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이사장 생일 축하…“방역 수칙도 위반”

입력 2021.02.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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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법인카드로 재단 이사장 생일 축하


지난해 3월 25일 보건복지부 산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오송첨복재단')은 충북 청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재단 이사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오송첨복재단 이사장과 재단 내 바이오의약센터 관계자 등 1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음식점 비용 471,000원은 법인카드로 집행됐고, '회의비' 항목으로 회계 처리됐습니다.


오송첨복재단 측은 이 자리가 "재단의 각 센터별 연구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 간담회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센터 연구담당 부서장, 팀장과 연구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간담회 대상이 아닌 이사장은 회의 주관자의 요청에 따라 뒤늦게 참석하게 됐고, 이후 이사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로 이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3월 25일 법인카드(회의비) 집행 증빙 서류. 지난해 3월 25일 법인카드(회의비) 집행 증빙 서류.

이날 간담회 회의록을 보면 이 자리는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을 통해서는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참석자와 참석자별 발언 요지, 회의 주요 내용, 결과 등을 자세히 담는 다른 공공기관의 회의록과 다르게, 오송첨복재단의 이날 회의록에는 간덤회 논의 내용이 고작 두 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생일 축하 자리와 함께 진행된 2시간 가량의 간담회에서 어떤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까요?


혹 재단 내부의 회의가 외부 음식점으로까지 이어진 것인지 질의했지만, 재단 측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해 3월 25일 법인카드(회의비) 집행 증빙 회의록. 지난해 3월 25일 법인카드(회의비) 집행 증빙 회의록.

<보건복지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및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기관 경고, 시정(회수), 관련자 문책"


재단 측의 해명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이날 행사를 공식 간담회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복무 지침이 내려진 시기에 사적 모임을 열고 법인 카드로 집행한 데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관 경고와 회의비 예산 회수, 관련자 징계를 지시했습니다.


"예산 외 목적 사용"이라고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예산 집행만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3월 25일이면 '공무원 복무 관리 특별 지침'이 내려진 시기입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공직 사회에 앞장서겠다며, '공무원 복무 관리 지침'을 각 기관에 내려보냈습니다. 시행 기간은 지난해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였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회의나 보고는 영상이나 서면으로 진행하고 국내외 출장도 금지했습니다. 시차출퇴근제 활용과 점심 시간 시차 운용 의무화 등도 포함됐으며,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적용 대상이었습니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오송첨복재단은 이날 뿐 아니라 이 시기 회의비와 업무추진비를 집행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해 묻자, 오송첨복재단 측은 "회의와 간담회 개최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외부에서 진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 오송첨복재단 이사장 생일 날짜도 '오락가락'


이 모든 감사와 징계와 취재의 시작은 오송첨복재단 이사장의 생일이었습니다.


재단 측은 지난해 3월 25일 간담회 당시 "이사장의 생일이 지난지 며칠 되지 않아" 늦게라도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취재 과정에서 "이사장의 생일은 6월이었고 미리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말을 바꾸면서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두 달이나 남은 생일을 미리 축하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재단) 간부들이 코로나19 상황으로 바쁘니 앞으로 모일 수 있을지 없을지 저희가 가늠할 수 없잖아요."

오송첨복재단 관계자의 해명이었습니다.


오송첨복재단은 수 차례에 걸쳐 재단 이사장은 간담회 참석 대상자가 아니었고, 생일 축하 자리 진행 여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직원들 요청에 따라 뒤늦게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생일 당사자인 재단 이사장과 이날 간담회 사이에 나름 '정서적 거리두기'를 겨냥한 설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날 법인카드 집행 증빙 서류에는 재단 이사장이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가장 맨 처음 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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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카드로 이사장 생일 축하…“방역 수칙도 위반”
    • 입력 2021-02-11 09:02:52
    취재K

■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법인카드로 재단 이사장 생일 축하


지난해 3월 25일 보건복지부 산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오송첨복재단')은 충북 청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재단 이사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오송첨복재단 이사장과 재단 내 바이오의약센터 관계자 등 1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음식점 비용 471,000원은 법인카드로 집행됐고, '회의비' 항목으로 회계 처리됐습니다.


오송첨복재단 측은 이 자리가 "재단의 각 센터별 연구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 간담회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센터 연구담당 부서장, 팀장과 연구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간담회 대상이 아닌 이사장은 회의 주관자의 요청에 따라 뒤늦게 참석하게 됐고, 이후 이사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로 이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3월 25일 법인카드(회의비) 집행 증빙 서류.
이날 간담회 회의록을 보면 이 자리는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을 통해서는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참석자와 참석자별 발언 요지, 회의 주요 내용, 결과 등을 자세히 담는 다른 공공기관의 회의록과 다르게, 오송첨복재단의 이날 회의록에는 간덤회 논의 내용이 고작 두 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생일 축하 자리와 함께 진행된 2시간 가량의 간담회에서 어떤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까요?


혹 재단 내부의 회의가 외부 음식점으로까지 이어진 것인지 질의했지만, 재단 측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해 3월 25일 법인카드(회의비) 집행 증빙 회의록.

<보건복지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및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기관 경고, 시정(회수), 관련자 문책"


재단 측의 해명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이날 행사를 공식 간담회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복무 지침이 내려진 시기에 사적 모임을 열고 법인 카드로 집행한 데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관 경고와 회의비 예산 회수, 관련자 징계를 지시했습니다.


"예산 외 목적 사용"이라고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예산 집행만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3월 25일이면 '공무원 복무 관리 특별 지침'이 내려진 시기입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공직 사회에 앞장서겠다며, '공무원 복무 관리 지침'을 각 기관에 내려보냈습니다. 시행 기간은 지난해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였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회의나 보고는 영상이나 서면으로 진행하고 국내외 출장도 금지했습니다. 시차출퇴근제 활용과 점심 시간 시차 운용 의무화 등도 포함됐으며,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적용 대상이었습니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오송첨복재단은 이날 뿐 아니라 이 시기 회의비와 업무추진비를 집행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해 묻자, 오송첨복재단 측은 "회의와 간담회 개최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외부에서 진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 오송첨복재단 이사장 생일 날짜도 '오락가락'


이 모든 감사와 징계와 취재의 시작은 오송첨복재단 이사장의 생일이었습니다.


재단 측은 지난해 3월 25일 간담회 당시 "이사장의 생일이 지난지 며칠 되지 않아" 늦게라도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취재 과정에서 "이사장의 생일은 6월이었고 미리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말을 바꾸면서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두 달이나 남은 생일을 미리 축하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재단) 간부들이 코로나19 상황으로 바쁘니 앞으로 모일 수 있을지 없을지 저희가 가늠할 수 없잖아요."

오송첨복재단 관계자의 해명이었습니다.


오송첨복재단은 수 차례에 걸쳐 재단 이사장은 간담회 참석 대상자가 아니었고, 생일 축하 자리 진행 여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직원들 요청에 따라 뒤늦게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생일 당사자인 재단 이사장과 이날 간담회 사이에 나름 '정서적 거리두기'를 겨냥한 설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날 법인카드 집행 증빙 서류에는 재단 이사장이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가장 맨 처음 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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