 지금보다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1월의 '고용 성적표'는 1월 기준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실업자는 157만 명인데, 고용 통계 작성 기준이 1주에서 4주로 바뀐 1999년 6월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실업률 5.7% 역시 2000년 1월에 5.7%를 기록한 이후 1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청년층 확장실업률 30% 육박
청년층에 불어 닥친 고용 한파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더 심각하다.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5만5천 명 줄었고, 30대는 27만3천 명 감소했다. 20~30대 취업자 수 감소 폭만 합쳐도 50만 명이 넘는다.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1년 전보다 5.8%포인트 늘어난 27.2%다. 이 통계는 2015년 1월부터 집계했는데, 올해 1월 수치가 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확장실업률은 실업자에 단기 근로를 하지만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 구직활동은 안 하지만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구직활동을 했지만 당장 일을 시작하진 못하는 사람을 합쳐서 계산한 수치다.
쉽게 말해서 체감실업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27.2%라는 건 청년 10명 중 3명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뜻이 된다.
■상용보단 임시·일용이, 남성보단 여성이…불평등한 고용충격
코로나19 고용충격은 큰 틀에선 IMF 외환위기 시절과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격이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IMF 외환위기 때는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면, 지금은 고용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상용직은 1년 전보다 3만6천 명 늘었다. 반면 임시직은 56만3천 명, 일용직은 23만2천 명 감소했다.
남성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8만5천 명 감소했고, 여성 취업자 수는 59만7천 명 감소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이상 더 줄었다.
산업별로도 차이가 난다. 취업자 수가 4만6천 명 줄어든 제조업은 전달(11만 명 감소)보다 감소 폭을 줄였는데, 58만5천 명 줄어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전달(51만1천 명 감소)보다 감소 폭이 늘어났다.
이 같은 불평등은 고용 회복 과정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제조업 고용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고용의 경기 후행성으로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수출이 먼저 살아나 제조업 고용이 회복되더라도 나머지 분야의 회복은 늦을 수 있다는 것이다.
-
-
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오현태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