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긴 병에 효자만 바라기보다 사회적 관심을!

입력 2021.02.12 (07:00) 수정 2021.02.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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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친모 모시던 50살 여성…'존속살해' 혐의로 붙잡혀
늘어가는 치매 환자 속 가족 지원 사업 '절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나요?…"도움 열려 있어요"


■ 중증 치매 환자 모시던 여성…'존속살해' 혐의

지난달, 전북 익산의 한 주택에서 80대 노인이 숨졌습니다.
고인은 81살 여성, 중증 치매 환자였습니다.

당시 집에 같이 있던 노인의 친딸 54살 A씨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A 씨는 경찰에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는 달랐습니다.

고인의 목 등에서는 타살 흔적이 발견되면서 1차 소견의 사인이 질식사로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여러 증거를 종합해 A 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붙잡았습니다.


■ 요양병원서 여섯 달 전 퇴원…'격한 말다툼'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꽤 오랜 기간 치매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숨지기 여섯 달 전 퇴원해 자가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집에서 지내는 동안 함께 살던 친딸 A 씨와 친아들의 보호를 받았는데, 경찰 조사 결과 숨을 거두기 직전 A 씨와 격한 말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증 치매 환자와의 여섯 달. 자녀들에게는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존속살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정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이와 비슷한 사건들을 우리 사회가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는 겁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치매 환자,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현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했습니다.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90%를 국가가 지원하면서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확 줄였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기 위한 치매 안심센터도 전국에 2백 50여 곳 운영되고 있는데요,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까운 센터에서 무료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치매 환자 돌보는 '가족 지원 사업'

그렇다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보호자'에 대한 지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전북에서는 크게 네 가지가 운영되고 있는데요,

치매 정보를 알려주는 '가족교실'(헤아림교실)과 치매 환자 가족들끼리 모임을 맺어주는 '자조모임', 미술이나 원예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힐링 프로그램', 또 가족들이 이 세 가지 활동에 참여할 때 치매 환자를 맡아 보호해주는 '동반치매환자보호서비스' 등입니다.


헤아림교실이라 불리는 가족교실의 경우 전북에서는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마련해 하루 2시간씩 8차례 진행합니다. 전북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이 헤아림교실에 6백67명이 참여했습니다.

전북광역치매센터는 2018년부터 지역 내 자조모임 '어울림'을 꾸려 참여한 가족들에게 사후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요, 가족들끼리 우울감을 털어놓으면서 부양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92%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 지역·기관마다 프로그램 상이…"어떻게 참여하죠?"

앞서 전북에서 진행된 헤아림교실과 자조모임은 사실상 시범사업 형식으로 기관이 치매 환자 가족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이런 치매환자 가족지원 사업은 치매안심센터마다 운영형태와 방법, 그 주기가 매우 다양합니다.

각 시군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언제, 어떤 일정이 치러질 예정인지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확인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인 셈입니다.


■ 노인 10명 중 1명 '치매 환자'…관리 인력은?

전북지역의 추정 치매환자 수는 4만 1천 6백여 명입니다. 65살 인구 비율로 따지면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편 전북 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치매 관련 직접 서비스를 받는 치매 환자는 3만 7천2백여 명입니다. 추정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등록돼 관리를 받는데 센터 인력은 2백 40명이 전부입니다.

단순 계산하자면 인력 한 명당 치매 환자 1백 55명을 관리하는 겁니다.


■ 치매 환자의 그늘에 가린 '가족의 아픔'

환자 관리에도 힘에 부칠 기관이 그 가족들까지 꼼꼼히 살피기란 쉽지 않겠죠.

