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사고 책임” 공무원 첫 구속…공직사회 ‘술렁’

입력 2021.02.10 (14:15) 수정 2021.02.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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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 폭우 때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담당 공무원이 구속되자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자연 재난으로 인한 사고로 공무원이 구속되는 일이 처음으로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더욱 큰 모습입니다.

“할 말은 많은데 하기가...”

대부분의 일선 공무원들은 말을 아꼈습니다. 한 구청 공무원은 “ 가뜩이나 재난과 관련한 부서로 가기를 꺼리는 마당에 이제는 더욱 기피 부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무원은 “몇 명 안 되는 인력으로 어떻게 모든 재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냐”며 볼멘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중간 관리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공무원은 부산 동구청의 안전 관련 부서의 계장급으로 일해 왔습니다. 한 공무원은 “ 정작 기관장들은 책임을 피해나가고 일선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꼴이 됐다”며 “구청은 나 몰라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해당 공무원은 개인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 대응에 나섰습니다. 동구청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고문 변호사를 통해 지원하다가 당사자가 개인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 중이며 비용도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 공무원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고스란히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공무원노조 “개선책 찾아야” …공무원 줄기소 예고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이번 일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생각은 없이 그저 일선 공무원만 처벌하는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인력이나 예산이 충분히 주어졌는지도 따져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본부장은 “태풍이라도 오면 정작 인력은 없는데 여기저기 민원에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고, 현장의 어려움만 커지는 구조”라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재난상황에 대비해 근무하고 있다. (자료화면) 공무원들이 재난상황에 대비해 근무하고 있다. (자료화면)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이 자연재해의 책임보다는 허위공문서 작성에 더 초점을 둔 것이란 지적이 우세합니다.

이번에 구속된 공무원의 경우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외에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습니다. 하지도 않은 상황 판단 회의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는 겁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해당 공무원의 문서 위조 혐의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보고 구속한 걸로 판단된다”며 “형법상 과실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법익을 침해한 것인데 이런 재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으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은 부산시와 동구청 공무원들을 조만간 대거 기소할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재난과 관련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재해의 형사적 책임을 일선 공무원에게 묻는 것이 적당한 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법원의 손에 맡겨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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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0 14:15:21
    • 수정2021-02-10 17:53:38
    취재K
지난해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 폭우 때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담당 공무원이 구속되자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자연 재난으로 인한 사고로 공무원이 구속되는 일이 처음으로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더욱 큰 모습입니다.

“할 말은 많은데 하기가...”

대부분의 일선 공무원들은 말을 아꼈습니다. 한 구청 공무원은 “ 가뜩이나 재난과 관련한 부서로 가기를 꺼리는 마당에 이제는 더욱 기피 부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무원은 “몇 명 안 되는 인력으로 어떻게 모든 재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냐”며 볼멘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중간 관리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공무원은 부산 동구청의 안전 관련 부서의 계장급으로 일해 왔습니다. 한 공무원은 “ 정작 기관장들은 책임을 피해나가고 일선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꼴이 됐다”며 “구청은 나 몰라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해당 공무원은 개인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 대응에 나섰습니다. 동구청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고문 변호사를 통해 지원하다가 당사자가 개인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 중이며 비용도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 공무원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고스란히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공무원노조 “개선책 찾아야” …공무원 줄기소 예고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이번 일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생각은 없이 그저 일선 공무원만 처벌하는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인력이나 예산이 충분히 주어졌는지도 따져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본부장은 “태풍이라도 오면 정작 인력은 없는데 여기저기 민원에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고, 현장의 어려움만 커지는 구조”라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재난상황에 대비해 근무하고 있다. (자료화면)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이 자연재해의 책임보다는 허위공문서 작성에 더 초점을 둔 것이란 지적이 우세합니다.

이번에 구속된 공무원의 경우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외에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습니다. 하지도 않은 상황 판단 회의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는 겁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해당 공무원의 문서 위조 혐의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보고 구속한 걸로 판단된다”며 “형법상 과실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법익을 침해한 것인데 이런 재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으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은 부산시와 동구청 공무원들을 조만간 대거 기소할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재난과 관련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재해의 형사적 책임을 일선 공무원에게 묻는 것이 적당한 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법원의 손에 맡겨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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