그런데 갈수록 노인 인구는 늘어가고, 그만큼 치매 유병률이 높아져가는 상황이라면 이제 그 가족들을 헤아리는 지원사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에게 쉼을 주자는 '휴가제'도 도입된 지 6년이 넘었는데요,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이 휴가제를 한 해 6일에서 12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가족들이 휴가를 쉽게 쓰도록 제도를 알리는 게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나요?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을 잃어가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길,
또 그 아픈 마음을 헤아릴 가까운 이웃을 찾아보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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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긴 병에 효자만 바라기보다 사회적 관심을!
    • 입력 2021-02-12 07:00:59
    • 수정2021-02-12 09:15:55
    취재K
친모 모시던 50살 여성…'존속살해' 혐의로 붙잡혀<br />늘어가는 치매 환자 속 가족 지원 사업 '절실'<br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나요?…"도움 열려 있어요"

■ 중증 치매 환자 모시던 여성…'존속살해' 혐의

지난달, 전북 익산의 한 주택에서 80대 노인이 숨졌습니다.
고인은 81살 여성, 중증 치매 환자였습니다.

당시 집에 같이 있던 노인의 친딸 54살 A씨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A 씨는 경찰에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는 달랐습니다.

고인의 목 등에서는 타살 흔적이 발견되면서 1차 소견의 사인이 질식사로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여러 증거를 종합해 A 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붙잡았습니다.


■ 요양병원서 여섯 달 전 퇴원…'격한 말다툼'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꽤 오랜 기간 치매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숨지기 여섯 달 전 퇴원해 자가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집에서 지내는 동안 함께 살던 친딸 A 씨와 친아들의 보호를 받았는데, 경찰 조사 결과 숨을 거두기 직전 A 씨와 격한 말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증 치매 환자와의 여섯 달. 자녀들에게는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존속살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정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이와 비슷한 사건들을 우리 사회가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는 겁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치매 환자,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현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했습니다.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90%를 국가가 지원하면서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확 줄였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기 위한 치매 안심센터도 전국에 2백 50여 곳 운영되고 있는데요,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까운 센터에서 무료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치매 환자 돌보는 '가족 지원 사업'

그렇다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보호자'에 대한 지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전북에서는 크게 네 가지가 운영되고 있는데요,

치매 정보를 알려주는 '가족교실'(헤아림교실)과 치매 환자 가족들끼리 모임을 맺어주는 '자조모임', 미술이나 원예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힐링 프로그램', 또 가족들이 이 세 가지 활동에 참여할 때 치매 환자를 맡아 보호해주는 '동반치매환자보호서비스' 등입니다.


헤아림교실이라 불리는 가족교실의 경우 전북에서는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마련해 하루 2시간씩 8차례 진행합니다. 전북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이 헤아림교실에 6백67명이 참여했습니다.

전북광역치매센터는 2018년부터 지역 내 자조모임 '어울림'을 꾸려 참여한 가족들에게 사후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요, 가족들끼리 우울감을 털어놓으면서 부양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92%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 지역·기관마다 프로그램 상이…"어떻게 참여하죠?"

앞서 전북에서 진행된 헤아림교실과 자조모임은 사실상 시범사업 형식으로 기관이 치매 환자 가족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이런 치매환자 가족지원 사업은 치매안심센터마다 운영형태와 방법, 그 주기가 매우 다양합니다.

각 시군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언제, 어떤 일정이 치러질 예정인지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확인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인 셈입니다.


■ 노인 10명 중 1명 '치매 환자'…관리 인력은?

전북지역의 추정 치매환자 수는 4만 1천 6백여 명입니다. 65살 인구 비율로 따지면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편 전북 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치매 관련 직접 서비스를 받는 치매 환자는 3만 7천2백여 명입니다. 추정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등록돼 관리를 받는데 센터 인력은 2백 40명이 전부입니다.

단순 계산하자면 인력 한 명당 치매 환자 1백 55명을 관리하는 겁니다.


■ 치매 환자의 그늘에 가린 '가족의 아픔'

환자 관리에도 힘에 부칠 기관이 그 가족들까지 꼼꼼히 살피기란 쉽지 않겠죠.

그런데 갈수록 노인 인구는 늘어가고, 그만큼 치매 유병률이 높아져가는 상황이라면 이제 그 가족들을 헤아리는 지원사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에게 쉼을 주자는 '휴가제'도 도입된 지 6년이 넘었는데요,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이 휴가제를 한 해 6일에서 12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가족들이 휴가를 쉽게 쓰도록 제도를 알리는 게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나요?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을 잃어가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길,
또 그 아픈 마음을 헤아릴 가까운 이웃을 찾아보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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